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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씨네
[2020 영화①] 환희 뒤 시련… ‘기생충’에 웃었지만
2020. 12. 31 by 이영실 기자 swyeong1204@sisaweek.com
올해 영화계는 그야말로 천국과 지옥을 오갔다. /그래픽=이현주 기자
올해 영화계는 그야말로 천국과 지옥을 오갔다. /그래픽=이현주 기자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그야말로 천국과 지옥을 오갔다. 지난해 한국영화 사상 처음으로 칸 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오스카의 벽’까지 무너뜨리며 기분 좋은 시작을 알렸지만,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으면서 관객 수‧매출 등이 급감, 집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 ‘기생충’부터 ‘남매의 여름밤’까지, 한국영화 위상 높였다

‘기생충’(2019)의 영광은 올해까지 이어졌다. 지난 2월 열린 제92회 아카데미(오스카) 시상식에서 본상·국제장편영화상·감독상과 최고상인 작품상까지 휩쓸며 4관왕을 차지한 것. 한국 영화 최초로 아카데미 주요 부문 후보에 이름을 올린 데 이어, 무려 네 개의 트로피까지 거머쥐며 새로운 역사를 썼다.

특히 폐쇄적이고 보수적인 시상식으로 비판을 받아온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이뤄낸 성과로 의미가 깊다. 비영어권 영화 최초로, 최고의 영예를 안으며 ‘오스카의 벽’을 깼다. 한국영화 탄생 101년 만에 달성한 대기록이다. 또 ‘기생충’ 제작자 곽신애 대표는 오스카 작품상을 수상한 ‘아시아 최초의 여성 제작자’라는 영광스러운 타이틀도 얻었다.

‘기생충’ 외에도 많은 영화들이 유수의 해외 영화제에서 수상 낭보를 전하며 한국영화의 위상을 드높였다. 먼저 홍상수 감독이 24번째 장편 영화 ‘도망친 여자’(2019)로 제70회 베를린영화제 은곰상 감독상을 수상했다. 한국영화가 베를린 국제영화제에서 은곰상 감독상을 수상한 것은 2004년 김기덕 감독의 ‘사마리아’ 이후 두 번째다.

‘기생충’(2019)의 영광은 올해까지 이어졌다. /뉴시스
‘기생충’(2019)의 영광은 올해까지 이어졌다. /뉴시스

독립영화 ‘남매의 여름밤’(감독 윤단비)도 국내외 영화제를 휩쓸며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지난해 제24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한국영화감독조합상‧시민평론가상‧넷팩상‧KTH상 등 4관왕을 차지하며 주목을 받은 데 이어 △제49회 로테르담국제영화제 밝은미래상 △제19회 뉴욕아시안영화제 최우수 장편 영화상 △제42회 낭뜨 3대륙 영화제 최우수작품상 △제35회 마르델플라타 국제영화제 심사위원 특별상 등 수많은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연상호 감독의 ‘반도’와 임상수 감독의 ‘헤븐: 행복의 나라로’는 제73회 칸 국제영화제에 공식 초청됐다. 올해 칸 영화제는 코로나19로 인해 물리적인 개최가 불가능해졌고, 이에 공식적인 행사 대신 전 세계 단 56편의 영화를 선정했다. 한국영화로는 ‘반도’와 ‘헤븐: 행복의 나라로’가 이름을 올렸다. 박훈정 감독의 ‘낙원의 밤’은 제77회 베니스 국제영화제 초청을 받았다. 2016년 김지운 감독의 ‘밀정’ 이후 4년 만으로 의미를 더한다.

내년 오스카 유력 후보작으로 예측되는 ‘미나리’(감독 정이삭)의 성과도 눈여겨볼 만하다. 한국계 미국인 정이삭 감독의 자전적 이야기를 담은 ‘미나리’는 미국 영화지만, 한인 가정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고 대부분 한국어 대사로 이뤄진 점, 윤여정‧한예리 등 한국 배우들이 주축으로 극을 끌고 나간다는 점에서 국내 관객들에게도 큰 관심을 얻고 있다.

특히 극 중 외할머니를 연기한 윤여정은 선셋 필름 어워즈와 보스턴 비평가협회에서 여우조연상을 수상한 데 이어, LA비평가협회 여우조연상까지 수상하는 영예를 안았다. LA비평가협회 시상식은 미국 4대 비평가협회상으로, 오스카 수상을 점치는 주요 시상식으로 꼽힌다. 이에 한국영화상 최초로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트로피를 들어 올릴 배우가 탄생할지 기대를 모은다.

올해 영화계는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았다. /뉴시스
올해 영화계는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았다. /뉴시스

◇ 코로나19 ‘직격탄’

최대 위기를 맞은 해이기도 하다. 코로나19 여파로 인한 영화계 암흑기가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다. 제작 현장이 멈춘 것은 물론, 한국영화를 비롯한 할리우드 대작들까지 개봉을 연기하거나 취소했고, 관객들도 극장으로 향하는 발걸음을 끊었다.

극장을 찾은 관객 수는 역대 최저를 기록했다.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올해 총 관객 수는(29일 기준) 5,936만명이다. 지난해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던 2억2,667만명에 비해 약 74% 감소한 26% 수준에 불과하다. 영진위의 공식 집계가 시작된 2004년 6,925만명에도 못 미치는 수치다.

이는 심각한 매출 감소로 이어졌다. 영진위의 ‘코로나19 충격:2020년 한국영화산업 가결산’ 발표에 따르면, 극장 매출 추산액은 5,100억원대로 전년 대비 73.3% 감소할 전망이다. 극장 매출을 포함한, 한국영화산업 주요 부문 매출 합산 추산액은 1조원에 미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 영화시장 역대 최대 규모를 달성했던 지난해 2조5,093억원에 비해 63.6% 감소했다.

코로나19로 인한 업계의 경제적 피해도 크다. 영진위에서 실시한 코로나19 피해 2차 실태조사에 따르면, 조사에 응답한 135편 작품의 총 피해 규모는 329억56만원이며 작품당 평균 피해 금액은 2억4,747만원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 가운데 제작(프리‧프로덕션‧포스트) 연기/변경으로 인한 피해액이 113억4,270만원으로 가장 많았으며, 개봉 준비 연기로 인한 피해액은 97억1,430만원으로 그 뒤를 이었다.

영화관 피해 실태조사에 따른 영화관 피해 형태는 △매출액 감소 △운영 중단 △고용 피해 등으로 다양했다. 특히 관객 감소에 이어 신작 공급 중단까지 겹치면서 CGV‧롯데시네마‧메가박스‧씨네큐 4개 계열 영화관 423개관 중 3월 94개관, 4월 106개관이 휴관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 직영‧위탁‧비계열 전체를 포함해 10개관 폐관, 18개관 영업 중단, 영업 중단으로 추정되는 상영관도 6개관에 달했다.

한 편의 영화가 제작되는데 2년가량 소요되는 점을 고려하면, 영화산업의 경기회복은 타 산업 경기회복에 후행할 가능성이 높다. 영진위는 “현재의 제작 중단과 배급 일정 혼란은 미래의 공급 약화 요인이며, 1~2년 이후에도 그림자를 드리울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