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서울시장 당선 이후 청사진을 제시하며 선거 레이스에 본격 시동을 걸었다. /뉴시스

시사위크=권신구 기자  내년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를 선언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당선 이후 청사진을 제시하며 본격 선거전에 시동을 걸고 완주 의지를 분명히 했다. 아울러 그는 야권 단일화가 유일한 승리 전략이라는 데도 재차 힘을 실었다. 그러나 단일화 방식에 대해선 국민의힘과 여전히 다른 입장을 내비치며 미묘한 신경전을 펼치는 모습이다.

안 대표는 28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서울시장 당선 후 비전을 제시했다. 무엇보다 그는 ‘정치보복’에는 뜻이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현 정권의 ‘적폐 청산’ 행보를 지적하며 대안으로서 야권의 이미지를 굳히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그는 “얼마 전 서울시 내부 사정을 잘 아는 분으로부터 소중한 충고의 말씀을 들었다”며 “전임 시장이 워낙 오래 시정을 장악하고 있었기에 어쩔 수 없이 시장의 사적 관심 사업에 동원된 서울시 공무원들이 야당 후보 당선에 상당한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는 이야기”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시장에 당선돼도 정치보복은 결코 없을 것”이라며 “지난 9년간 시정을 서울시가 미래로 가기 위한 축적의 시간으로 받아들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를 위한 방편 중 하나로 ‘서울미래비전위원회’ 설치도 약속했다. 시민사회와 능력있는 야권 정치인, 학계 정책 전문가, 기업인 등이 함께 모여 의제를 만들고 실행하는 데 집중하겠다는 취지다. 안 대표는 “제대로 된 시정 결산작업을 통해 서울의 변화와 혁신을 위한 미래전략 과제를 도출해 내고, 여기에 문제를 풀어내고 성과를 만들어내는 새롭고 창의적인 시정을 선보일 것”이라며 의지를 다졌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이날 발언에서도 국민의힘 당내 경선과는 거리를 두는 듯한 분위기를 자아내며 미묘한 신경전을 펼치는 모습이다. /뉴시스

◇ 단일화 방식에 미묘한 ′신경전′

안 대표가 이날 당선 이후 상황을 가정하며 이같은 메시지를 던진 데는 단일화를 앞두고 중심축을 자신에게 끌어 오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국민의힘은 여권에 대항하기 위한 단일화에 공감하고 있지만, 방식을 두고 안 대표와 여전히 입장차를 보이는 상황이다. 

국민의힘은 야권 후보들이 당내에서 경쟁하는 모습을 염두에 두고 있다. 안 대표에 이어 금태섭 전 의원이 서울시장에 출마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경쟁력 있는 외부 인사들이 당 밖에서 머물고 있다 보니 단일화 필요성도 더욱 높아지는 상황이다. 

그러나 당장 안 대표는 국민의힘 입당에 대해서는 미지근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앞서 그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논의는 가능하다”면서도 야권의 외연 확장 등의 조건을 내걸었다. 그간 안 대표가 야권 연대에 대해 ′야권의 혁신이 먼저′라고 주장한 것과 비슷한 맥락이다. 이렇다 보니 단일화를 둘러싼 양측의 신경전도 첨예해 지는 분위기다. 

안 대표는 이날 회의에서도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를 선언하면서 범야권 후보 단일화라는 승리 전략을 말씀드렸다”며 “당선되면 연립 시정을 통해 야권의 유능함을 보여드리고 정권교체의 교두보를 만들겠다는, 시정 운영의 기조와 각오도 말씀드렸다”고 말했다. 사실상 ′연립 시정′이라는 기조를 강조하며 국민의힘 입당과는 거리를 둔 것이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분주한 모습이 관측된다. 외연 확장을 위해 안 대표는 매력적인 카드이지만, 야권의 중심축이 안 대표에게 옮겨가는 것은 탐탁지 않은 상황이다. 이에 국민의힘 일각에선 ‘100% 국민경선’을 하자는 목소리가 새어 나오고 있다. 외부 인사에게 걸림돌로 여겨진 당원 20% 본경선 반영 비율 대신 100%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 경선을 치르자는 내용이다. 다만, 당내에서 입장이 갈리는 만큼 이를 어떻게 조율할 수 있을지가 관건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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