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가 4일 국회에서 열린 청년미래연석회의 출범식에서 온라인 참석자들을 향해 인사하고 있다. 이 대표가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 사면론을 제기하면서 정치권에서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뉴시스(공동취재사진)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가 4일 국회에서 열린 청년미래연석회의 출범식에서 온라인 참석자들을 향해 인사하고 있다. 이 대표가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 사면론을 제기하면서 정치권에서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뉴시스(공동취재사진)

시사위크=김희원 기자  최근 대선주자 지지율에서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물론이고 윤석열 검찰총장에게까지 밀리게 되자 마음이 급한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사면론을 꺼내들었다. 이낙연 대표가 연초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 사면론을 제기하면서 그 배경과 의도를 놓고 해석이 분분하다. 

이낙연 대표는 지난 1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적절한 시기에 두 전직 대통령의 사면을 문재인 대통령에게 건의하겠다”며 “국민 통합을 위한 큰 열쇠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사면론을 제기했다.

그러나 당 내에서 반대 목소리가 분출되자 민주당 지도부는 지난 3일 비공개로 최고위원회 간담회를 소집해 논의한 끝에 “당사자의 반성이 중요하다”면서 진화에 나섰다.

최인호 수석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이 문제는 국민 공감대와 당사자들의 반성이 중요하다는 데에 의견을 같이하고, 앞으로 국민과 당원의 뜻을 존중하기로 했다”며 “최고위는 촛불정신을 받들어 개혁과 통합을 함께 추진한다는 데에 공감했다”고 전했다.

이에 이낙연 대표는 오는 14일 대법원의 재상고심 선고 이후 박근혜 전 대통령의 입장과 여론을 지켜본 후 사면 건의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이 대표는 최고위원 간담회 뒤 기자들과 만나 “(반성이) 중요하다고 (당 발표에) 돼 있다”면서 “일단 대법원의 판결을 기다려보겠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자신이 ‘사면론’을 제기한 이유에 대해 “코로나19 위기라는 국난을 극복하고 민생을 안정시키면서 경제를 회복하는 것이 급선무”라며 “이를 해결해가는 것에 국민의 모인 힘이 필요하다. 국민 통합을 이뤄나가야 한다는 저의 오랜 충정을 말씀을 드렸던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처럼 이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가 사태 수습에 나섰지만, 4일에도 사면론을 둘러싼 여진은 계속됐다. 이날 최고위원회의가 유튜브를 통해 생중계되는 동안 유튜브 대화창에는 당원들과 지지자들이 이 대표의 사퇴를 촉구하는 글들이 실시간으로 올라왔다.

◇ 이낙연, 리더십에 상처

이 대표가 사면론을 띄우자 정치권에서는 이 대표가 대선주자 지지율에서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밀리자 중도로의 외연확장을 위해 승부수를 던진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또한 이 대표가 근본적으로 안고 있는 딜레마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고 자충수를 둔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이 대표 입장에서는 당내 대선 경선을 통과하기 위해서는 친문 세력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기 때문에 쉽게 문재인 대통령과의 차별화 전략을 구사할 수 없는 처지다.

그러나 정치권 안팎에서는 이 대표가 당 대표 취임 이후 ‘추미애-윤석열 정국’ 등 주요 현안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친문 지지층과 보조를 맞추는 행보를 보일 때마다 ‘친문 눈치보기’ 행보가 외연확장에 걸림돌이 될 것이라는 지적이 나왔었다.

이 대표가 윤석열 총장 관련 국정조사 카드를 꺼내들었다가 당내 반대 목소리에 부딪혀 뒤로 물러선 것을 두고도 친문의 표심을 의식해 강경 드라이브를 걸다가 자충수를 둔 것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그러나 그동안 친문 지지층의 요구에 부합하는 행보를 해왔던 이 대표가 이번에는 중도층을 타깃으로 삼고 ‘국민 통합’을 명분으로 사면론을 꺼내들었지만 민주당 지지층의 반발만 불러오는 모양새가 됐다.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은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이 이슈가 왜 갑자기 나왔냐, 저는 이슈의 원인에 이낙연 대표의 개인적인 문제가 있다고 본다”며 “대표가 된 지 벌써 상당 기간이 지났는데 리더십이 안 생긴다. 윤석열 총장,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갈등 속에서 아무 역할도 못 했고 오히려 더 상황이 악화되도록 하는 원인만 제공했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또 서울, 부산시장 선거 후보 내면 안 된다. 원래 당헌에 못 내도록 돼있지 않나. 그런데 후보를 내려고 당헌을 고쳤다”면서 “원칙을 잊어버리고 제대로 된 리더십을 발휘하지 못한다고 하니 그것 때문에 급한 대로 뭔가 이슈를 한 번 제기해 보자 하는 차원에서, 현 대통령과 차별화된 전략을 좀 쓰고 싶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대표가 ‘사면론’으로 승부수를 던졌지만 당내 반발에 부딪혀 한 발 물러선 모양새가 되면서 리더십에도 상처를 입게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유용화 한국외대 초빙교수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두 전직 대통령의 사면 문제는 문재인 정부에서 정리하고 넘어가야 할 사안이다. 그러나 사면론은 국민 정서, 국민적 공감대를 충분히 감안해서 논의해야 할 사안”이라며 “이 대표가 공론화의 길을 튼 것이지만 사면론을 제기한 시기와 과정, 절차상에서는 상당히 무리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유 교수는 “이번 사안도 이 대표의 노련함과 정치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라고 보여진다”며 “지금 국정 후반기인 상황에서 집권당 대표이자 대선주자인 이 대표가 노련한 정치력으로 모든 부분들을 끌고 나가야만 강성 지지층의 반발도 아우를 수 있고 대선주자로서의 외연확장도 실현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당 내에서도 이 대표가 사면론을 제기한 과정에 대해 아쉬움을 나타내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설훈 의원은 CBS라디오에 출연해 “좀 쿨다운해서 이 상황을 냉정하게 보자. 이낙연식의 접근, 이것도 생각해 볼 발상의 전환이 될 수 있다”고 두둔하면서도 “(박근혜 전 대통령)재판을 끝내고 얘기를 했더라면 더 좋았을 거라고 생각을 한다”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정치권에서는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사면론 제기는 문재인 대통령과의 사전 교감을 통해 이뤄졌을 것이라는 추측이 제기되고 있다./뉴시스
정치권에서는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사면론 제기는 문재인 대통령과의 사전 교감을 통해 이뤄졌을 것이라는 추측이 제기되고 있다./뉴시스

◇ ‘차별화’ 시도 아닌 ‘문심’ 지원?

이와 함께 ‘사면론’ 제기에 따른 이낙연 대표의 득실을 지금 판단하기는 이르다는 시각도 있다. 정치권에서는 이 대표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사면론 제기는 문재인 대통령과의 사전 교감을 통해 이뤄진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이 대표가 문 대통령의 정치적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문 대통령이 사면론을 공개적으로 거론하기 전에 총대를 메고 공론화에 나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이 때문에 향후 문 대통령이 14일 예정된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대법원의 재상고심 선고 이후나 신년 기자회견에서 사면론을 제기할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손학규 전 바른미래당 대표는 페이스북을 통해 “반대론자들은 대통령에게도 제동을 건 것”이라며 “우리나라 여당의 정치 풍토상, 이낙연 대표의 정치적 경향상 대통령의 뜻과 어그러지는 행위를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직접적인 언급은 없었더라도 대통령의 뜻이 그런데 있었음을 간파한 것은 틀림없다”고 주장했다.

차재원 부산 가톨릭대 특임교수는 <시사위크>와 통화에서 “지금 당장 외연적인 모습은 이낙연 대표가 정치적으로 상처가 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지만 향후 청와대가 어떻게 나오느냐에 따라서 상황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정치적 득실을 지금 셈하기는 빠르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낙연 대표는 돌다리도 두들겨 보고 갈 정도로 신중한 정치 스타일을 보여왔는데 최근 있었던 문 대통령과의 독대를 통해서 사전 교감을 했을 가능성이 높다”며 “문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 내지는 박 전 대통령에 대한 대법원의 재상고심 선고 이후에 사면을 하겠다는 취지로 입장을 밝힐 경우 이 대표가 문심(文心)을 지지해주고 도와준 측면이 부각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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