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움증권은 지난해부터 키움 히어로즈의 메인스폰서로 활동 중이다. /뉴시스
키움증권은 지난해부터 키움 히어로즈의 메인스폰서로 활동 중이다. /뉴시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키움 히어로즈가 또 다시 거센 논란을 일으키며 야구계 ‘문제아’ 면모를 노출하고 있다. 각종 불미스러운 사건과 논란이 계속되고 있지만, 개선이 요원한 모습이다. 이에 키움 히어로즈의 핵심 ‘자금줄’이자 키움 히어로즈를 통해 쏠쏠한 마케팅 효과를 거두고 있는 키움증권이 보다 책임있는 조치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하지만 키움증권은 침묵을 지키고 있다.

◇ 키움 히어로즈, 거듭되는 파문

“소속 선수들에게 행하고 있는 상식을 벗어난 갑질행태와 부당한 지시를 당장 멈출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

“사적인 목적을 위해 소속 선수들에게 비상식적인 행위를 지시한 행태와 이전 수차례 논란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갑질을 행하고 있는 상황은 도저히 용납될 수 없다.”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선수협)와 한국프로야구 은퇴선수협회(한은회)가 최근 잇따라 내놓은 성명이다. 이들의 날선 지적이 가리킨 것은 키움 히어로즈다.

사건의 발단은 지난해 6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키움 히어로즈는 허민 이사회 의장이 2군 구장을 찾아 마운드에서 공을 던지면서 선수들을 동원해 거센 논란에 휩싸였다. 구단 최고위 경영진이 사적인 취미활동에 2군 선수들을 동원한 것으로, 갑질이란 지적이 제기됐다. 이에 당시 키움 히어로즈 측은 사과의 뜻을 밝혔다.

그런데 최근 이 사건이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키움 히어로즈에서 오랜 세월 활약하다 올 시즌 은퇴한 이택근이 문제를 제기하고 나선 것이다. 이택근은 키움 히어로즈 구단 및 관계자들에 대한 징계요구서를 KBO에 제출한데 이어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구체적인 사안을 폭로했다. 

지난해 6월 허민 의장 관련 논란 당시 구단이 제보자인 팬을 사찰했을 뿐 아니라, 자신에게도 조사를 지시했다는 충격적인 내용이었다. 이에 키움 히어로즈 구단은 사실 무근이라며 법적 대응까지 천명했으나, 이택근은 구체적인 정황이 담긴 녹취록까지 공개했다. 이후 키움 히어로즈는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이번 논란은 올 시즌 정규리그 후반부에 발생한 키움 히어로즈의 감독 사퇴 파문과도 맥이 닿아있다. 

올 시즌을 앞두고 키움 히어로즈 지휘봉을 잡았던 손혁 전 감독은 정규리그 12경기를 남겨놓은 시점에 성적부진을 이유로 돌연 사퇴했다. 당시 키움 히어로즈는 리그 3위를 달리고 있었고, 포스트시즌 진출이 유력한 상황이었다. 납득하기 어려운 감독 사퇴는 구단 고위 경영진과의 마찰이 근본 원인으로 지목됐고, 특히 허민 의장의 갑질에 의한 것이라는 지적에 힘이 실린 바 있다.

창단 초기부터 각종 논란과 사건을 이어온 키움 히어로즈는 최근 갑질 논란 및 팬 사찰 논란에 휩싸여 거센 질타를 받고 있다. /뉴시스
창단 초기부터 각종 논란과 사건을 이어온 키움 히어로즈는 최근 갑질 논란 및 팬 사찰 논란에 휩싸여 거센 질타를 받고 있다. /뉴시스

◇ “키움증권, 책임 있는 조치 나서야”

이처럼 키움 히어로즈를 둘러싼 파문이 일파만파 확산하고 있는 가운데, 일각에선 메인 스폰서인 키움증권이 사태를 방관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키움증권은 2019년부터 연간 100억원을 지급하는 메인스폰서로 키움 히어로즈와 함께하고 있는 기업이다.

사실, 키움 히어로즈가 불미스런 논란에 휩싸인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창단 초기부터 자금 및 스폰서 확보에 난항을 겪으며 ‘미운오리’로 전락했고, 강팀으로 거듭난 이후에도 이장석 전 대표 등 구단 고위진의 횡령, 뒷돈 트레이드 등 전례 없는 파문을 연이어 터뜨렸다. 또한 음주운전, 성폭행 혐의 입건 등 선수단에서도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이에 키움증권에 앞서 메인스폰서로 활동했던 넥센타이어는 스폰서비 지급을 중단하고 개선을 촉구하는 강수를 두기도 했다. 반면, 키움증권은 연이은 파문에도 별다른 입장 표명이나 조치 없이 침묵을 이어가고 있는 모습이다. 키움 히어로즈의 행보로 인해 메인스폰서로서 이미지가 실추되고 있는데도 말이다.

이와 관련해 키움증권 측은 “메인스폰서일 뿐, 구단 운영에는 일체 관여하지 않는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스포츠전문매체 <엠스플뉴스>는 지난해 12월 키움증권과 키움 히어로즈의 메인스폰서 계약조항을 분석해 보도하며 “키움증권이 구단 운영전반에 깊숙이 개입할 수 있는 특이한 계약”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이에 대해 당시 키움증권과 키움 히어로즈 양측은 비밀유지 조항을 이유로 어떠한 확인도 해주지 않았다.

야구계 한 관계자는 “돈 내고 마케팅 효과만 취하겠다는 태도는 부적절하다. 야구계와 야구팬에 대한 최소한의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며 “문제가 끊이지 않는 키움 히어로즈를 근본적으로 개선하기 위해선 ‘돈줄’인 메인스폰서의 적극적인 조치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관계자 역시 “나머지 9개 구단에서 이러한 일이 벌어졌다면 해당 기업이 거센 비판을 피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며 “키움증권이 어떤 식으로든 입장을 밝히거나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면 공범으로 전락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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