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중견건설사 회장인 부친의 ‘일감 몰아주기’ 등 편법 증여로 거액의 재산을 형성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국민의힘 전봉민 의원이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탈당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뉴시스
부산 중견건설사 회장인 부친의 ‘일감 몰아주기’ 등 편법 증여로 거액의 재산을 형성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국민의힘 전봉민 의원이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탈당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뉴시스

시사위크=정호영 기자  부산 중견 건설사 오너인 부친의 편법 증여로 거액의 재산을 형성한 의혹을 받는 전봉민 국민의힘 의원이 22일 전격 탈당했다. 전 의원이 별도 기자회견을 통해 자진 탈당하는 그림이 연출됐지만, 사실상 출당된 것이나 다름없다는 평가가 나온다. 전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도의적 책임을 지고 당적을 내려놓기로 결심했다”고 밝혔다.

전 의원에 대한 의혹이 제기된 직후 국민의힘은 즉각 상황 파악에 나섰다. 주호영 원내대표가 이날 당 차원의 진상조사 입장을 밝힌 후 반나절이 채 지나기 전에 전 의원의 탈당이 이뤄졌다.

국민의힘은 신속한 대처로 불길을 우선 진화했다. 하지만 ‘야당의 시간’으로 불리는 국회 인사청문회가 포문을 연 상황에서 부지불식간 벌어진 초대형 악재로 대정부 공세에 스텝이 꼬인 셈이 됐다.

◇ 전봉민 “도의적 책임 지겠다” 

MBC는 지난 20일 전 의원과 동생들이 만든 회사가 부친이 운영 중인 건설사로부터 도급공사·아파트 분양사업 등 ‘일감 몰아주기’를 받아 사실상 편법 증여했다는 의혹을 보도했다.

지난 8월 국회공직자윤리위원회가 공개한 신규등록의원 재산신고 내역에 따르면, 전 의원은 914억1,445만원을 신고했다. 21대 국회의원 전체 1위다. 재산 대부분은 해당 회사 지분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MBC 취재 과정에서 전 의원 부친이 보도 무마를 조건으로 “도와달라. 3천만원을 갖고 오겠다. 나하고 인연을 맺으면 끝까지 간다”며 매수 시도를 하는 장면이 공개되기도 했다.

이와 관련, 전 의원은 “아버지의 부적절한 발언으로 물의를 일으킨 데 대해 아들로서 국민과 당원 여러분께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일감 몰아주기·증여세 납부 등 기존 제기된 의혹에 대해서는 “정상적인 절차·규정에 따라 납부했다”고 반박하면서 “이번 일을 계기로 자신과 가족을 돌아보는 성찰의 기회로 만들겠다”고 했다.

탈당 선언과 관련해 당 지도부와 교감이 있었냐는 질문에 전 의원은 “그런 부분보다는 아버지의 발언 부분, 당에 누가 되기 때문에 스스로 판단했다”며 선을 그었다. 다만 전 의원의 결심 배경에는 당 차원의 진상조사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관측된다. 사건 보도 이후 전 의원은 이틀간 별다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화상 원내대책회의를 마친 뒤 취재진의 관련 질문에 “그 문제를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도 말씀하셨다”며 “현재 진상을 파악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방송 내용, 방송에 보도된 사안들의 사실 여부, 전 의원의 입장을 청취하고 있다”며 “정리가 끝나면 당 입장을 밝히겠다”고 말했다.

성일종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도 이날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검증과정을 거쳐보고 본인 이야기를 들어본 다음 당이 대응할 수 있는 부분이 있는지 검토하겠다”며 “어떤 배경에서 이런 게 나왔는지 실질적으로 이야기를 들어보면 당에서 어떻게 해야 될 것인지 방향성이 나올 것”이라고 했다.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이 지난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뉴시스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이 지난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뉴시스

전 의원 탈당으로 국민의힘 전체 의원 수는 102명으로 줄어들었다. 지난 9월 이해충돌 논란으로 자진 탈당한 박덕흠 의원에 이은 2호 탈당이다. 개헌저지선인 101석보다 1석 많게 됐다. 이에 따라 김태호·윤상현 무소속 의원 등의 복당 문제도 재차 거론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정치권 관계자는 이날 <시사위크>와 통화에서 “문제가 더 커지기 전에 전 의원을 정리한 것은 적절한 판단이다. 사실상 출당 아니겠나”라며 “의석 수가 계속 줄고 있으니 (무소속) 복당 이야기가 나올 수는 있겠지만 시급한 것은 청문회와 공수처 문제”라고 지적했다.

범여권은 전 의원의 책임 있는 사퇴를 주장하고 나섰다. 특히 인사청문회 정국에서 철벽 방어에 나서야 할 더불어민주당은 역공 기회로 판단, 국민의힘을 향한 파상공세에 나섰다.

이소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당 원내대책회의에서 “전형적인 정치인 이해충돌 사례”라며 “국민의힘이 제1야당으로서 책임있는 조사와 출당 등 조치를 해야 하고, 전 의원은 즉각 의원직을 사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정애 민주당 정책위의장도 “전 의원 부친이 언론인에 3천만원을 건네며 보도 무마를 시도했다는 게 기사화됐다”며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 금지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즉각적 조치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부산시의회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단도 이날 부산시의회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 의원 의혹에 대한 사법당국의 진상 규명 및 엄정 수사를 촉구했다. 이들은 부산시의회 차원의 특별조사위원회를 구성해 자체 진상조사에 들어갈 방침이다.

장태수 정의당 대변인도 이날 브리핑을 통해 “전봉민 의원은 역시 제2의 박덕흠”이라며 “국민의힘의 공식은 역시 꼬리자르기”라며 전 의원의 탈당을 혹평했다. 장 대변인은 “전 의원이 아버지를 대신해 사과할 필요가 없다. 사법기관 수사를 통해 범죄 혐의를 밝힐 일”이라며 “공무에 바쁜 의원직을 내려놓고 충분한 시간을 갖고 성찰하길 권한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