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4일 오전 강원 원주시 원주역사를 출발한 저탄소·친환경 고속열차인 KTX-이음(원주-제천) 열차에 시승해 국민 희망메시지 영상을 시청 후 박수를 치고 있다. /뉴시스
집권여당 대표로부터 두 전직 대통령에 대한 사면 주장이 제기됐지만, 문재인 대통령과 청와대는 4일 이에 대해 아무런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사진은 문 대통령이 이날 오전 강원 원주시 원주역사를 출발한 저탄소·친환경 고속열차인 KTX-이음(원주-제천) 열차에 시승해 국민 희망메시지 영상을 시청 후 박수를 치는 모습. /뉴시스

시사위크=서예진 기자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쏘아 올린 ‘이명박·박근혜 사면론’으로 정초부터 정치권이 요동치고 있지만, 4일 청와대는 이와 관련해 전혀 언급을 하지 않았다. 내부적으로는 사면론이 불러올 정치적 파장 등 여론 추이에 촉각을 곤두세우면서도, 이 대표가 이같은 화두를 꺼낸 것에 대해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 청와대, ‘사면론과 거리두기’ 

청와대는 4일 오후까지도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저탄소·친환경 고속전철’ 시승식에 참석했지만, 사면과 관련된 발언은 하지 않았다. 이날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공식적인 건의가 있어야 청와대에서도 추후 논의를 할 수 있다”며 공식 입장이 없다고 못박았다.

일각에서는 문 대통령이 박 전 대통령 확정판결이 나는 14일 이후 신년기자간담회에서 사면론에 대해 설명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당분간 문 대통령과 청와대는 사면과 관련해 별다른 입장을 밝히지 않을 전망이다. 그간 청와대는 전직 대통령의 사면 문제에 대해 “입장이 없다”며 항상 거리를 둬왔다. 문희상 전 국회의장이 지난해 5월 21일 퇴임 기자간담회에서 사면론을 처음 꺼내들었지만 그때도 청와대는 반응하지 않았다. 

또한 이 대표의 신중한 정치스타일을 고려하면 사면론은 청와대와의 사전 교감을 바탕으로 출발한 것이라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이 대표가 재차 자신의 소신임을 설명하고, 청와대와 사전 교감이 없었다고 여러 차례 밝힌 만큼 이 대표의 단독 행동으로 보인다. 

청와대가 반응을 보이지 않는 이유는 문재인 정부가 탄핵 정국을 기반으로 출발해서다. 문 대통령 임기 내에 두 전직 대통령 사면을 시도할 경우, 지지층의 반발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민감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또한 이명박 전 대통령은 다스 실소유 의혹 관련으로 대법원에서 징역 17년에 벌금 130억원이 확정된 상태지만, 박근혜 전 대통령은 국정농단 사건과 특별활동비 상납 의혹에 대해 대법원에서 재상고심이 진행 중이다. 14일 대법원 선고 이후에 사면 논의에 포함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청와대 내부에서는 사면론 촉발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는 분위기다. 이날 청와대 관계자들은 사면론에 대해 “사면권은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라고 입을 모아 대답했다. 이를 두고 청와대가 사면론에 대한 입장은 내지 않았지만, 이 대표에 대한 불만을 우회적으로 표현했다는 해석이 제기됐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사면권은 대통령의 고유 권한인데도, (두 전직 대통령의 사면에 대해) 여론전을 펼치려 한 이 대표에게 경고를 한 것”이라며 “문재인 정부는 촛불집회를 계기로 출발했는데, 사면을 요구하는 것은 ‘자기부정’을 강요하는 셈”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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