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정수 KB생명 대표이사가 연임에 성공하면서 안팎의 관심을 받고 있다. /KB생명

시사위크=이미정 기자  허정수 KB생명 대표이사가 연임에 성공하면서 안팎의 관심을 받고 있다. 업계에선 이번 연임 결정을 두고 KB생명과 푸르덴셜생명의 통합 작업을 고려한 조치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는 가운데 내년 이와 관련된 그의 역할이 확대될지 주목되고 있다. 

◇ 허정수 대표, 사실상 연임 성공… 푸르덴셜생명 통합 준비 포석 

KB금융지주는 지난 18일 계열사대표이사후보추천위원회(이하 대추위)를 열고 허 대표를 KB생명 차기 대표이사로 후보로 선정하기로 결정했다. 이날 KB금융은 KB생명을 비롯해 계열사 10곳의 대표이사 후보를 선정했다. 해당 대표이사 후보들은 이달 중 해당 계열사의 대표이사후보추천위원회 최종 심사·추천을 거쳐 주주총회에서 선임이 확정될 예정이다. 

이에 따라 허 대표는 3연임에 성공하게 됐다. 그는 2018년 1월 대표이사에 취임한 뒤, 지난해 말 연임에 성공한 바 있다. 

당초 그의 3연임은 불확실하다는 전망이 적지 않았다. KB금융의 계열사 대표이사의 임기 관행인 2+1(기본 임기 2년+연임 1년)을 채운데다 올해 회사 순이익 실적도 신통치 못해 연임을 장담키 어렵다는 관측도 제기된 바 있다. 

KB금융의 경영실적에 따르면 올 3분기 KB생명의 누적 순이익은 92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49.5% 감소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119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242억원)과 비교해 50.8% 줄었다. GA채널을 중심으로 신계약 판매가 확대되면서 수수료 지급이 늘어난 점이 실적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진다. KB생명은 올해 공격적으로 GA 채널을 확대하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인사 관행과 다소 부진한 실적에도 허 대표는 연임에 성공했다. 업계에선 KB금융의 조직안정화 인사 기조가 그의 연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KB금융은 올해 말 임기가 끝나는 계열사 10곳의 최고경영자 중 7곳 대표이사의 연임을 결정하며 변화보다는 안정을 꾀하는 인사 기조를 보인 바 있다. 

여기에 KB생명과 푸르덴셜생명의 통합 준비 작업을 원활하게 추진하기 위한 조치라는 분석도 나온다. KB금융은 상대적으로 약한 생명보험 부문을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미국계 생보사였던 푸르덴셜생명을 인수해 지난 9월 자회사로 편입시켰다. 

푸르덴셜생명은 지난해 말 기준 총 자산 21조790억원 규모의 업계 11위권 회사다. 안정적인 이익 창출력과 탄탄한 영업조직, 우수한 재무안정성을 갖춰 우량 회사로 꼽히는 곳이다. KB금융의 기존 생보사인 KB생명의 자산규모는 10조원 가량으로 업계 중하위권 수준이다. 향후 KB생명과 푸르덴셜생명이 통합될 시, 단순 추산으로만 자산 규모는 31조원으로 확대된다. 

KB금융은 당분간 푸르덴셜생명의 독립경영 체제를 유지시킨 뒤, KB생명과의 통합 작업을 서서히 준비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선 이 같은 통합 준비 과정에서 허 대표의 역할이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허 대표는 1990년 국민은행으로 입행한 뒤, 재무관리 부장, 재무본부 본부장을 거쳐 KB손해보험 경영관리부문 부사장, KB금융지주 최고재무책임자, KB국민은행 경영기획그룹 부행장 등을 지낸 재무통이다. 그는 2015년 LIG손해보험(현 KB손해보험), 2016년 현대증권(현 KB증권)의 인수후통합(PMI) 작업을 성공적으로 총괄한 경험도 갖고 있다. 이에 푸르덴셜생명과의 통합 준비 작업에서도 그가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KB생명과 푸르덴셜생명은 최근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접수를 받았다. 푸르덴셜생명의 희망퇴직은 창사 이래 처음이다. 업계에선 양사 통합을 앞두고 선제적인 조직 슬림화 조치에 나선 것으로 보고 있다. 과연 내년 통합 준비 작업이 더욱 속도를 낼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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