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지난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선언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뉴시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지난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선언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뉴시스

시사위크=정호영 기자  내년 4·7 서울시장 보궐선거가 석 달 앞으로 다가오면서 야권 후보군의 움직임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2020년 마무리를 앞둔 31일까지 서울시장 출사표를 던진 야권 후보는 8명이다. 다만 아직 출마를 고민 중인 것으로 알려진 나경원 전 의원·오세훈 전 서울시장 등 ‘대어’들이 잇따라 가세한다면 야권 선거판은 새해 벽두부터 뜨겁게 달아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 야권 서울시장 후보 난립

현재 야권 서울시장 보궐선거 지형은 크게 제1야당 국민의힘 소속 다수 후보군과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금태섭 전 의원 등 비(非)국민의힘 후보군 등 두 개 세력으로 나눌 수 있다.

국민의힘에서는 김선동 전 사무총장과 이혜훈·이종구 전 의원·조은희 서초구청장·박춘희 전 송파구청장·김근식 경남대 교수(국민의힘 서울 송파병 당협위원장) 등 6명이 공식 출마 선언을 마쳤다.

대선주자로 분류됐던 안 대표는 ‘문재인 정권 심판’을 명분으로 서울시장에 세 번째 출마를 결심했고, 여당 출신 금 전 의원은 ‘집권세력 독주 견제’를 내세우며 야권 후보로 이름을 올렸다.

현재까지 안 대표가 가장 앞서나가는 분위기다. 기존 후보 중 압도적 인지도를 바탕으로 각 여론조사에서 야권 선두를 달리고 있다. 안 대표는 지난 20일 서울시장 출마 공식화 이후 실시된 첫 여론조사에서 야권주자 지지도 1위를 기록하며 산뜻하게 출발했다.

한길리서치가 쿠키뉴스 의뢰로 지난 19일부터 20일까지 서울 거주 성인 800명을 대상으로 차기 서울시장 지지도를 조사한 결과, 안 대표는 17.4%로 범야권 후보 중 1위를 기록했다.

나경원 전 의원은 16.3%, 조은희 서초구청장이 8.3%, 금태섭 전 의원이 6.6%로 뒤를 이었다. (95% 신뢰수준·표본오차 ±3.5%p.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또 31일 조원씨앤아이가 시사저널 의뢰로 지난 26일부터 27일 서울 거주 성인 1003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야권 단일후보’ 안 대표가 ‘여권 단일후보’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과 가상 격돌했을 때 안 대표 지지율은 42.1%였고 박 장관은 36.8%를 기록했다.

‘야권 단일후보’로 나경원 전 의원이 출마해 박 장관과 붙을 경우, 박 장관이 37.5%의 지지율을 얻어 32.9%의 나 전 의원보다 우세한 것으로 나타났다.

야권 단일화를 실패했을 땐 여권이 유리했다. 안 대표와 나 전 의원, 박 장관의 3자 구도에서는 박 장관(35.5%)이 안 대표(26.0%), 나 전 의원(19.4%)보다 앞섰다. (95% 신뢰수준·표본오차 ±3.1%p.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다만 나 전 의원이 아직 출마 선언조차 하지 않은 시점인 데다 안 대표가 출마 선언 뒤 대(對)정부 공세 수위를 연일 상향하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향후 지지율은 상황에 따라 얼마든지 뒤바뀔 수 있다.

나경원 전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의원이 지난 21일 오전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열린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뉴시스
나경원 전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의원이 지난 21일 오전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열린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뉴시스

◇ 나경원-오세훈-안철수 '3파전' 가능성

내년 출마설이 제기되는 야권 정치인 중 안 대표와 체급이 비슷한 것으로 평가되는 인물은 나 전 의원과 오 전 서울시장이다. 두 인물은 아직 출마 선언에 말을 아끼는 분위기다. 다만 최근 국민의힘 지지율이 반등세를 보이면서 선거판도가 야권에 유리하게 흘러가고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점, 출마하는 대로 안 대표와 경선 3파전이 예상된다는 점에서 출마에 매력을 느낄 가능성이 있다.

특히 나 전 의원은 최근 자녀 대학비리 의혹 등 13개 혐의에 대해 수사당국으로부터 모두 불기소 처분을 받으면서 부담도 덜었다. 나 전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모든 아픔을 털어내고 국민과 함께 다시 시작하겠다”며 “마음을 굳게 먹겠다. 더욱 단단해지겠다. 반드시 국민을 살리겠다”고 했다. 서울시장 출마 가능성을 암시한 것으로 읽히는 대목이다.

오 전 시장은 안 대표 출마 선언을 기점으로 측근들으로부터 적극적인 출마 제안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오 전 시장은 지난 총선에서 정치 신인 고민정 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치명상을 입은 만큼 안 대표처럼 보궐선거로 재기를 노릴 가능성도 점쳐진다.

홍정욱 전 의원도 최근 개인 블로그에 잇달아 ‘정치 재개’를 시사하는 글을 올리며 출마설에 불을 붙였다. 홍 전 의원은 지난 28일 블로그를 통해 “내 개성과 역량이 시대정신과 경영 환경에 부합하면 직접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 보궐선거를 100일 앞둔 시점의 글인 만큼 의미심장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지난 7월 임대차법 반대토론 5분 연설로 일약 스타덤에 오른 국민의힘 초선 윤희숙 의원의 서울시장 출마설도 꾸준히 거론되고 있다. 특히 윤 의원은 지난 23일 당 공천관리위원직 합류를 고사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출마로 가닥을 잡았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오신환 전 의원도 서울시장 출마를 결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이 모두 출마한다고 가정하면 야권 후보는 13명이 된다. 이들 대부분이 야권 단일화에 공감하는 것까지 고려하면 박진감 넘치는 경선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단 현재 야권 단일후보 선출 관련 경선 방식에 이견이 노출된 만큼, 잠재 후보들이 출마하기 전 공정하고 중립적인 경선 플랫폼과 검증 과정 등을 정립하는 게 관건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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