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진선미 국토교통위원장이 국민의힘 의원들이 항의 속에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 인사청문보고서를 채택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뉴시스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진선미 국토교통위원장이 국민의힘 의원들의 항의 속에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 인사청문보고서를 채택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뉴시스

시사위크=정호영 기자  국회 국토교통위원회가 28일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경과보고서 채택을 강행했다. 국토위 소속 국민의힘 의원들이 표결에서 전원 기권표를 던진 것을 감안하면 사실상 더불어민주당 단독 처리다.

SH(서울주택도시공사) 사장 시절 지인 부정채용·블랙리스트 작성 의혹 등 논란의 중심에 선 변 후보자는 국토부 장관으로서 부적격자라는 게 국민의힘의 판단이다. 국민의힘은 변 후보자 청문보고서 채택 여부와 관계없이 혐의에 대해 법적 대응에 나설 방침이다.

국회 청문보고서 채택에 따라 공은 청와대로 넘어갔다. 문재인 대통령이 재가하면 신임 국토부 장관이 되는 동시에 현 정부 들어 야당 의사와 관계없이 임명되는 26번째 장관이 된다. 인사청문회가 사실상 무용지물이 됐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 국민의힘, 변창흠 형사고발 계획

국회 국토위는 이날 국회에서 가진 전체회의에서 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경과보고서를 채택했다. 안건은 국토위 소속 국민의힘 의원 9명 전원이 기권한 가운데 나머지 민주당 의원들이 찬성에 몰표를 던지면서 찬성 17표·기권 9표(재석 26인)로 가결됐다.

국민의힘은 진선미 국토교통위원장석에서 ‘지명 철회’, ‘원천 무효’ 등의 구호를 외치며 항의에 나섰지만, 여당의 수적 우위 앞에서 역부족이었다. 진 위원장은 “현안이 많은 상황에서 보고서가 채택 안 된 상태로 시간이 가는 것은 옳지 않다”며 투표를 진행했다.

앞서 국민의힘 의원들은 이날 국토위 전체회의 전 국회에서 가진 기자회견을 통해 “변 후보자는 국민이 원하는 부동산 시장을 안정시킬 능력이 없다”며 “국토교통 분야 전문성은 차치하고 도덕성과 품격에 많은 흠이 있는 것이 확인됐다”고 주장하며 지명 철회 및 채택안 강행 중단을 요구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도 이날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온갖 비상식적 망언에 더해 블랙리스트 작성 의혹, 지인 특재 의혹 등 문제가 한 두 가지가 아니다”라며 “블랙리스트 작성 혐의, 부정채용 혐의로 변 후보자를 형사고발하겠다”고 말했다.

변 후보자는 SH 사장 시절 블랙리스트 작성 의혹 및 지인 부정채용 의혹을 받고 있다. 지난 2017년 변 후보자 사무실에서 SH 간부급 직원들의 정치 성향 등을 분석한 문건이 발견되면서다. 또 지난 2014년 11월부터 2017년까지 신규 임용된 SH 임직원 52명 중 18명이 변 후보자와 인맥·학연 등 인연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기간은 변 후보자의 SH 사장 재임 시절과 일치한다.

블랙리스트 의혹과 관련해 변 후보자는 지난 23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인사상 불이익을 받은 사례가 확인되지 않았으며 내용과 달리 승진, 연임한 사례가 다수 존재한다”고 반박했다.

그는 부정채용 의혹에 대해서는 “채용된 전문가들과 본인 학력·경력 등이 겹쳐 압력을 행사한 것으로 볼 수도 있지만 노동조합이 지켜보고 있는데 어떻게 그럴 수 있겠느냐”며 “모두 경쟁을 거쳐 채용됐고, 경쟁 과정에는 노조위원장도 참여했다”고 해명했다.

강준현 민주당 의원은 이날 변 후보자 청문보고서 채택 과정에서 “야당이 제기한 여러 의혹이 있지만 명백한 위법 행위가 확인되지 않았다”며 “의혹만으로 청문회를 통과하지 못하면 앞으로 많은 개혁 인사가 청문회 과정에서 좌절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의원들이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의 자진사퇴를 촉구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뉴시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의원들이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의 자진사퇴를 촉구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뉴시스

◇ 문재인 정부서 벌써 26번째

변 후보자가 야권 맹공을 비교적 손쉽게 넘어서면서 신임 국토부 장관에 오를 것이 확실시 된다. 마지막 절차인 문 대통령의 재가는 이르면 이날 중으로 마무리될 것으로 관측된다. 변 후보자가 최종 임명되면 문재인 출범 후 야당 동의 여부와 관계없이 임명된 26번째 장관급 인사가 된다.

앞서 임명된 장관급 25명 중 강경화 외교부 장관·추미애 법무부 장관 등 23명은 청문보고서 채택이 안 된 상태에서 문 대통령이 임명했고, 박지원 국가정보원장과 이인영 통일부 장관 등 2명은 민주당이 청문보고서를 단독 채택했다. 

26명은 과거 이명박(17명)·박근혜(10명) 정권에서 이뤄진 유사 사례를 합친 기록에 육박하는 수치다.

앞서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지난 18일 국회 국무위원 후보자 인사청문회 대책회의에서 “(문재인 정부는) 청문보고서가 채택되지 않은 사람, 부적격이 된 사람들에 대해서도 인사청문회 존재 이유와 관계없이 임명하고 있다”며 “이 정부에서 인사청문회가 사실상 무력화됐다”고 지적한 바 있다.

국민의힘과 국민의당 등 야권은 거세게 반발했다. 배준영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이날 구두논평에서 “이런 것을 의회 독재라 하지 않으면 무엇을 독재라 하나”라며 “(문 대통령이) 변 후보자 임명을 강행하면 대한민국은 24번째 부동산 정책실패 터널을 통과해 암흑의 터널로 진입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안혜진 국민의당 대변인도 이날 논평에서 “있으나 마나 한 청문회, 인재지변이 걱정인 나라”라며 “(민주당은) 이번 청문회 역시 국민 여론과 야당 의견 따윈 아랑곳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현 정권 인사시스템 무능은 더욱 돋보였고 국회는 거수기 역할에 불과함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됐다”고 했다.

친(親)정부 인사들이 청문보고서 채택 여부와 관계없이 잇따라 영전하면서 청문회가 사실상 요식행위로 전락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이날 <시사위크>와 통화에서 “인사청문회가 무용지물이 된 것”이라며 “청문회는 단순히 후보자를 국민에게 소개하는 자리가 아니라 국민의 묵시적 동의를 구하는 자리인데, 야당이 반대하는 사람을 그냥 앉힌다는 것은 야당을 지지한 국민 동의를 무시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비판했다.

신 교수는 “유일한 방법이 있다면 청문회 인준 대상을 국회의원 재적 3분의 2(200명) 이상으로 늘리는 것인데 여당에서 협조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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