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 무역갈등이 깊어지면서 우리나라 반도체 산업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을지 우려가 깊어지고 있다. 다만 업계 관계자들과 일부 증권전문가들은 한국 반도체 업계에 미칠 영향은 적을 것이며,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긍정적 전망을 내놓고 있다./ 사진=Getty images, 편집=박설민 기자

시사위크=박설민 기자  미국과 중국의 무역 갈등이 지속되는 가운데 우리나라 반도체 산업에도 악영향을 미칠지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중국의 화웨이 등 주요 IT기업이 우리나라 반도체 기업들의 최대 고객인 만큼 한국경제에 미칠 악영향이 클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는 지난 1월 미중 무역 갈등이 지속될 경우, 우리나라 GDP 성장률은 0.122%p, 총수출 증가율은 0.377%p 하락할 수 있다고 전망한 바 있다. 다만 현재 일부 증권가 전문가들은 미중갈등으로 인해 우리나라 반도체 시장은 큰 타격을 받지는 않을 것이라는 긍정적 전망을 내놓고 있다.

하나금융투자 김경민 연구원은 21일 발표한 ‘반도체 위클리’ 보고서를 통해 “한국 반도체 업종은 미중 갈등의 영향에 제한적이다”라고 분석했다. 또한 미중 갈등 초기 국면에는 화웨이 제재 등으로 인해 5G, 메모리 반도체 분야가 피해를 봤으나, 오히려 반도체 소재, 비메모리 분야는 수혜를 입을 것으로 전망했다.

실제로 반도체 업계에서는 18일 미국이 중국 최대 반도체 파운드리(위탁 생산) 업체인 SMIC에 대한 제재를 강행한 것이 삼성전자 등 우리나라 파운드리 업체들에게 긍정적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SMIC에 대한 제재 강도가 높아지면 SMIC의 이용 고객들이 삼성전자 등 다른 파운드리 업체로 고개를 돌릴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들은 SMIC가 10nm 이하의 반도체 생산기술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수출허가가 차단돼 중국 내 반도체 업계가 적잖은 타격을 받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김경민 연구원 역시 “내년 지역별 반도체 장비 투자에서 중국 기업들의 투자가 감소하는 이유는 SMIC에 대한 미국 정부의 제재 영향과 칭화유니그룹의 재정위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국제반도체장비재료협회(SEMI)는 지난 15일 내년 지역별 반도체 장비 투자에서 중국은 168억달러, 올해 대비 투자비용이 7.2%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반면 우리나라의 경우 189억달러로 올해 대비 20.4%나 증가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는 삼성전자가 파운드리 및 NAND(낸드) 장비 투자규모를 늘리기 때문이다.

김경민 연구원은 “2021년에는 삼성전자와 반도체 장비주가 여러 가지 의미에서 해외 투자자들의 주목을 받을 것으로 판단한다”며 “2021년의 반도체 장비 투자가 대만과 중국에서 전년 대비 감소하는데, 한국에서는 늘어나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이어 “미중 갈등의 초기 국면에는 화웨이 제재와 관련해 5G와 메모리가 피해 업종이었으나 이제 미중 갈등은 SMIC로 넘어갔다”며 “변화된 국면에서 미중 갈등에 관련해 중립 이상의 흐름이 예상되는 업종은 한국의 경우 메모리 대형주와 더불어 소재주, 비메모리 (파운드리, 후공정) 수혜주”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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