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웅제약 보톡스 ‘나보타’, 미국 시장 21개월 수입 금지
ITC “메디톡스 균주, 영업비밀 인정 안 돼”… 기술도용 부분인용

대웅제약과 메디톡스가 보톡스 균주의 출처를 두고 날 선 공방을 이어가고 있다. /대웅제약, 메디톡스
대웅제약(좌)과 메디톡스의 보톡스 균주 출처 분쟁과 관련한 미국 ITC 최종판결이 내려졌다. ITC는 메디톡스의 일부 승소를 결정했으나, 대웅제약 측은 이에 반발하며 가처분 신청 및 항소를 계획 중이다. /대웅제약, 메디톡스

시사위크=제갈민 기자  대웅제약과 메디톡스의 보툴리눔 톡신 균주 출처 분쟁과 관련해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메디톡스의 손을 들어줬다. ITC는 대웅제약의 보툴리눔 톡신 ‘나보타(수출명: 주보)’에 대해 미국 시장 21개월 수입 금지 처분을 내렸다. 대웅제약은 그러나 해당 결정에 대해 가처분 신청 및 항소를 진행한다는 계획이어서 분쟁은 내년에도 계속될 전망이다.

해당 분쟁은 2019년 1월, 메디톡스와 엘러간이 대웅제약과 에볼루스를 미국 ITC에 제소하면서 시작됐다. ITC는 1년 6개월간 조사를 거친 후 지난 7월 6일 예비판결에서 ‘대웅제약 나보타의 10년간 미국 수입금지’ 조치를 결정했다.

이에 대웅제약 측은 “행정법판사(ALJ)의 명백한 오판”이라고 반발했다. 이어 7월 20일 대웅제약은 위원회에 이의 제기를 통한 심사 신청을 한 바 있다. 예비결정은 메디톡스의 일방적인 주장을 토대로 한 ‘추론’에 기반한 오판이라는 것이다.

대웅제약의 이의제기에 위원회는 지난 9월 20일에 예비결정의 사안들에 대한 심사 신청을 받아들여 재심사에 착수했다. 이 과정에서 △미생물 유전체 분야 권위자로 꼽히는 바트 와이머 UC데이비스대학교 교수 △영업비밀 관련 소송 전문가 밀그림 교수 △국제경제정책 관련 유력 기관인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의 선임연구원 게리 허프바우어 △미국 반독점 연구소(AAI) 등이 대웅제약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이들은 ITC 예비판정에 대해 ‘논리비약’ ‘영업비밀 아니다’ ‘자국 기업 보호 행위’ 등의 주장을 하며 비판적인 입장을 밝혔다.

결국 ITC는 지난 16일 메디톡스의 균주는 영업비밀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ITC는 그러면서도 제조공정 기술 도용혐의와 관련해서는 메디톡스의 주장을 일부 수용하면서 대웅제약 나보타에 대해 21개월간의 미국 수입 금지 명령을 내렸다.

그러나 대웅제약 측은 “메디톡스 제조공정은 이미 1940년대부터 논문 등에서 공개돼 있는 것을 적용한 것에 불과하다”며 “메디톡스의 공정들은 이미 널리 논문에서 알려져 있는 것들로 대웅은 이미 이에 대해 알고 있었고 실험을 한 기록이 있으며, 기록에 반영돼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웅의 공정은 많은 부분에서 메디톡스 공정과 다르기에 일부 공정에 유사성이 있다는 것만으로는 침해의 증명이 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대웅제약이 개발한 보툴리눔 톡신 제제(보톡스·사진) ‘나보타’가 미국 시장에 전격 진출한다. 국산 보툴리눔 톡신 제제로서는 최초다. / 대웅제약
​대웅제약이 개발한 보툴리눔 톡신 제제 ‘나보타(수출명: 주보)’가 미국 ITC 판결로 인해 미국 시장에서 21개월 간 판매중지됐다. / 대웅제약

대웅제약은 ITC의 판결이 바뀌지 않고 나보타의 미국 수출이 일시적으로 중단되더라도 연간 매출에는 큰 타격이 없을 것으로 전망했다. 대웅제약 측에 따르면 연간 매출에서의 나보타 미국 매출 비중은 현재 2% 미만이다. 또한, 나보타는 미국 외에도 유럽·캐나다·아시아·중남미 등 많은 국가에서 판매 승인을 받아 시판 중에 있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대웅제약은 “ITC의 제조공정 기술 침해 결정은 명백한 오류로, 모든 법적인 수단을 동원해 진실을 밝히고 승리할 것이며, ITC 결과에 관계없이 나보타의 글로벌 사업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메디톡스는 “ITC의 최종판결에서 대웅의 균주 및 제조기술 도용혐의가 명백한 유죄로 확정됐으며, 판결 전문을 통해 대웅 불법행위가 상세히 공개될 것”이라며 “이는 결국 대웅이 용인의 토양에서 보툴리눔 균주를 발견했다는 주장이 거짓이라는 방증이고, 한국과 미국 등 각국의 규제기관에 허위 균주 출처 자료를 제출해 허가받은 보툴리눔 톡신 제제 사업을 지속하기는 불가능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메디톡스는 판결 전문에 명시된 대웅의 도용혐의를 바탕으로 국내 민형사 소송도 급물살을 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번 ITC 최종결정과 대웅제약 측의 항소 등이 국내 소송에 영향을 끼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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