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1일 오전 경기 화성시 LH 임대주택 100만호 기념단지인 동탄 공공임대주택에서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와 함께 살고 싶은 임대주택 보고회에 참석하고 있다. 변 후보자는 과거 부적절한 발언이 공개되면서 야당으로부터 자진 사퇴 압박을 받고 있다./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1일 오전 경기 화성시 LH 임대주택 100만호 기념단지인 동탄 공공임대주택에서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와 함께 살고 싶은 임대주택 보고회에 참석하고 있다. 변 후보자는 과거 부적절한 발언이 공개되면서 야당으로부터 자진 사퇴 압박을 받고 있다./뉴시스

시사위크=김희원 기자  여권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 사태와 부동산 정책 후폭풍, ‘추미애‧윤석열 사태’ 등으로 수세에 몰린 가운데 ‘변창흠 리스크’까지 불거지면서 난감해 하고 있다.

내년 4월 재보궐 선거가 4개월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최근 문재인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의 지지율은 현 정부 출범 이후 최저치를 기록하는 등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21일 발표된 리얼미터 조사 결과를 기준으로 문 대통령의 지지율은 3주 연속 30%대를 기록했고, 민주당 지지율은 3주 연속 국민의힘에게 추월을 허용했다.

민주당은 내년 4월 재보선에서 반드시 승기를 잡아 차기 대선 승리의 발판을 마련하겠다는 각오를 다지고 있지만, 민심은 시간이 흐를수록 더 악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변창흠 리스크’까지 불거지면서 민심 이반을 더 부추기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의 인성을 의심케 하는 과거 발언들이 알려지면서 정치권 안팎에서는 지명 철회와 자진 사퇴 촉구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 야당, ‘변창흠 낙마 1순위’ 정조준

변 후보자는 서울주택도시공사(SH) 사장 시절 청년 노동자와 인간 생명에 대한 최소한의 존중도 찾아보기 힘든 언행을 하고 ‘위험의 외주화’에 대해 무지함을 드러낸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충격을 줬다.

국민의힘 김은혜 의원이 공개한 SH공사 내부 회의록에 따르면, 변 후보자는 2016년 서울메트로 하청업체 직원이던 19살 김군이 구의역에서 스크린도어를 정비하던 중 열차에 치여 목숨을 잃은 사건에 대해 “걔가 조금만 신경 썼었으면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될 수 있었다”며 “서울시 산하 메트로로부터 위탁받은 업체 직원이 실수로 죽은 것”이라고 언급했다.

민주당이 야당이던 당시 문재인 대통령은 ‘구의역’ 사고에 대해 “새누리당 정권이 추구하고 방치한 이윤 중심의 사회, 탐욕의 나라가 만든 사고인 점에서 구의역은 지상의 세월호였다”고 주장했었다.

또 변 후보자는 주5일 근무에 대해 “주5일을 하면 ‘돌관작업’이고 뭐고 아무것도 안 된다”며 “솔직히 토요일이나 일요일도 비상으로 했으면 좋겠다”고 주장했다. 장비와 인력을 집중 투입해 휴일·야간 작업 등으로 단시일에 끝내는 돌관공사는 산업재해의 주된 요인으로 꼽혀왔다. 이 때문에 변 후보자가 장시간 노동과 안전불감증, 산재에 대한 인식이 안이하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변 후보자가 공유주택(셰어하우스) 사업에 대한 논의 과정에서 ‘해외의 공동 식당’ 사례를 듣고 “못사는 사람들은 밥을 집에서 해 먹지 미쳤다고 사 먹느냐”고 언급한 것도 공개됐다. 이는 공유주택 입주자를 비하했다는 비판을 불러왔다.

변 후보자는 21일 국회에 제출한 답변자료를 통해 논란이 된 발언에 대해 사과 입장을 밝혔다. 변 후보자는 “발언의 취지와 관계없이 저로 인해 마음의 상처를 입으신 분들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면서 “앞으로 공직 후보자로서 더 깊게 성찰하고 더 무겁게 행동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국민의힘은 최근 지명된 장관 후보자들 가운데 변 후보자를 ‘낙마 1순위’로 꼽고 지명 철회를 촉구하며 대여 압박을 가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23일 예정된 변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도덕성 문제를 집중적으로 파고들 것으로 보인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입장문을 내고 “국민 분노와 짜증을 유발하는 불량 후보를 당장 지명 철회하는 것이 상식에 맞을 것”이라며 “대통령과 여당에 촉구한다. 변 후보 같은 인물이 국회 인사청문회장에 서는 것 자체가 국민적 모독이라는 성난 민심에 귀를 기울이길 바란다”고 밝혔다.

구의역 사고로 숨진 김군의 동료들도 변 후보자의 사퇴와 청와대의 지명 철회를 촉구했다. 서울교통공사노조 PSD지회 등은 지난 20일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문재인 정부가 이같은 인식을 가진 장관을 임명하는 것은 스스로 반노동적임을 실토하는 행위”라며 “유가족과 동료의 고통을 헤아린다면 막말 당사자의 지명을 철회하고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에 힘을 쏟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21일 열린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는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의 과거 부적절한 발언에 대해 유감을 표하는 목소리가 나왔다./뉴시스(공동취재사진)
21일 열린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는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의 과거 부적절한 발언에 대해 유감을 표하는 목소리가 나왔다./뉴시스(공동취재사진)

◇ 민주당 “변창흠 인식 유감” 

민주당은 ‘변창흠 리스크’까지 불거지자 난감한 기색이다. 변 후보자의 정책적 소신을 둘러싼 논란이 아니라 그의 인성을 의심케 하는 발언들이 문제가 되자 민심에 미칠 파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현재 야당의 반응을 보면 변 후보자에 대한 국회 청문보고서 채택은 이뤄지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야당이 공수처법 개정안 등 쟁점 법안 처리를 ‘입법 독재’라고 공격을 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여당 입장에서는 논란의 중심으로 떠오른 변 후보자 임명을 강행하기에 부담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그러나 민주당 내에서는 변 후보자가 중도에 낙마할 경우 야당에게 정국 주도권을 빼앗길 수 있다는 우려도 감돌고 있다.

이 때문에 민주당은 변 후보자를 둘러싼 논란에 대해 최대한 몸을 낮추며 ‘민심 달래기’에 주력하면서도 지명 철회에는 선을 긋고 있다. 민주당은 변 후보자의 정책적 전문성을 부각시키는 방향으로 대응 전략을 세운 것으로 보인다.

박홍배 최고위원은 최고위원회의에서 변 후보자의 ‘구의역 김군’ 사고 관련 발언에 대해 “간부들에게 안전을 강조하려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보이지만, 사회구조적 문제로 인한 중대재해 사망사건을 고인 개인의 탓으로 인식한 점에 대해 유감을 표하지 않을 수 없다”며 “변 후보자는 김 군의 동료들과 유가족을 찾아뵙고 진심 어린 사과부터 하는 것이 도리라고 생각된다”고 강조했다.

박성민 최고위원은 KBS 라디오에 출연해 “부적절한 발언이 있었고 어떠한 해명이라도 무마는 잘 안 된다고 생각한다. 특히 구의역 김군과 관련한 발언은 굉장히 심각하다”고 밝히면서도 “지명 철회 등이 이뤄질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선을 그었다.

이원욱 의원은 B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일부 발언에 대한 논란이 증폭되고 있는 건 사실인데 전체 맥락을 봐 줬으면 좋겠다”며 “변 후보자가 보여왔던 주거 문제, 도시 재생에 대한 철학을 본다면 굉장히 훌륭한 후보자라고 생각한다”고 엄호했다.

민주당이 변 후보자 논란에 대해서 여론의 눈치를 살피면서도 정면 돌파를 선택했지만 야당의 공세가 계속되고,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결정적인 흠결이 추가적으로 드러날 경우 민심은 더욱 악화될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이 야당의 거센 반발에도 불구하고 임명을 강행할 경우 정국은 또다시 경색될 것으로 전망된다.

장성철 공감과논쟁 정책센터소장은 <시사위크>와 통화에서 “민주당 내에서 옹호 발언들이 나오는 것을 보면 민주당의 대응 방침이 세워진 것 같다”며 “인사청문회는 정책 검증이 아니라 도덕성 검증으로 여야간에 진흙탕 싸움이 펼쳐지게 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이어 “국민들은 변 후보자의 능력을 떠나서 과연 장관으로서 인격과 품격을 갖췄느냐에 대해 의구심을 갖고 있다”며 “문 대통령과 민주당이 변 후보자 임명을 강행한다면 현 정부의 오만한 모습에 대한 국민들의 분노가 더욱 더 쌓이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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