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업계가 ‘무인(無人)’ 점포를 늘리며 ‘포스트 코로나’ 시대 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가운데, ‘무인’의 한계에 부딪히고 있다. 사진은 한 이마트24 무인 점포의 출입구 모습. /사진=남빛하늘 기자
편의점 업계가 ‘무인(無人)’ 점포를 늘리며 ‘포스트 코로나’ 시대 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사진은 한 이마트24 무인 점포의 출입구 모습. /사진=남빛하늘 기자

시사위크=남빛하늘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비대면’ 관련 산업의 성장세가 예상되는 가운데, 편의점 업계가 ‘무인(無人)’ 점포를 늘리며 ‘포스트 코로나(post corona)’ 시대 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무인편의점’은 24시간 직원을 쓰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업주 입장에서 인건비 절약과 동시에 매출 확보가 가능하다. 또 야간 운영을 꺼리는 업주들에게도 효율적인 대안책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정작 소비자 입장에선 익숙치 않은 출입시스템이나 상품 선택 등에 불편함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 결제 안 된다지만… 유통기한 18시간 지난 햄버거 진열?

업계에 따르면 12일 기준 전국에서 운영 중인 무인편의점은 359개점이다. 브랜드별로 보면 △세븐일레븐 46개점 △이마트24 113개점 △GS25 200개점 등이다. 편의점 업계는 앞으로도 무인 점포를 꾸준히 확장할 계획으로 알려진다.  

하지만 점원이 상주하는 일반 편의점 시스템에 익숙한 소비자들에겐 무인편의점이 아직까지 낯설고 불편한 게 사실이다. 거스름돈을 내줄 점원이 없는 탓에 현금 결제는 불가능하고, 결제 역시 소비자(손님)가 직접 해야하는 번거로움도 크다.

제품의 유통 관리 시스템도 일반 편의점과 다소 다르다. 일반 편의점의 경우, 점원이나 점주가 특정 시간에 맞춰 주기적으로 제품을 교체해 유통기한을 초과하지 않도록 관리하지만 무인점포는 유통기한이 지난 제품은 결제 자체가 되지 않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제품의 신선도나 유통기한의 신뢰도를 결제시스템 또는 점주의 성실도에 의지해야 하는 셈이다.

실제 기자가 지난 11일 오후 8시 50분경 직접 이마트24 무인 점포에 방문한 결과, 유통기한이 18시간(2021년 1월 11일 2시까지)가량 지난 햄버거 2개가 진열돼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통상 햄버거나 샌드위치 등 프레쉬푸드(FF) 상품의 경우 ‘타임바코드’가 부착돼 있어 유통기한이 지났다면 계산대에서 결제가 되지 않는다. 실제로 셀프 계산대에 바코드를 태그하니 화면에는 ‘유효기간이 지난 상품입니다. 확인하십시오’라는 에러 메시지가 떴다.

이를 본 기자의 지인 A씨(28)는 “유통기한이 지난 상품이 결제가 돼 소비자가 섭취하게 되는 것보다 낫다”면서도 “상품 관리가 잘 안 되는 것 같아 보여 다른 음식도 사고 싶어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편의점 아르바이트 경험이 있는 B씨(34)는 “매장마다 다르겠지만, 보통 유통기한 1~2시간 전에는 상품을 정리해 놓는다”면서 “18시간이 지난 상품이 있다는 건 그날 상품 정리를 한 번도 안 했을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고 짐작했다.

이와 관련, 이마트24 관계자는 <시사위크>와 통화에서 “무인 점포라서 그런 문제가 발생하고, 유인 점포라서 발생하지 않는 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그러면서도 “유통기한 관리는 무인·유인 점포를 막론하고 철저히 시간에 맞춰 진행해야 하는 것이 맞다”고 강조했다.

지난 11일 오후 8시 53분경 기자가 직접 이마트24 무인 점포에 방문한 결과, 유통기한이 18시간(2021년 1월 11일 2시까지)가량 지난 햄버거 2개가 진열돼 있는 것을 확인했다. 사진은 ‘유효기간이 지난 상품입니다. 확인하십시오’라는 메시지가 뜬 것(위)과 유통기한이 지난 햄버거(아래)의 모습. /사진=남빛하늘 기자
지난 11일 오후 8시 53분경 기자가 직접 이마트24 무인 점포에 방문한 결과, 유통기한이 18시간(2021년 1월 11일 2시까지)가량 지난 햄버거 2개가 진열돼 있는 것을 확인했다. 사진은 ‘유효기간이 지난 상품입니다. 확인하십시오’라는 메시지가 뜬 것(위)과 유통기한이 지난 햄버거(아래)의 모습. /사진=남빛하늘 기자

◇ 고령층 “비대면 시스템 낯설고 어려워 이용 안 하게 돼”

소홀한 상품 관리에서만 문제가 나타나는 건 아니었다. ‘비대면’ 시스템을 비교적 많이 접해 본 젊은층을 비롯해 디지털 기술에 익숙하지 않은 고령층 등 다수의 소비자가 무인 점포 이용 방법에 어려움을 겪었다.

이마트24와 GS25 무인편의점의 경우 출입 인증기에 후불 교통카드나 신용·체크카드를 접촉하면 문이 열리고, 입장이 가능하다. 이 때문에 현금 결제를 원하는 고객은 점포 이용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세븐일레븐의 경우에는 출입 인증기에서 신용카드, 엘포인트, 핸드페이 등을 통해 1차 인증을 거치면 첫 번째 게이트가 열리고, 이후 스마트CCTV로 안면 이미지 자동촬영 과정을 추가로 거쳐야 점포에 들어설 수 있다.

이 같은 이용방법에 대해 서울 은평구에 거주하는 C씨(64)는 “한참을 문 앞에 서서 출입 방법 안내를 살펴봤지만 포기하고 그냥 유인 편의점(일반 편의점)을 이용했다”면서 “나이든 사람은 처음 보는 시스템이라 낯설기도 하고, 이용하기 어려우면 그냥 계속 이용을 안 하게 되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어찌저찌 점포에 입장한 뒤 물건을 계산하려고 셀프 계산대에 섰을 때 난감함을 겪는 경우도 발생한다. 상품의 바코드가 계산대에 잘 찍히지 않아 구매하고 싶은 물건을 못 사고 나오는 것이다.

경기 남양주시에 거주하는 D씨(29)는 “무인편의점 셀프 계산대에서 물건을 결제하려고 바코드를 찍는데, 계속 안 찍힌 적이 있었다. 난감하고 당황스러웠다”면서 “결국 아무 것도 사지 않고 그냥 나왔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일부 편의점 업계는 올해도 무인 점포를 확대한다는 방침으로 알려진다. 디지털 기술 발전에 따라 보다 다양한 서비스를 선보일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선 코로나19에 따른, 불가피한 시대적 변화로 보고 있다. 비대면이 사회적 트렌드로 자리잡으면서 무인 점포 역시 가속화 할 것이란 전망이다. 하지만 현재 무인편의점이 마주한 과제를 꾸준히 보완하지 않는다면 소비자들의 관심을 장담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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