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2020년 12월 1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에서 남북관계발전법 개정안에 대한 무제한 토론을 하고 있다. /뉴시스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2020년 12월 1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에서 남북관계발전법 개정안에 대한 무제한 토론을 하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정호영 기자  북한 고위 외교관 출신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이 12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노동당 총비서에 오른 데 대해 “총비서라는 직함이 위원장보다는 김정은의 권위와 위상 강화에 훨씬 유리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내다봤다.

앞서 조선중앙통신은 전날(11일) 8차 당대회 소식을 전하며 “김정은 동지를 조선노동당 총비서로 높이 추대할 것을 결정한다”고 보도했다. 북한은 지난 9일 당 규약 개정을 통해 당 위원장(정무국) 체제를 비서 체제(비서국)로 2016년 이후 5년 만에 환원했다.

태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연재하고 있는 ‘주간북한동향’ 칼럼을 통해 “북한에서 ‘위원장’은 너무나도 흔한 직함이어서 김정은의 ‘당 수반’ 직함과 잘 구분되지 않는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태 의원은 주영(駐英)북한공사 출신으로 지난 2016년 탈북했다.

당 총비서는 지난 1966년 만들어진 후 선대인 김일성·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사망 때까지 맡았던 직책이다. 김 위원장이 선대들과 사실상 같은 반열에 오른 것으로 해석된다.

태 의원에 따르면, 북한 중앙조직부터 말단까지 수천 개 당 조직 책임자들과 이하 체육·문화·농촌 각 분야 위원회 책임자들은 ‘위원장’이라고 불린다. 김 위원장 외에도 북한에서 ‘위원장 동지’라고 불리는 사람이 수만 명에 이른다는 것이다.

태 의원은 “김정은에게는 오직 자신에게만 부여될 수 있는 직함이 필요했는데, 그것이 바로 '총비서'라는 직함”이라며 “북한에서는 ‘총비서’라고 불리는 직함이 없다”고 설명했다.

다만 ‘총비서’는 두 선대가 역임한 직함이기도 하다. 태 의원은 “김정은이 이미 김일성과 김정일을 당의 영원한 총비서로 모시겠다고 결정한 사항이어서 김정은까지 ‘총비서’라는 직함을 쓰자니 좀 멋쩍었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앞서 북한이 지난해(2020) 12월 31일 김일성·김정일 두 선대에게 당 대표증을 수여한 일화를 들며 “웃지 못할 희극”이라고 했다. 고인이 된 선대에게 굳이 당 대표증을 준 것은 자신이 결국 ‘총비서’ 직함을 이어받기 위한 사전포석이었다는 것이다.

태 의원은 “고인의 동의 아래 그들의 당 직함을 공식적으로 이어받는다는 형식적 절차가 필요했던 것 같다”고 했다.

한편 태 의원은 별도의 글을 통해 김 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 당 제1부부장이 정치국 후보위원 명단에서 제외된 데 대해 “친여동생이라고 해도 김여정을 승진시키거나 정치국 후보위원직에 계속 두기에는 명분이 부족했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태 의원은 “비록 후보위원에서 탈락했지만 북한권력에서 김여정 위상에는 변함이 없을 것”이라며 “당 권력 중심에 김씨 일가가 자리잡고 있는 한 북한에서 진정한 권력은 공식석상 서열이 아니라 누가 최고권력자인 김정은에게 가까이 있는가에 따라 결정된다”고 했다.

정치국이 북한 조선노동당 정책 결정 권력기구임을 고려할 때 ‘김 제1부부장의 지위가 강등된 것 아니냐’는 주장의 반박인 셈이다.

태 의원은 “김여정의 2인자 지위에는 변화가 없을 것이고 김여정은 여전히 김정은 뒤에서 막강한 권력을 행사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김정은이 모든 것을 결정하는 북한 체제에서 김여정이 미북 협상이나 남북대화, 도쿄 올림픽과 같은 이벤트에 나가기 위한 공직이 필요하다면 그러한 자리는 김정은이 얼마든지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