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이민지 기자 올해도 안방극장은 전반적으로 좋은 작품, 재밌는 작품만이 시청자들의 선택을 받았다. 다양한 장르‧소재의 드라마들이 브라운관을 채웠지만, 모바일 기기를 통한 시청자들의 콘텐츠 소비가 증가함에 따라 시청률을 전반적으로 감소세를 보였다.
◇ SBS, 화려한 히트작 릴레이… KBS‧MBC, 초라한 성적표
SBS가 지상파 3사 중 가장 좋은 성적을 얻었다. 지난 2월 종영한 ‘낭만닥터 김사부2’는 30%에 육박하는 시청률을 달성, 기분 좋은 한 해의 시작을 알렸다. 다양한 플랫폼의 발달로 시청률 10% 돌파가 하늘의 별따기가 된 상황 속 눈에 띄는 성과다.
‘낭만닥터 김사부2’는 2017년 종영한 시즌1과 동일하게 한석규(김사부 역)를 중심으로 돌담병원에서 일어나는 에피소드들을 다뤄 큰 사랑을 받았다. ‘낭만닥터 김사부2’는 최고 시청률 27.1%(이하 닐슨코리아 전국가구 기준)를 기록, 지상파 시즌제 드라마 최초로 20% 시청률을 돌파했다.
무엇보다 올해 SBS가 좋은 성적을 얻을 수 있었던 데엔 신인 작가들의 공이 크다. ‘아무도 모른다’를 시작으로 ‘굿캐스팅’ ‘스토브리그’ ‘하이에나’까지 신인 작가의 작품들이 시청률 10%를 돌파하며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해줬다. 특히 신예 이신화 작가가 쓴 ‘스토브리그’는 흔한 로맨스 하나 없이 신선한 소재와 탄탄한 구성으로 시청률 ‘홈런’을 날렸다. 그동안 조명된 적 없었던 ‘프로야구 프런트의 세계’를 다룬 ‘스토브리그’는 최고 시청률 19.1%를 기록했다. 스포츠를 소재로 다룬 드라마로는 이례적인 흥행이다.
반면 KBS2TV와 MBC는 큰 두각을 드러내지 못했다. 먼저 KBS2TV는 지난해 ‘닥터 프리즈너’ ‘저스티스’ ‘동백꽃 필 무렵’ 등 여러 흥행작들을 보인 데 반해, 올해는 ‘99억의 여자’만 시청률 10%를 가까스로 넘겼다. 지난 1월 종영한 ‘99억의 여자’는 최고 시청률 11.6%를 보였고, 박해진 주연의 ‘포레스트’가 최고 시청률 7.4%로 뒤를 이었다. 다만, ‘사랑은 뷰티풀 인생은 원더풀’ ‘한 번 다녀왔습니다’ 등 주말드라마가 20%를 넘는 시청률을 유지해 체면치레했다.
KBS2TV는 젊은 시청자들을 공략한 드라마를 다수 편성했지만 큰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웹드라마 스타’ 이신영과 신승호를 주연으로 내세운 ‘계약우정’이 8부작으로 방영됐으나 시청률 2.7%에 그쳤고, 인기 동명 웹툰을 리메이크한 ‘어서와’는 0%대 시청률을 기록해 아쉬움을 자아냈다. 또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웨이브와 공동 제작한 ‘좀비탐정’은 시청률 3.7%로 기대에 못 미치는 성과를 얻었다.
지난해에 이어 MBC는 저조한 행보를 보였다. 올해 MBC가 선보인 드라마는 12편(일일드라마 제외)이며, 이 중에서 가장 높은 시청률을 기록한 작품은 ‘꼰대인턴’이다. 지난 7월 종영한 ‘꼰대인턴’은 ‘꼰대’라는 핫한 사회적 키워드를 불편하지 않게 녹여내며 최고 시청률 7.1%를 기록했다.
MBC는 미스터리물을 유독 많이 선보이며 시청률 반등을 노렸다. ‘365: 운명을 거스르는 1년’을 시작으로 ‘더 게임: 0시를 향하여’ ‘미쓰리는 알고 있다’ ‘십시일반’ ‘카이로스’까지. 추리 본능을 일깨우는 이야기들로 편성표를 가득 채웠으나, 3~5%대 시청률을 전전하며 흥행작을 탄생시키진 못했다.
◇ JTBC, ‘부부의 세계’에서 멈춘 흥행가도
JTBC는 ‘이태원 클라쓰’ ‘부부의 세계’, 단 두 작품으로 존재감을 과시했다. 지난 3월 종영한 ‘이태원 클라쓰’는 동명 웹툰을 리메이크한 작품이다. 원작자 조광진 작가가 대본 집필에 직접 참여, 웹툰 이상의 재미를 구현시키며 원작 팬들의 호평을 얻었다. ‘이태원 클라쓰’는 첫 회 시청률 5.0%(이하 닐슨코리아 유료가구 기준)로 시작해 16.5%로 막을 내렸다.
기세를 몰아 지난 5월 종영한 ‘부부의 세계’는 비지상파 역대 최고 시청률을 갈아치웠다. 영국 BBC 드라마 ‘닥터 포스터’를 리메이크한 ‘부부의 세계’는 섬세한 연출력, 한국 감성에 맞춘 탄탄한 스토리, 김희애·박해준·한소희 등 빈틈없는 배우들의 열연까지 3박자를 완벽하게 충족시키며 시청자들을 끌어당겼다. 차원이 다른 현실적인 부부 이야기에 안방극장은 후끈 달아올랐고, ‘19세 이상 관람가’로 편성됐음에도 신드롬급 인기를 구가했다.
‘부부의 세계’는 최고 시청률 28.4%를 달성했다. 이는 지난해 큰 사랑을 받은 ‘SKY 캐슬’(최고 시청률 23.8%)보다 높은 수치다.
하지만 ‘부부의 세계’ 이후로 히트작이라고 불릴만한 작품은 나오지 않았다. ‘부부의 세계’ 후속작으로 방영된 ‘우아한 친구들’은 전작의 그림자를 벗지 못하고 최고 시청률 5.1%에 그쳤다. 또 5년 전 발생한 살인사건을 추적하는 형사 이야기를 다룬 ‘모범형사’가 탄탄한 스토리로 입소문을 타며 시청률 7.6%를 기록했다. 좋은 성적이긴 하나, ‘히트작’이라고 부르기엔 부족한 결과다.
이 밖에도 JTBC는 올 하반기 ‘우리, 사랑했을까’ ‘사생활’ ‘18어게인’ ‘경우의 수’ 등 다채로운 작품을 선보였지만 1~3%대 시청률에 그쳐 아쉬움을 자아냈다.
◇ tvN, ‘보는 즐거움’으로 꽉 잡은 화제성
올 한 해 tvN은 20편이 넘는 드라마를 방영, 가장 많은 작품을 선보였다. 단순히 양만 충족시킨 것이 아니다. tvN은 현빈·손예진·김태희·김수현·수지·박보검 등 화려한 배우 라인업으로 ‘보는 즐거움’을 선사했다.
지난 2월 종영한 ‘사랑의 불시착’은 현빈과 손예진의 설렘 가득한 ‘로맨스 케미’와 김정난·김선영·김영민·박명훈·장혜진 등 구멍 없는 배우들의 연기가 절묘하게 조화를 이루며 이목을 사로잡았다. ‘사랑의 불시착’은 시청률 6.1%(이하 닐슨코리아 유료가구 기준)로 시작, 21.7% 최고 시청률을 찍으며 흥행에 성공했다.
상반기에 김태희 주연의 ‘하이바이, 마마!’가 49일 리얼 환생 프로젝트를 다뤄 시청률 6.5%를 기록했다. 하반기에는 김수현·서예지·오정세 주연의 ‘사이코지만 괜찮아’가 정신 병동 보호사와 인기 동화 작가의 사랑 이야기로 시청률 7.3%를 기록하는가 하면, 수지·남주혁·김선호 주연의 ‘스타트업’이 최고 시청률 5.4%를, 박보검·박소담 주연의 ‘청춘기록’이 청춘들의 이야기로 최고 시청률 8.7%를 기록했다.
시즌제 드라마도 맹활약했다. 지난 5월 종영한 ‘슬기로운 의사생활’은 ‘슬기로운 감빵생활’을 연출한 신원호 감독과 이우정 작가가 다시 한 번 의기투합한 작품으로, 조정석·유연석·정경호·김대명·전미도의 ‘절친 케미’가 빛을 발하며 방영 내내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현실감 넘치는 의사들의 일상과 그 안에서의 사람 냄새나는 이야기들은 시청자들을 매료시켰다. ‘슬기로운 의사생활’은 최고 시청률 14.1%를 기록했으며, 내년 ‘시즌2’로 돌아온다.
‘비밀의 숲2’도 빼놓을 수 없다. ‘비밀의 숲’ 다음 시즌으로 방영된 ‘비밀의 숲2’는 검찰과 경찰의 수사권 쟁취를 위한 대립을 긴장감 넘치게 그려냈으며, 조승우·배두나·윤세아 등 배우들의 탄탄한 연기가 이야기에 힘을 더했다. 특별한 것 없어 보이는 통영 대학생 사망 사건을 시발점으로 서동재(이준혁 분) 검사 납치 사건, 대기업 한조를 둘러싼 스폰서 사건 등 이야기를 확장, 극 후반부에 퍼즐들이 하나 둘 맞아 떨어지며 짜릿한 쾌감을 자아냈다. ‘비밀의 숲2’는 시청률 9.4%를 달성했다.
이 외에도 tvN은 다양한 장르와 소재를 다루며 다채로운 볼거리를 선사했다. 지난 3월 종영한 ‘방법’은 ‘방법사’라는 신선한 캐릭터를 극 중심에 내세워 안방극장에 오싹함을 자아냈다. 영화 ‘부산행’ 연상호 감독이 대본을 직접 집필, 영화 ‘곡성’을 능가하는 굿 장면과 소름끼치는 주술 장면 등을 담아내며 오컬트 마니아들의 흥미를 자극했다. 12부작으로 편성된 ‘방법’은 첫 회 시청률 2.5%로 출발해 마지막회 6.7%로 막을 내렸다.
8부작으로 방영된 ‘산후조리원’은 국내 최초 산후조리원 세계를 유쾌하면서도 현실적으로 담아내 화제를 모았다. 엄지원·박하선·최리 등 출산한 산모로 분한 배우들의 실감 나는 연기는 드라마의 생동감을 더했고, 탄탄한 애청자층을 형성했다. ‘산후조리원’은 최고 시청률 4.2%를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