정의당이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처리 촉구를 위한 단식 농성에 돌입했다. 민주당을 향해 최후통첩을 보낸 것이다. /뉴시스

시사위크=권신구 기자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의 실타래가 좀처럼 풀리지 않고 있다. 중대재해법 촉구 농성을 이어 온 정의당은 전격 단식에 돌입하며 ‘사생결단’을 각오하고 있지만, 민주당이 중대재해법 연내 처리를 확실하게 약속하지 않으면서 양당의 갈등도 첨예해지는 모양새다.

강은미 정의당 원내대표는 11일 국회 본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중대재해법 처리 촉구를 위한 단식 투쟁에 돌입했다. 단식 농성에는 2018년 태안화력발전소 산재 피해자인 고(故) 김용균씨의 어머니 김미숙 김용균 재단 이사장과 고(故) 이한빛 PD 아버지인 이용관 한빛센터 이사장도 동참했다.

정의당은 지난 3일 국회에서 처음 농성을 시작했고, 지난 7일에는 단계를 높여 철야 농성에 돌입했다. 정기국회 내 법안을 반드시 통과시키겠다는 심산이었다. 하지만 정기국회에서 성과를 내지 못하자 정의당은 공세 수위를 높여 단식 농성으로 방향을 틀었다. 사실상 최후통첩인 셈이다.

단식 농성에 참여한 김 이사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정부와 국회가 안전을 책임져서 사람들을 살려달라고 7일부터 노숙 농성을 했다”며 “그런데 아직 논의도 안 하고 있다니 너무도 애가 타고 답답해 어쩔 줄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자신을 갉아먹는 투쟁방법이라 다른 사람들이 단식하는 것도 뜯어말리고 싶었는데, 이제 저 스스로 택한다”며 “법이 제대로 만들어질 때까지 피눈물 흘리는 심정으로 단식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이사장 또한 “정기국회에서 수많은 법이 통과됐으나, 중대재해법은 논의조차 제대로 하지 않고 있다”며 “법이 제정되지 않는 한 살아서 제 발로 나가지 않을 것”이라고 못박았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의 12월 통과를 언급했던 더불어민주당은 임시국회 기간 동안 상임위 처리로 목표치를 조정했다. 법안 충돌 등 논의할 내용이 많다는 이유에서다. /뉴시스

◇ 민주당 ‘말 바꾸기’에 불만고조

정의당과 유가족이 단식 투쟁까지 강행하며 민주당을 압박하고 있지만, 민주당은 여전히 갈팡질팡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최인호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정의당의 단식 돌입과 관련해 “그분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왔고, 앞으로도 지속적인 관심과 소통 할 것”이라는 원론적인 대답만 했다.

민주당은 중대재해법 제정에 대한 뜻은 분명히 하고 있다. 전날(10일) 당 지도부도 의지를 내비쳤다. 이낙연 민주당 대표는 페이스북에 “중대재해를 예방하고 책임을 강화하는 법을 최대한 이른 시기에 제정하겠다”고 밝혔다.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도 같은 날 회의에서 “이른 시일 내에 제정하겠다는 점을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강조했다.

당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장을 맡고 있는 홍익표 의원은 같은 날 KBS 라디오 ‘김경래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반드시 12월 안에 통과시킬 것”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그러나 민주당은 이날 목표치를 재조정하며 입장을 달리했다. 임시국회 기간 중 ′상임위 처리′로 한정 지었다. 연내 통과에 대해 한발 물러선 셈이다. 최 수석대변인은 이날 최고위원회 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제정법이라 거쳐야 할 필수 과정이 많다”며 “법안 간 충돌 등 여러 부분에 있어서 검토해야 할 사항이 상당히 많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서는 민주당이 여전히 당내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그간 민주당 일각에선 기업에 대한 ‘과잉 처벌’ 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꾸준히 나왔다. 이같은 분위기 속에 법안을 대폭 수정하려는 분위기도 감지되고 있다. 논의 과정이 길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인 셈이다. 민주당은 오는 17일 정책의총을 소집해 이 내용을 심도있게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정의당은 민주당의 계속되는 ‘말 바꾸기’ 때문에 믿을 수 없다는 눈치다. 처음에는 정기국회 처리를 약속했다가, 연내 처리를 강조하더니 이제는 연내 처리마저도 불확실한 입장을 보인데 대해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정의당은 법안이 제대로 제정될 때까지 단식 농성을 이어가겠다는 방침이다.

장태수 정의당 대변인은 이날 <시사위크>와 통화에서 “(민주당이) 말을 계속 바꾼 상태라 그 말에도 전적으로 신뢰를 보내기 어렵다”며 “이미 늦었는데 이번 회기에 상임위를 통과시키겠다는 건 또 미루겠다는 느낌”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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