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갈민 기자
한 항공사의 탑승 게이트 앞 상황. 지상직 직원이 탑승객들의 체온을 체크하고 있다. 그러나 탑승객들의 탑승 순서는 선착순으로 이뤄지고 있지만 기내에서 승객 간에 접촉이 불가피한 실정이다. / 제갈민 기자

시사위크=제갈민 기자  일부 국내 항공사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예방을 위해 탑승객들의 좌석을 구역별로 나눠 뒷좌석 승객 우선 탑승 조치를 시행하고 나섰다. 또 탑승 시 승객 간 거리두기를 시행하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 공항 탑승구역에서 이러한 대처를 하지 않고 있어 사실상 무용지물인 대책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뒷좌석 승객 우선탑승을 시행하고 나선 항공사는 대한항공과 제주항공이 대표적이다. 이러한 조치를 먼저 시행한 항공사는 제주항공이다.

제주항공은 지난 5월 13일부터 기존에 선착순으로 입장했던 항공기 탑승 방법을 바꿨다. 우선탑승 항공권을 소지한 고객이 먼저 탑승한 후, 20열 이후 좌석번호를 배정받은 고객이 탑승 하도록 했다. 보잉 737-800 기재 기준 20열은 항공기 날개 뒤편 좌석으로, 중간부터 후방 좌석 승객이 먼저 탑승하는 것이다.

대한항공도 지난 6월 10일 보도자료를 통해 ‘Back to Front’ 방식 존 보딩(구역별 탑승)을 실시하고 나섰다. 존 보딩은 비행기 좌석을 구역별로 나눠 뒤편 좌석 승객부터 우선 탑승하는 조치다. 대한항공은 존 보딩이 보다 원활하게 시행될 수 있도록 항공권에 구역(존) 번호를 추가로 표기했다. 구역 번호에 대해서는 탑승수속 카운터에서도 추가로 설명을 해주고 있다.

대한항공 존 보딩은 항공기 크기에 따라 2~3개 또는 2~4개 구역 등으로 세분화한다. 후방열 승객에게 빠른 번호가 부여되며, 예외적으로 유·소아 동반 승객, 노약자, 도움이 필요한 승객은 존 번호와 상관없이 우선 탑승이 가능하다.

또 에어부산을 비롯한 일부 항공사들은 승객 간 접촉을 최소화하기 위해 탑승수속 및 항공기 탑승 시 거리두기를 시행하고 나섰다.

하지만 이러한 조치는 최근 현장에서 지켜지지 않는 모습이다. 탑승객 다수가 서로 비행기에 먼저 탑승하려 해 앞좌석 승객들이 먼저 탑승하고 뒷좌석 승객이 나중에 탑승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실정이다.

대한항공과 제주항공은 뒷좌석 승객이 우선 탑승할 수 있도록 항공기 탑승 5분전부터 게이트 앞 데스크에서 직원들이 안내방송을 2~3회 실시하고 있다. 그러나 탑승 전 뒷좌석 승객 우선탑승 안내방송은 경청을 하지 않는다면 인지하기 어려운 정도다.

대한항공은 이러한 방송을 인지하지 못하는 것을 대비해 항공권에 구역 번호를 추가로 표기해 탑승 수속 시 탑승객들에게 안내하고 있다. 또 탑승 전 구역 번호별로 탑승을 순차적으로 진행하고 있어 그나마 나은 편이다.

그러나 제주항공은 탑승권에 구역 번호 표기도 없으며, 탑승수속 시 별도의 안내도 없는 상황이다. 탑승구 앞에는 별다른 안내표지판도 없다.

/ 제갈민 기자
목적지 도착 후 서로 먼저 나가려고 하는 탓에 승객들 간에 접촉이 불가피하다. / 제갈민 기자

이와 관련해 현장의 항공사 직원들에게 문의를 했으나 승객들의 탑승 순서에 대해 제재는 불가능하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한 항공사 지상직 직원은 “앞서 보도자료로 안내된 뒷좌석 우선탑승 내용은 강제성이 없는 권고사안”이라며 “그렇다보니 승객들이 빠르게 탑승하려 줄을 서서 기다리는 상황에 항공권 좌석번호를 일일이 확인하고 앞좌석 승객에 대해서만 조치를 취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여행객들의 이러한 모습은 비행기가 목적지에 도착한 후 하기 시에도 똑같이 나타났다. 비행기가 완전히 정지하자 너나 할 것 없이 모두가 일어나 기내 수하물을 빨리 꺼내서 내리려 하면서 승객들 간에 뒤엉키는 모습이 나타났다. 코로나19로 인한 거리두기가 무색한 정도다.

한 기내 승무원은 “하기 시에도 앞좌석 승객이 먼저 내리고 순차적으로 뒷좌석 승객이 내릴 수 있도록 기내 안내방송은 하고 있지만 승객들이 따라주지 않으면 어쩔 도리가 없다”며 “자세한 것은 본사 홍보팀을 통해 확인해주기 바란다”고 말을 아꼈다.

다수의 항공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상황에 전염을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로 항공사마다 거리두기나 순차적 탑승 등 대안을 마련해 시행하고 있다”며 “그러나 이는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을 시 항공보안법에 따라 처벌되는 것과는 다르게 항공사마다 개별적인 권고사안에 불과해 승객들이 따라주지 않는다면 현실적으로 이뤄지기는 힘든 게 현실”이라고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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