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종윤 씨젠 대표(왼쪽)가 지난해 2월 최기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에게 진단시약 제품을 설명하고 있는 모습. /뉴시스
천종윤 씨젠 대표(왼쪽)가 지난해 2월 최기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에게 진단시약 제품을 설명하고 있는 모습. /뉴시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코로나19 사태는 전 세계에 전례 없는 위기와 변화를 안겨줬다. 하지만 누군가에겐 중요한 기회가 되기도 했다. 코로나19 사태 속에 절호의 기회를 잡은 대표적인 인물 중 하나가 천종윤 씨젠 대표다. 

2000년 회사를 설립해 분자진단 분야에서 외길을 걸어온 그는 코로나19 사태가 터지자 발 빠르게 진단키트를 개발해 전 세계적인 ‘방역 전쟁’에 큰 힘을 보탰다. 또한 회사 실적과 주가가 치솟으면서 막대한 부를 얻기도 했다. 

그런 그가 이제 또 하나의 쉽지 않은, 중요한 과제를 마주하고 있다. 바로 ‘주주달래기’다.

◇ 코로나19로 빛난 뚝심… 주주들 성토 ‘새 과제’

업계에 따르면, 최근 씨젠 소액주주단체는 본격적인 ‘집단행동’에 나섰다. 이들은 지난해 11월부터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세를 규합해왔으며, 지분율로 4%가 훌쩍 넘는 100만주 이상을 확보한 상태다. 지난해 12월 씨젠 측과 면담을 가진 데 이어 최근엔 임시주총 소집 등의 요구사안을 담은 공문을 씨젠 측에 발송한 것으로 전해진다. 상법상 3%의 이상의 지분을 확보하면 임시주총 소집 요청이 가능하다.

이들의 핵심 불만은 주가다. 회사의 가치에 비해 주가가 낮은데, 회사는 주가 부양을 위한 노력에 소극적이라는 것이다. 

씨젠의 주가는 2019년 3만650원으로 해를 마감했다. 중국에서 코로나19가 터지기 전에는 2만원대였다. 그러던 것이 코로나19 사태 확산과 함께 걷잡을 수 없이 치솟았고, 지난해 8월엔 장중 한때 32만2,200원으로 정점을 찍었다. 

하지만 이후 상승세가 주춤해지더니 11월 중순께부터는 뚜렷한 하락세가 이어졌다. 불과 1년 사이에 10배 치솟았던 주가가 다시 절반 가까이 내려앉는 ‘롤러코스터 행보’를 보인 것이다. 

불만을 제기하는 씨젠 소액주주들은 회사의 실적과 향후 전망에 비춰봤을 때 지금의 주가를 납득하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씨젠의 지난해 3분기 연결 기준 누적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무려 675%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2,320% 폭증했다. 

또한 이들은 이러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씨젠이 뒷짐만 지고 있다고 주장한다. 주가 부양을 위해 적극 나서기는커녕 회사를 홍보하는 것조차 소극적이라는 지적이다. 

이처럼 소액주주들의 목소리가 본격화하자 씨젠은 지난해 12월 배당정책을 대폭 확대하겠다고 공식 발표한데 이어 임원들이 대거 자사주 매입에 나선 바 있다. 하지만 소액주주들의 불만은 해소되지 않았고, 결국 보다 본격적인 움직임으로까지 이어지게 된 모습이다.

◇ 씨젠 “공감하지만, 신중 기해야”

씨젠 측은 소액주주들의 불만에 공감하면서도,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씨젠 관계자는 “지금의 주가가 회사 가치에 비해 저평가돼있다는 점은 공감한다”며 “다만, 이는 씨젠만이 아니라 진단 관련주들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현상이고 백신 개발 및 접종 본격화와 연관돼있다. 백신 개발 및 접종이 이뤄지더라도 진단 역시 계속해서 필요한 것이 사실인데, 이러한 점이 제대로 평가되지 않고 있어 아쉽다”고 말했다.

이어 “주가 부양을 위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지적 또한 충분히 인지하고 있고, 지난해 배당정책 발표와 임원 자사주 매입은 그러한 측면에서 이뤄진 것”이라며 “하지만 현재 거론되는 여러 방안들 중엔 신중한 검토가 필요한 사안들도 있다. 회사는 단기적인 주가 부양만이 아니라, 장기적인 이익 및 성장도 추구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씨젠 관계자는 “아직 소액주주단체 쪽에서 보낸 공문을 받지 못한 상태”라며 “구체적인 내용을 확인하면 성실하게 검토해 적절한 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코로나19 사태 속에 빛난 천종윤 씨젠 대표의 성공기는 병마와 싸워야했던 힘겨운 유년시절에서 출발한다. 고등학교도 제대로 다니지 못한 채 투병생활을 했던 그는 끝내 병마를 이겨낸 뒤 분자생물학 박사가 됐다. 씨젠을 창업한 뒤에도 힘든 시간이 찾아왔지만, 원천기술 확보라는 목표를 향해 흔들림 없이 나아간 끝에 뛰어난 기술력을 갖추게 됐다. 코로나19 사태가 터진 초기엔 분자진단 기업으로서의 본분에 충실한 과감한 결단으로 큰 성과를 내는데 성공했다.

하지만 천종윤 대표 앞에 놓인 새로운 과제는 그동안 그가 넘어온 것과 결이 다르다. 복잡하게 얽힌 각각의 이해관계 속에 주주들을 설득하는 한편, 회사의 미래가치도 추구하는 균형이 필요하다. 회사가 성장한 만큼 피할 수 없는 과제를 마주하게 된 천종윤 대표의 향후 행보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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