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시장의 기술 정체기가 시작되면서 소비자들은 더이상 ‘혁신’과 신선함을 스마트폰에서 느끼질 못하고 있다. 따라서 스마트폰 시장에 새바람을 일으켜줄 수 있는 ‘게임 체인저(Game changer)’가 필요한 시점이며, 전문가들은 ‘폴더블폰’이 게임 체인저의 후보가 될 수 있다고 기대한다./ 사진=삼성전자·뉴시스, 그래픽=박설민 기자

시사위크=박설민 기자  영화 ‘쥬라기 월드’에서 공원의 총책임자는 “처음 공원을 개장한 몇 년 동안은 전례 없는 흥행을 자랑했지만, 이젠 아이들이 공룡에 익숙해져 마치 코끼리를 보듯 여긴다”고 말한다. 처음엔 신기한 공룡에 매료된 관람객들에 북새통을 이뤘지만, 얼마 못 가 새로운 공룡이 등장하지 않으면 별다른 흥미를 느끼지 못한다는 것을 묘사한 것이다.

스마트폰 시장 역시 영화 속 ‘쥬라기 공원’과 사정이 비슷하다. 미국 IBM사가 1992년 최초의 스마트폰을 선보인 이후 2007년 애플이 ‘아이폰’을 출시하면서 세계 휴대폰 시장의 패러다임은 완전히 바뀌었다. 이후 우리나라 삼성전자와 LG전자, 중국의 화웨이와 샤오미 등 세계적인 IT기업들이 서둘러 스마트폰 시장에 뛰어들면서 ‘스마트폰 르네상스’가 시작됐다. 

하지만 13년의 시간이 흐르고 스마트폰 시장에서 수많은 신제품이 쏟아오면서 소비자들이 예전처럼 스마트폰 신제품들에서 ‘혁신’ ‘신선함’ 등을 느끼는 것은 힘들어졌다. 마치 공룡에 흥미를 잃어버린 쥬라기 공원의 관람객들처럼 말이다.

따라서 스마트폰 시장에 새바람을 일으켜줄 수 있는 ‘게임 체인저(Game changer)’가 필요한 시점이라 볼 수 있다. 과거 정체돼 갔던 휴대폰 시장의 패러다임을 완전히 바꿔버린 스마트폰 ‘아이폰’처럼 말이다. 이것이 업계 관계자 및 전문가들은 정체돼 가는 스마트폰 시장의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는 후보로 플렉서블 OLED 기반의 ‘폴더블폰’을 주목하는 이유다.

폴더블폰이 스마트폰 시장의 게임 체인저로 주목받는 이유는 '대화면'이 가장 큰 이유다. 접었다 필 수 있는만큼 기존 스마트폰 모델들보다 훨씬 큰 화면을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삼성전자의 폴더블폰 갤럭시Z 폴드2는 접었을 때는 디스플레이 크기가 6.2인치로 갤럭시노트20 울트라보다 작지만, 펼쳤을 때는 7.6인치로 0.7인치가량 커진다./ 삼성전자

◇ 폴더블폰, 대화면·차별화된 디자인·시장 성장성 좋다

폴더블폰이 새로운 스마트폰 시장의 게임 체인저로 주목받는 가장 큰 이유는 역시 커다란 ‘대화면’이라 볼 수 있다. 최근 스마트폰 시장에선 스마트폰 기반의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AR(증강현실), 고사양의 게임 이용자 수가 급증하고 있는 만큼 커다란 화면 크기에 대한 소비자들의 요구가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확실히 폴더블폰의 접었다 펴는 플랙시블 디스플레이는 LCD, OLED로 구성된 기존 디스플레이 형태의 스마트폰 모델들보다 향후 시장 확보에서 유리하다고 볼 수 있다. 이는 삼성전자의 폴더블폰과 갤럭시노트를 기준으로 화면 크기를 비교해보면 확연히 체감된다.

삼성 스마트폰 모델 중 가장 큰 화면을 가진 갤럭시노트20 울트라의 메인 디스플레이 크기는 6.9인치다. 반면 삼성전자의 폴더블폰 갤럭시Z 폴드2는 접었을 때는 디스플레이 크기가 6.2인치로 노트보다 작지만, 펼쳤을 때는 7.6인치로 0.7인치가량 커진다. 또 다른 삼성전자의 폴더블폰 모델인 갤럭시Z 플립의 경우 접었을 땐 화장품 콤팩트 케이스 정도 크기이지만, 펼치면 일반 스마트폰 화면 크기로 커진다.

폴더블폰의 눈에 띄는 디자인 역시 소비자들의 시선을 끌기에 안성맞춤이다. 현재 애플이나 삼성 등 세계 스마트폰 시장을 이끄는 제품들의 생김새는 ‘까만 화면’의 길쭉한 네모판으로 비슷비슷하다. 때문에 진열장에 반쯤 핀 책처럼 전시된 폴더블폰의 모습은 메모리나 카메라 등 내부 사양은 타 스마트폰과 큰 차이가 없음에도 소비자들에겐 훨씬 높은 수준의 제품으로 느껴질 수 있다.

폴더블폰은 ‘까만 화면’의 길쭉한 네모판이라는 기본적인 모습과는 다른 디자인이 가능해 일반 스마트폰보다 소비자들의 눈길을 사로잡기 유리하다. / 삼성전자

시장 성장성 면에서도 폴더블폰은 게임 체인저로써의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되는 상황이다. 지난해 초까지만 해도 ‘실험적’ 제품 정도로만 여겨졌던 폴더블폰은 올해 들어 시장이 급격히 커지고 있으며, 내년부터 폭발적인 성장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된다. 

실제로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23일 발표한 자료에서 올해 글로벌 폴더블폰 출하량은 280만대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며, 오는 2021년엔 올해보다 두 배 이상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한 2022년 하반기에는 애플의 첫 폴더블폰 모델도 출시될 것으로 예상돼 약 1,700만대 규모의 폴더블폰이 출하될 것으로 예상했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 임수정 연구원은 “애플이 폴더블 시장에 진입하면서 북미 지역에서의 판매가 활성화 되고, 디스플레이패널 수급이 원활해 지면서 디스플레이 가격이 내려갈 때 폴더블 시장은 본격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 시기는 빠르면 2022년 하반기, 늦어도 2023년쯤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삼성이 폴드와 플립 형태의 폼팩터를 계속 테스트하면서 시장 반응을 살피는 가운데 LG전자를 비롯한 주요 스마트폰 제조사들 역시 차기 전략 제품으로 롤러블폰 등을 언급하고 있다”며 “미래 스마트폰 시장을 이끌 최적의 폼팩터를 찾기 위한 기업들의 경쟁이 점차 가열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폴더블폰이 스마트폰 시장에서 완전한 게임 체인저로 자리잡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내구성 문제 해결일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2월 삼성전자가 자사 최초로 출시한 폴더블폰 모델인 ‘갤럭시 폴드’는 힌지(경첩) 부분에 이물질이 들어가 기기가 부러져 버리거나 한쪽 디스플레이가 고장나 반만 작동하는 등 전반적으로 내구도가 좋지 않았다는 평을 받은 바 있다. 사진은 한쪽 디스플레이가 망가진 갤럭시 폴드의 모습./AP, 뉴시스

◇ 전문가들, “폴더블폰, 게임 체인저 되기 위해선 내구성과 가격문제 잡아야”

전문가들은 폴더블폰이 스마트폰 시장에서 완전한 게임 체인저로 자리잡기 위해선 내구성과 가격 등의 남은 과제를 해결해야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내구성 문제는 지난 2018년 11월 중국 스타트업 로욜(Royole)이 세계 최초 폴더블 스마트폰 ‘플렉시파이’를 출시했을 당시부터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는 문제점이다. 당시 로욜에서 플렉시파이를 공개했을 당시 세계 IT업계의 주목을 받았으나, 얼마 안가 가운데 패널을 접었다 폈을 때 접히는 부분이 부풀어오르며 울어버리는 현상이 발생해 ‘전시용’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현재 폴더블폰 시장의 73%를 차지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삼성전자도 폴더블폰 내구성 문제로 골머리를 앓은 바 있다. 지난해 2월 삼성전자가 자사 최초로 출시한 폴더블폰 모델인 ‘갤럭시 폴드’는 힌지(경첩) 부분에 이물질이 들어가 기기가 부러져 버리거나 한쪽 디스플레이가 고장나 반만 작동하는 등 전반적으로 내구도가 좋지 않았다는 평을 받았다. 

올해 8월 출시된 갤럭시 폴드의 후속작인 갤럭시Z 폴드2는 내구성 문제에서 보강된 듯 하다. 실제로 미국의 IT기기 테스트 유튜버인 JerryRigEverything는 지난 10월 “긁힘, 이물질, 고온, 휘어짐 등을 테스트한 결과 전작 갤럭시 폴드보다 훨씬 우수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평가했다.

삼성증권 연구팀(황민성 수석연구위원 외 2명)은 지난 6월 발간한 ‘samsung virtual conference- Tech semiconductor’ 보고서에서 “2021년 폴더블폰이 스마트폰 시장의 게임 체인저가 되기 위해선 내구성과 가격이 중요할 것으로 판단된다”며 “가격 하락 및 내구성이 더욱 강화될 필요가 있기에 오는 2023년까지 정도까지는 게임 체인저 역할을 하긴 어렵다고 판단된다”고 밝혔다.

다만 “폴더블폰은 지지부진한 스마트폰 시장 내의 유일한 위안거리”라며 “삼성전자의 경쟁력 회복에 키가 될 것으로 판단되며, 성장성이 좋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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