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내에서는 지도부의 단속에도 불구하고 ‘윤석열 탄핵론’이 분출하고 있다./뉴시스
더불어민주당 내에서는 지도부의 단속에도 불구하고 ‘윤석열 탄핵론’이 분출하고 있다./뉴시스

시사위크=김희원 기자  윤석열 검찰총장이 지난 24일 법원의 ‘2개월 정직’ 처분 정지 결정으로 다시 업무에 복귀하면서 더불어민주당 내에서는 강경파를 중심으로 ‘윤석열 탄핵론’이 분출하고 있다.

김태년 원내대표가 지난 29일 화상 의원총회에서 “지도부는 윤 총장 탄핵 논의로 징계 정국이 지속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부담을 준다고 보고, 제도적 검찰개혁에 집중하기로 결론내렸다”며 단속에 나섰지만 ‘탄핵론’은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탄핵 추진에 가장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김두관 의원은 국회 탄핵소추안 발의 절차에 대한 검토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용민 의원은 30일 YTN 라디오에 출연해 “윤 총장의 위법 행위들이 인정되고 있기 때문에, 원칙적으로 탄핵 요건을 갖췄다”며 “긍정적, 적극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 의원은 전날에도 열린민주당 최강욱 의원 등 ‘처럼회’ 소속 의원들과 함께 기자회견을 열고 탄핵 추진을 주장했다.

당원게시판에도 탄핵을 촉구하는 의견이 줄을 잇고 있고, 민주당 강성 지지자들은 민주당 의원들에게 윤 총장 탄핵에 동참하라며 수천여개의 ‘문자 폭탄’을 보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강경파 의원들과 강성 지지자들은 윤 총장을 탄핵하지 않으면 검찰개혁이 좌초되고 검찰이 문재인 정부를 겨냥한 표적‧보복 수사를 벌일 것이라고 보고 있다.

김두관 의원은 30일 페이스북에 ‘제도개혁과 탄핵이 당론이 되어야 한다’는 제목의 글을 올리고 “윤석열을 탄핵하지 않는다면, 이들(사법부‧검찰‧언론‧국민의힘) 기득권카르텔은 헌정질서를 끊임없이 유린하고 대통령의 행정권을 계속해서 공격할 것”이라며 “윤 총장이 저 자리에 있는 한 개혁은 번번이 가로막힐 것이다. 정부를 흔들고 청와대를 흔들고 정책을 흔들고, 기필코 선거에 개입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민주당이 이처럼 ‘윤석열 탄핵’까지 거론하며 윤 총장과 검찰에 대한 강한 불신과 일종의 ‘혐오감’을 드러내고 있는 근본 뿌리는 어디에 있을까.

가깝게는 지난해 조국 전 법무부 장관 국회 인사청문회 정국에서 검찰이 조 전 장관 일가 관련 의혹에 대해 대대적인 압수수색을 벌인 것이 발단이 됐다. 검찰이 조 전 장관 관련 수사에 신속하게 나선데 이어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 뿐만 아니라 ‘월성 원전 경제성 조작 의혹’ 사건에까지 손을 뻗치자, 여권은 윤 총장이 자신의 장모 관련 의혹이나 야권 관련 수사에는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으면서 여권 관련 수사에만 선택적, 편파 수사를 하고 있다고 반발했다.

그러나 더 거슬러 올라가면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에서 비롯됐다고 볼 수 있다. 여권 인사들과 지지층은 보수세력‧보수언론과 합세한 검찰이 재임 기간 검찰개혁 의지를 보이고 기득권 세력에 비판적 언행을 해왔던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 보복‧표적 수사를 자행해 그가 스스로 세상을 떠나게 만들었다고 보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017년 5월 23일 오후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에서 열린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8주기 추도식에서 인사말을 한 후 단상에서 내려오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과 민주당이 노무현 전 대통령 때문에 검찰개혁에 더욱 더 집념을 보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017년 5월 23일 오후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에서 열린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8주기 추도식에서 인사말을 한 후 단상에서 내려오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과 민주당이 노무현 전 대통령 때문에 검찰개혁에 더욱 더 집념을 보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뉴시스

◇ ‘지못미 노무현’과 ‘노무현 트라우마’ 

여권이 ‘노무현 트라우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조국 전 장관 문제가 기폭제가 돼 윤석열 총장으로 대표되는 검찰에 대한 분노가 다시 폭발하고 있는 것이다.

김두관 의원은 지난 26일 페이스북을 통해 ‘윤석열 탄핵’을 주장하는 이유에 대해 “없는 죄를 뒤집어 씌워 노무현 대통령을 죽음에 이르게 한 무소불위의 권력자를 자처하는 검찰”이라며 “저는 본분을 잊고 권력자가 되겠다고 나선 검찰을 제자리로 돌려 보내지 않으면 대통령이든 누구든, 죄가 있든 없든, 결코 안전할 수 없고, 민주주의도 없다는 것을 강조한 것”이라면서 노 전 대통령의 죽음을 언급했다.

이해찬 전 대표는 지난해 8월 ‘전국 원외지역위원장 하계 워크숍’에 참석해 조국 전 장관과 관련된 검찰의 전방위 압수수색에 대해 비판하는 과정에서 “(검찰이) 피의사실을 유포해 심지어 노무현 대통령 때는 있지도 않는 논두렁 시계를 갖고 얼마나 모욕을 주고 결국은 서거하게 만들지 않았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전 대표가 언급한 ‘논두렁 시계’는 일부 언론이 지난 2009년 4월과 5월 박연차 당시 태광실업 회장이 노 전 대통령 부부에게 명품 시계를 뇌물로 제공했으며 권양숙 여사가 이 시계를 ‘논두렁’에 버렸다고 보도하면서 논란이 된 사건을 말한다. 왜곡으로 밝혀진 이 사건으로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여론이 급격하게 나빠졌다.

박창환 장안대 교수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검찰에 대해 여권이 분노 감정을 갖고 있는 결정적인 이유는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때문”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윤석열 총장에게 여권은 믿은 만큼 배신감을 더 크게 느끼고 있는 것이다. 윤 총장을 통해서 검찰은 역시 ‘좋은 검찰, 나쁜 검찰’이 따로 없고 ‘다 나쁜 검찰’이라는 마음을 갖게 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민주당이 ‘윤석열 사태’ 속에서 더욱 더 검찰개혁에 대한 강한 집념을 불태우고 있는 것도 노무현 전 대통령이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한 언론에 따르면, 문희상 전 국회의장은 국회 도서관에서 낸 ‘문희상 의장 구술집’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검찰개혁에 매달리는 이유에 대해 “검찰이 쪽방에 집어넣고 망신주는 등 대통령을 지낸 사람(노무현)인데 그렇게 했다. 그러니까 자존심이 상해서 그냥”이라며 “그것을 지켜주지 못해서 미안하다는 심정이 바로 문재인 대통령의 심정”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노무현 대통령의 죽음에 대한 자책감이 있기 때문에 내 손으로 반드시 검찰개혁을 하겠다고 결심하고 현재 상황까지 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여권의 윤 총장과 검찰에 대한 혐오 표출은 ‘노무현 트라우마’와 ‘지못미(지켜 주지 못해 미안하다) 노무현’ 심리가 밑바탕에 깔린 상황에서 검찰의 표적‧보복 수사로부터 문재인 대통령과 현 정권을 지켜야 한다는 절박감이 작동됐다고 볼 수 있다.

배종호 세한대 교수는 <시사위크>와 통화에서 “검찰에게 독립성을 보장해주면 자율적으로 개혁에 앞장설 것으로 봤지만 결과적으로 독립성을 주니까 검찰 권력 행사만 했고, 그 결과 노무현 전 대통령의 경우 검찰의 표적이 돼서 죽음에까지 이른 안타까운 일이 생긴 것에 대한 뼈아픈 반성, 검찰개혁을 완수해야 한다는 사명감이 여권에게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어 “문재인 대통령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유서를 지갑에 넣고 다녔다는 얘기가 있다”며 “문 대통령에게 노 전 대통령에 대한 부채의식이 분명히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