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권신구 기자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전날(14일) 중대재해법 촉구 단식 농성장을 찾아 법안 처리를 약속했다. 강은미 정의당 원내대표와 태안화력발전소 산재사고 피해자 고(故) 김용균 씨의 어머니인 김미숙 김용균 재단 이사장, 고(故) 이한빛 PD의 아버지인 이용관 한빛센터 이사장이 곡기(穀氣)를 끊은 지 4일째 만이다.
 
21대 국회가 들어섰지만, 극단을 달려야 돌아보는 것은 여전하다. 20대 국회 막바지 과거사법도 비슷했다. 형제복지원 피해자들이 2년여 동안 국회 앞에서 농성을 할 때는 무관심하더니 의원회관 캐노피에 올라선 후에야 부랴부랴 처리하겠다고 나섰다. 애끓는 건 여전히 피해자들뿐이다.

과정이야 어찌됐든 여야가 한자리에서 법안 처리를 약속한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이미 법안의 필요성은 정치권 안팎에서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지난달 12일 리얼미터가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중대재해법안을 ‘처리해야 한다’는 응답은 58.2%로 나타났다. ‘하지 않아도 된다’(27.5%)를 상회한 결과다. 

다만 한 켠의 찝찝함은 그대로 인 듯하다. 약속은 했지만, 확실한 것이 없는 탓이다. 농성장을 방문한 이 대표는 “최대한 노력하겠다”, “압축적으로 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구체적인 일정을 묻는 강 원내대표의 물음에는 “책임지지 못할 말을 하면 안 되니까”라며 말을 아꼈다. 

민주당은 오는 17일 정책의원총회를 통해 의견을 수렴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그간 당내 복잡한 속사정을 비춰봤을 때 제대로 된 의견 수렴이 가능할 지에 대해 우려가 나온다. 기한을 확약하지 못한 것도 이 때문이라는 소리도 들린다.

그간 번번이 말이 바뀐 것도 의구심을 더하고 있다. 당초 정기국회 내 통과를 공언하더니, 연내 통과, 연내 상임위 처리 등 약속만 여러 번 했다. 정의당이 15일 ″원포인트 본회의 소집만큼 확실한 확약은 없다″고 목청을 높인 것도 이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중대재해법 처리에 사활을 건 정의당은 그간 민주당을 향해 ‘의지의 차이’라고 비판해 왔다. 공수처법, 국정원법, 5·18 관련법 등 원하는 입법에 대해서는 거대 여당의 수(數)로 몰아붙인 것을 겨냥했다. 그에 비해 중대재해법 처리가 너무나 더딘 것은 부인할 수 없어 보인다.

여름 초입에 발의됐던 법안은 어느덧 한겨울을 맞이하고 있다. 피해 유가족들은 법안이 통과되길 바라며 이 겨울을 함께 견디고 있다. 언제까지 이들을 추위 속에 있게 할 수 없는 노릇이다. 약속을 한 만큼 민주당의 빠른 행보가 필요한 시점이다. ″연말에는 집에서 가족들과 지내게 해달라″는 유가족들의 외침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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