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즈니 컴퍼니’의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플랫폼 ‘디즈니 플러스’가 한국에 조만간 상륙할 것으로 보인다. 아직 정확한 날짜는 공개되지 않았으나 11일 디즈니 컴퍼니 측에 따르면 디즈니 플러스는 내년 한국을 비롯한 동유럽 국가와 홍콩에는 2021년부터 서비스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국내 OTT업계의 근심이 깊어지고 있다./ 사진=디즈니 홈페이지, 편집=박설민 기자

시사위크=박설민 기자  전 세계에서 가장 거대하고 영향력 있는 종합엔터테인먼트 회사 ‘디즈니 컴퍼니’의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플랫폼 ‘디즈니 플러스’가 한국에 조만간 상륙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국내 관련 업계의 촉각이 곤두세우고 있다. 

20일 OTT, 통신사 등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디즈니 컴퍼니는 디즈니 플러스의 한국 진출을 위한 조직 개편작업을 마무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단 공개된 사실은 아시아태평양지역 총괄 사장으로는 루크 강 전 북아시아지역 총괄 대표가 선임됐다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루크 강 대표가 총괄 사장으로 임명된 만큼 한국 내 디즈니 플러스 진출 역시 가속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아직 정확한 날짜는 공개되지 않았으나 11일 디즈니 컴퍼니 측에 따르면 디즈니 플러스는 내년 한국을 비롯한 동유럽 국가와 홍콩에는 2021년부터 서비스될 것으로 예상된다. 

◇ 비상 걸린 국내 OTT업계… 콘텐츠도, 가격경쟁력도 디즈니+ 우위

디즈니 플러스는 디즈니 컴퍼니의 아이언맨, 어벤져스, 스타워즈, 겨울왕국 등 세계적인 미디어 콘텐츠들로 중무장한 OTT플랫폼이다. 때문에 현재 ‘OTT 최강자’로 손꼽히는 넷플릭스의 유일한 대항마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실제로 지난 10월 발표된 넷플릭스의 실적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3분기 기준 넷플릭스 가입자 수는 1억9,500만명이다. 작년 11월 12일 서비스를 시작한 디즈니 플러스의 현재 가입자 수는 8,680만명이다. 지난 2007년부터 13년간 OTT서비스를 시행해온 넷플릭스의 가입자 수를 단 1년만에 절반 가까이 따라잡은 셈이다. 미국 금융전문 방송사 CNBC 등은 오는 2024년 디즈니 플러스의 구독자는 2억3,000만에서 2억6,000만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때문에 디즈니 플러스의 국내 상륙 소식을 들은 웨이브 등 토종 OTT업체는 비상이 걸렸다, OTT업계는 조만간 몰아칠 디즈니 플러스의 태풍에 노심초사인 상태다. 그도 그럴 것이 국내 OTT업계는 이미 넷플릭스라는 거대 해외 OTT플랫폼의 압박에 몸살을 앓고 있는 상태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디즈니 플러스라는 더 큰 ‘공룡’까지 한국에 상륙하게 된다면 토종 OTT의 입지는 더욱 좁아질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국내 OTT업체들은 넷플릭스에 국내 OTT시장 점유율 1위를 내준지 오래다. 닐슨코리아클릭에 따르면 올해 8월 기준 넷플릭스의 월간 순 이용자 수는 755만8,292명으로 국내 OTT시장 점유율의 40%를 차지했다. 반면 동기간 토종 OTT인 웨이브, 티빙 등은 각각 21%(387만9,730명), 14%(254만9,833명)에 그쳤다.

국내 토종 OTT가 넷플릭스와의 경쟁에서 주무기로 사용하고 있는 ‘저렴한 요금제’ 역시 디즈니 플러스가 국내 시장에 상륙하게 되면 힘을 잃을 가능성도 높다. 현재 넷플릭스의 기본 구독 방식인 ‘베이직’의 경우 월 9,500원의 구독료를 지불한다. 웨이브의 월 기본 요금제는 7,900원, 티빙의 무제한 요금제는 5,900원으로 넷플릭스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하다. 

문제는 현재 해외에서 서비스 중인 디즈니 플러스의 글로벌 기준 월 구독료는 6.99달러, 한화 약 7,800원 수준이라는 점이다. 국내 OTT와 거의 비슷한 가격대에서 콘텐츠는 넷플릭스 이상 급으로 장착한 디즈니 플러스와의 경쟁이 국내 OTT에겐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아울러 한정된 장르의 오리지널 콘텐츠는 확실히 국내 OTT플랫폼에게 약점으로 작용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최근 웨이브에서 ‘좀비탐정’ 등 참신한 작품들을 선보이곤 있으나, 여전히 대다수 드라마 및 예능 등은 이미 지상파 방송에서 등장했던 포맷들을 답습하는 수준이라는 비판은 피하기 힘든 실정이다.

조영신 SK경영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OTT, 생존을 위한 경쟁이 시작되었다’ 보고서를 통해 “미디어 플랫폼 사업의 본질은 내 가입자를 뺏기지 않고 남의 가입자를 모셔오는 아주 단순한 경쟁”이라며 “시장 초기에는 가격이나 서비스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지만, 이젠 남의 플랫폼 가입자를 내가 뺏어올 수 있는 수단이 필요하며, 이에 대한 해답이 바로 오리지널 콘텐츠”라고 전했다.

디즈니 플러스는 디즈니 컴퍼니의 아이언맨, 어벤져스, 스타워즈, 겨울왕국 등 세계적인 미디어 콘텐츠들로 중무장한 OTT플랫폼이다. 특히 기존 IP를 기반으로 제작되는 오리지널 콘텐츠는 국내 OTT업계가 감당하긴 힘들정도로 강력한 인기를 자랑하고 있다./ 디즈니 홈페이지 캡처

◇ 토종 OTT업계, “해외 OTT와 승부 위해선 세액공제 등 지원 절실”

하지만 디즈니 플러스, 넷플릭스 등에 경쟁할만한 오리저널 콘텐츠를 제작하기엔 비용 문제의 압박이 너무 크다. 수십조원의 막대한 제작비를 기반으로 제작되는 넷플릭스·디즈니 플러스 등 해외 OTT플랫폼과의 오리지널 콘텐츠 경쟁은 확실히 힘들다. 이에 국내 OTT업계 관계자들과 전문가들은 해외 OTT플랫폼과의 경쟁에서 토종 OTT가 살아남기 위해선 콘텐츠 제작사에 대한 제작비 세액공제와 같은 지원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특히 업계 관계자들은 ‘파일럿 프로그램’ 제작에 대한 비용 지원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파일럿 프로그램이란 정식 시리즈로 발표되기 전에 제작돼 OTT나 TV로 방영하는 맛보기용 콘텐츠를 말한다. 대표적으로 지난 2007년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던 미국의 ‘프리즌 브레이크’ 시리즈 역시 파일럿 콘텐츠로 제작됐다가 정식 시리즈로 편승한 작품이다.

김대원 카카오 정책팀 이사는 지난 16일 사이버커뮤니케이션학회와 한국콘텐츠진흥원이 개최한 ‘OTT시대 오리지널 콘텐츠 전략과 정책 이슈 세미나’에서 “현재 국내 OTT기업들의 자금력으로 해외사업자와 1대1로 승부하는 것은 너무 힘들다”며 “이에 대한 일정 정도의 정책적 배려가 시급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파일럿 콘텐츠의 제작에 대해 국내 콘텐츠 제작사는 많은 부담을 느끼고 있다”며 “최근 이같은 콘텐츠 제작 비용을 R&D 비용으로 책정해 세재 혜택을 주는 방안을 고려해줬으면 한다”고 조언했다. 

이희주 콘텐츠웨이브 실장은 “콘텐츠 산업과 플랫폼 산업은 결코 따로 생각할 수 있는 분야가 아니다”라며 “플랫폼 업계가 망하게 된다면 대한민국의 K-콘텐츠의 갈길도 쉽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전했다.

토종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웨이브의 이희주 실장도 "콘텐츠 산업은 레거시 미디어에 더해 새로운 플랫폼 사업자들이 생기면서 일시적인 중흥기를 맞이하겠지만, 로컬 미디어 산업은 위기가 왔다"며 "플랫폼과 콘텐츠를 분리해서 생각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희주 콘텐츠웨이브 실장은 “콘텐츠 산업과 플랫폼 산업은 결코 따로 생각할 수 있는 분야가 아니다”라며 “플랫폼 업계가 망하게 된다면 대한민국의 K-콘텐츠의 갈길도 쉽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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