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경기도지사(좌)와 윤석열 검찰총장(우)이 각기 다른 여론조사 기관에서 대선주자 1위를 기록했다./뉴시스
이재명 경기도지사(좌)와 윤석열 검찰총장(우)이 각기 다른 여론조사 기관에서 대선주자 1위를 기록했다. /뉴시스

시사위크=김희원 기자  ‘추미애-윤석열 사태’ 여파로 차기 대선주자 경쟁구도가 요동치고 있는 가운데, 같은 날 공개된 대선주자 여론조사 결과가 크게 달라 궁금증을 자아내게 하고 있다.

리얼미터는 28일 오마이뉴스 의뢰로 지난 21~24일 전국 18세 이상 남녀 2,041명을 대상으로 조사(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2.2%포인트)한 결과, 윤석열 검찰총장이 전월보다 4.1%포인트 상승한 23.9%로 1위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뒤이어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각각 2.4%포인트와 1.2%포인트 하락하면서 나란히 18.2%를 얻어 2위를 기록했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같은 날 발표한 12월 차기 대통령 후보 적합도 조사(표본오차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에서는 이재명 지사가 11월 조사 대비 2.5%포인트 상승한 23.4%를 기록해 1위를 차지했다. 뒤이어 이낙연 대표는 전월 대비 4.3%포인트 하락한 16.8%를 얻어 2위를 기록했다. 3위인 윤석열 총장은 3.9%포인트 상승해 15.0%였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우선 두 기관의 여론조사 결과는 조사 방식에서 차이가 있다. 리얼미터는 무선 전화면접(10%) 및 무선(70%)‧유선(20%) 자동응답 혼용 방식으로 실시했다. KSOI는 구조화된 설문지를 이용한 전화면접조사 방식으로 유무선 병행(무선79.7%, 유선20.3%)으로 조사를 실시했다. 이 같은 여론조사 방식의 차이가 조사 결과에 영향을 미쳤다는 지적이 나온다.

◇ ‘조사 방식‧조사 시기’ 차이 때문?

전화면접조사 방식과 자동응답 방식은 각기 장단점이 있는데, 전화면접 조사의 경우 면접원이 전화를 걸어 질문을 하기 때문에 응답자가 명확하게 자신의 의사를 밝히기를 꺼려하는 경우 지지자가 없다고 응답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 관계자는 28일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자동응답 방식은 녹음된 음성을 틀어서 응답자가 직접 선택하는 방식으로 진행되는데 이 경우는 응답자가 조금 더 솔직해진다는 장점이 있다”며 “그런데 단점은 응답자가 자신의 정보를 속이고 사실과 다르게 응답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전화면접조사 방식은 면접원이 직접 전화를 걸기 때문에 목소리로 성별과 연령을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다는 부분은 장점이라고 볼 수 있지만 면접원이 직접 전화를 하면 응답자가 자신의 성향을 감출 수 있다는 단점이 있기는 하다”며 “예를 들어 자신이 보수적인 성향인데 보수적 성향을 드러내고 싶지 않으면 ‘모르겠다’는 응답이 높게 나타나는 등 차이가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배철호 리얼미터 수석전문위원은 <시사위크>와 통화에서 “전화면접조사 방식으로 진행하면 아무래도 응답을 솔직하게 하기를 꺼려하는 경우가 있는데 특히 보수 지지층은 응답률이 낮게 나온다”며 “다른 것보다 조사 방식의 차이 요인이 가장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여론조사를 실시한 시기도 서로 다른 결과가 나오는데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리얼미터와 KSOI는 조사 시기가 다르다.

윤 총장이 1위를 한 리얼미터 조사는 21일 시작해 24일 오후에 조사를 마쳤다. 반면 이 지사가 1위를 한 KSOI 조사는 26일에 진행됐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2부는 지난 24일 오후 3시부터 약 1시간 가량 윤 총장이 추미애 법무부 장관을 상대로 정직 2개월의 징계 효력을 정지해달라고 낸 집행정지 신청에 대한 2차 심문을 진행한 뒤 오후 10시쯤 일부 인용 결정을 내렸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 관계자는 “조사 방식에 대한 차이와 함께 조사 기간도 결과에 영향을 미쳤던 것 같다”며 “KSOI는 법원의 윤 총장 정직 처분 정지 결정이 나온 이후에 조사를 실시했고 리얼미터는 법원 결과가 나오기 이전에 조사를 실시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재명 지사가 KSOI 조사에서 1위를 차지한 것은 이 지사가 ‘추미애-윤석열 사태’와는 거리를 두고 정책 행보를 보인 것과 달리, 이낙연 대표는 윤석열 총장 문제 등 주요 쟁점 현안에 대해 여권과 보조를 맞추며 자기 목소리를 내지 않은 것이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배철호 리얼미터 수석전문위원은 “이낙연 대표는 당 대표에 취임하고 자기 색깔을 보여주겠다고 했는데 보여준 것이 별로 없다. 청와대와 대립각을 세우든지 청와대를 리드하든지 적극적으로 뭔가 보여줬어야 했다”며 “반면 이재명 지사는 탄탄한 정책적 기반을 갖고 자기 정책을 직접적으로 구현하고 있기 때문에 상황이 유리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여론조사 결과에 대한 신뢰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있다.

한 여론조사기관 핵심 관계자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전화면접조사 방식과 자동응답 방식 간에 조사 결과가 차이가 난다고 해도 서로 약간의 수치가 차이 나는 정도이지 선두가 크게 뒤바뀔 정도로 심하게 차이가 나는 경우는 드물다”며 “여론조사 기관들이 자신들의 조사 결과를 '리뷰'하고 설명을 해주는 것이 좋지 않을까 싶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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