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11일 오전 경기 화성시 LH 임대주택 100만호 기념단지인 동탄 공공임대주택에서 '살고 싶은 임대주택 현장점검' 위해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과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인 변창흠 LH사장과 함께 이동하고 있다. /청와대
문재인 대통령이 공공임대주택을 찾아 발언한 내용이 ‘13평 아파트에 4인 가족이 살 수 있겠다’는 취지로 보도되면서 청와대가 해명에 나섰지만, 해명만 보일 뿐 부동산 정책에 대한 설득은 없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은 문 대통령이 지난 11일 오전 경기 화성시 LH 임대주택 100만호 기념단지인 동탄 공공임대주택에서 '살고 싶은 임대주택 현장점검' 위해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과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인 변창흠 LH사장과 함께 이동하는 모습. /청와대

시사위크=서예진 기자  최근 문재인 대통령이 공공임대주택을 찾아 발언한 내용이 ‘13평 아파트에 4인 가족이 살 수 있겠다’는 취지로 보도되면서 청와대는 홍역을 치렀다. 청와대는 문 대통령의 발언은 변창흠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장(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이 ‘4인 가족도 생활이 가능하다’는 취지의 설명을 하자 확인 차 ‘질문을 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논란은 수그러들지 않았고 오히려 청와대 국민청원에 ‘문 대통령의 사저를 6평으로 제한하라’는 청원까지 올라왔다. 일각에서는 청와대가 해명에만 치중하고 정부 부동산 정책에 대한 설득은 없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 청와대, 문 대통령 발언에 3차례나 브리핑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1일 경기도 화성의 공공임대주택을 찾았다. 이 자리에는 김현미 국토부 장관과 신임 국토부 장관 후보자인 변창흠 LH 사장이 모두 동행해 눈길을 끌었다. 변 사장이 국토부 장관에 임명되면 공공임대주택 공급 정책에 집중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문 대통령이 이에 힘을 실어주기 위해 공공임대주택 단지를 방문한 것으로 정치권은 보고 있다.

문제는 행사 자체보다 문 대통령의 ‘13평에 4인가족’ 발언만 남아 논란을 낳고 있다는 점이다. 변 사장은 이 자리에서 방 두 개짜리 아파트(전용면적 44㎡/13평형)를 문 대통령에게 소개하며 “방이 좁기는 하지만, 아이가 둘 있으면 (2층 침대) 위에 1명, 밑에 1명 잘 수가 있는데 이걸 재배치해서 책상 2개를 놓고 같이 공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그러니까 신혼부부에 아이 1명이 표준이고, 어린아이 같은 경우에는 2명도 가능하겠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의 이같은 발언에 언론은 비판성 보도를 하고, 부동산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문 대통령을 비난하는 글이 빗발쳤다. 이에 청와대는 민감하게 반응했다.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지난 12일 오전 0시 11분과 오후 2시 54분, 오후 9시 16분 세 차례에 걸쳐 관련 보도를 반박하는 서면 브리핑을 냈다. 지난 12일이 주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부동산 관련 여론을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청와대 내 기류를 보여주는 것으로 풀이된다.

우선 청와대는 문 대통령의 발언은 변 사장에게 확인하기 위한 ‘질문’이었다고 해명했다. 강 대변인은 “문 대통령은 이어지는 대화에서 변 사장에게 다자녀 가구를 위해 더 넓은, 중산층의 거주가 가능한 임대주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며 “따라서 44㎡의 임대주택에 ‘4인가족도 살겠다’는 등의 발언을 했다고 제목을 뽑은 기사는 사실이 아니며, 대통령의 발언 취지와도 맞지 않다”고 강조했다.

그럼에도 논란이 가라앉지 앉자 강 대변인은 두 번째 서면 브리핑과 함께 논란이 된 발언 대화를 편집한 33초짜리 동영상을 출입기자단에게 배포했다. 강 대변인은 일부 언론 매체명을 직접 거론하며 “사실에 입각한 것인지 묻고 싶다”고 했다.

오후 9시 16분에 나온 강 대변인의 서면브리핑은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유승민 전 의원을 겨냥하고 있었다. 특정 정치인 실명이 포함되지 않았지만 이들의 문 대통령 비판 발언을 인용하면서, 이들이 지난 2017년 대선 당시 공공임대주택 공급 확대를 공약했음을 상기시켰다.

문재인 대통령이 11일 오전 경기 화성시 LH 임대주택 100만호 기념단지인 동탄 공공임대주택에서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과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인 변창흠 LH사장과 함께 '살고 싶은 임대주택' 현장점검을 하고 있다. /청와대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1일 오전 경기 화성시 LH 임대주택 100만호 기념단지인 동탄 공공임대주택에서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과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인 변창흠 LH사장과 함께 '살고 싶은 임대주택' 현장점검을 하는 모습. /청와대

◇ 정책 설득 없이 해명으로만 일관

하지만 청와대의 해명은 오히려 더 큰 논란을 불러왔다. 김근식 경남대 교수는 “청와대 설명대로 질문 형식이었다고 해도, 누가 봐도 그건 강한 긍정의 확인성 질문”이라고 했고, 김은혜 국민의힘 대변인은 “‘질문’이었다는 청와대의 해명은 억지”라며 “백번 양보해 13평 아파트를 보고 저런 질문을 하는 것은 상식적인가”라고 꼬집었다.

청와대가 문 대통령 발언의 진의를 설명하기 위해 애썼지만 논란만 증폭됐다. 현 정부 부동산 정책에 대한 근본적인 불신이 기저에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중산층은 부동산 시장의 안정으로 ‘내 집 마련’이 가능하기를 바라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집값은 계속 올랐고 현 정부의 강력한 부동산 대출 규제로 ‘내 집 마련’은 어려워졌는데, 중산층이 원하지 않는 공공임대주택 공급만 강조하고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청와대의 해명은 ‘가짜뉴스’ 대응일 뿐, 대통령의 부동산 정책 방향에 대한 명확한 언급이 없어 설득력이 부족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여권 관계자는 “청와대가 부동산 정책에 대한 비판 여론을 의식해 해명으로만 일관하는 약점 대응에만 급급했다”며 “해명과 함께 공공임대주택의 효용과 가치를 제시해 여론을 설득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 해명에만 매몰돼 정책에 대한 상세한 설명을 하지 않은 것은 정부가 부동산 여론에 휘둘리는 모양새를 보여줬다는 쓴소리도 있다. 문 대통령은 “부동산 문제는 우리 정부에서 자신 있다고 장담한다”(2019년 11월), “급격한 가격상승들은 원상회복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2020년 1월) 등 부동산 정책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드러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한 강점을 설명하지 않는 이상, 문 대통령의 의지는 보이지 않고 논란만 양산할 뿐이라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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