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가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원내대표실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뉴시스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가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원내대표실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뉴시스

시사위크=정호영 기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 개정안이 지난주 국회 문턱을 넘자마자 출범 절차에 가속도가 붙고 있다.

당장 공수처장 후보 추천위원회부터 재가동된다. 공수처장 후보 추천위 실무지원단은 16일 “공수처법 제6조 7항에 근거한 위원장의 소집 결정에 따라 18일 오후 2시 5차 회의가 개의된다”고 밝혔다.

추천위는 지난달(11월) 25일 4차 회의에서 야당 추천위원 2명의 반대로 후보 선출이 불발된 뒤 3주 가까이 회의를 갖지 않았다. 전체 추천위원 7명 중 6명이 찬성해야 하는 기존 공수처법에 따라 야당이 반대하면 공수처장 후보를 압축하는 게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공수처법 개정으로 추천위 의결 정족수가 5분의 3(5명)으로 완화된 만큼 야당 의사와 관계없이 의결할 수 있게 됐다. 추천위가 다시 가동된 배경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연내 후보 선정을 마무리하고 내년 초 공수처를 출범시킬 계획이다.

현행 공수처법을 위헌으로 보는 국민의힘은 여당 주도의 일방적 추천위를 '보이콧한다'는 입장이다. 특히 윤석열 검찰총장의 정직 2개월 징계와 공수처를 연계해 정부여당을 맹비판하고 있다.

◇ 추천위 재가동… 김진욱·전현정 유력

18일 예정된 공수처장 후보 추천위 5차 회의에서 후보 압축은 이전보다 수월하게 이뤄질 전망이다. 지난 4차 회의에서 5표를 받은 김진욱 헌법재판소 선임연구관과 전현정 변호사가 후보 2명에 들 것으로 관측된다. 당시 야당 추천위원 2명의 반대로 무산된 바 있다.

공수처장 후보 선출과정은 추천위가 후보 2명을 추천하면 문재인 대통령이 이 중 1명을 지명한다. 최종 지명된 후보 1명이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 임명되게 된다.

하지만 야당은 공수처법 개정을 맹비판하며 추천위원회의도 보이콧할 계획이다.

국민의힘 몫 추천위원 이헌 변호사는 이날 기자들에게 보낸 문자를 통해 “어제(15일) 늦게 공수처장 후보 추천위 실무지원단에서 이번주 금(18일), 다음주 월(21일)·화(22일) 회의 참석 가능여부에 관한 문자를 받았다”며 “야당 추천위원들은 헌법과 법률에 의해 개정 공수처법의 공포, 시행 이전에는 소집에 응하지 않겠다는 방침에 따라 이에 응답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추천위원직 사퇴 방안도 있지만 출범을 약간 늦추는 데 그쳐 별다른 실익이 없다. 공수처법 개정안에는 야당이 10일 이내 후보를 추천하지 않으면 국회의장 직권으로 한국법학교수회장·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 이사장을 추천위원으로 대체할 수 있는 내용도 담겼기 때문이다.

단 이들은 추천위가 의결을 강행할 경우 사퇴 여부와 관계 없이 절차적 문제와 관련한 소송전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당내에서도 불편한 심기가 표출된다. 최형두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공수처법 개정안 처리가) 다 끝나고 (야당을) 들러리 세우는데 당랑거철”이라며 “공수처장 추천이 무슨 의미가 있나”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은 이날 윤 총장 징계와 공수처를 연계해 전방위 여론전에 나섰다. 이렇다 할 대안이 없는 상황에서 현직 검찰총장 징계라는 초대형 이슈와 검찰개혁을 주장하는 정부여당이 공수처를 밀어붙이는 의도를 엮어 여론을 움직여보겠다는 계산으로 보인다.

주호영 원내대표와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국회에서 잇따라 기자회견을 열고 공수처 출범을 앞두고 윤 총장을 징계한 것은 부적절한 의도가 숨어있다고 지적했다.

주 원내대표는 “헌정사상 초유의 총장 징계로 문재인 정권이 폭주에 광기를 더하고 있다”며 “이 정권은 검찰 무력화와 함께 공수처 사유화를 기획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점지해놓은 사람을 공수처장으로 앉혀 검찰을 무력화하고 자신들을 향하는 불법 부정비리 수사를 중단시키려 한다”며 “권력의 공수처 사유화 과정이 공개적으로 펼쳐칠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 위원장도 별도 기자회견을 통해 “윤 총장은 대통령 지시사항을 가장 성실하게 수행해 오늘날 어려움을 겪게 됐다”고 주장했다. 문 대통령이 윤 총장을 임명하면서 ‘살아있는 권력도 성역 없이 수사하라’는 취지의 언급을 에둘러 지적한 셈이다.

공수처 1호 수사대상으로 윤 총장이 거론되는 데 대해서는 “특정 감정을 갖고 어떤 사람을 욕보이기 위해 공수처를 만든 것이라면 그 자체가 잘못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공수처가 무소불위 행위를 하면 무엇으로 공수처를 통제할 것인가. 공수처를 포기할 것인가”라며 “인사를 대통령이 일방적으로 하는 공수처장을 데리고 과연 정치적 중립을 지킬 수 있겠는가”라고 비판했다.

법무부 검사징계위원회가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정직 2개월의 처분을 내린 가운데 윤 총장이 16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으로 출근하고 있다. /뉴시스
법무부 검사징계위원회가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정직 2개월의 처분을 내린 가운데 윤 총장이 16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으로 출근하고 있다. /뉴시스

◇ 윤석열 정직 2개월 의미

국민의힘 의원들도 윤 총장이 정직 2개월을 받은 것에 주목했다. 파면이나 해임이 아닌 징계 수위로 청와대가 면피할 길을 열어놓고, 윤 총장의 손발을 묶은 채 공수처 출범 시간을 확보하겠다는 의도로 분석한다.

법관 출신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KBS라디오 ‘김경래의 최강시사’에 출연 “2개월 정도면 공수처가 발족될 수 있다. 그 사이 검찰총장을 정지시켜놓고 아무 권한도 행사 못하게 하면 된다”며 “총장 직무대행이 알아서 권력형 비리 수사를 막도록 하고 공수처를 발족하자마자 수사를 다 빼앗으면 된다. 청와대가 책임을 면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 중 하나가 정직 2개월”이라고 주장했다.

실제 윤 총장이 직무에서 배제되면 월성 1호기 경제성 조작 의혹·청와대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 등 정부인사가 연루된 수사에 속도가 늦춰질 가능성이 높다. 윤 총장은 지난 2일 직무 복귀 1호 지시로 월성 원전 정부 관계자 구속영장 청구를 승인하는 등 권력형 사건을 진두지휘했다.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도 이날 페이스북에서 “권력비리 덮는 공수처를 출범시키는데 필요한 시간이 2개월”이라며 “공수처만 출범하면 권력비리 수사 사건을 뺏어와 윤 총장 흔들기가 충분히 가능하다고 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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