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2일 오전 인천 연수구 인천신항 한진컨테이너터미널의 통제실에 들어서고 있다. 이 대표가 띄운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 사면론에 이어 ‘코로나 이익공유제’도 논란이 되고 있다./뉴시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2일 오전 인천 연수구 인천신항 한진컨테이너터미널의 통제실에 들어서고 있다. 이 대표가 띄운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 사면론에 이어 ‘코로나 이익공유제’도 논란이 되고 있다./뉴시스

시사위크=김희원 기자  대선주자 지지율에서 하락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가 ‘이낙연표 어젠다’로 위기 돌파에 나섰지만, 상황이 녹록치 않은 상태다.

이 대표는 지난해 4‧15 총선 직후 대선주자 지지율 40%를 넘나들며 대세론을 형성했으나 지금은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밀리고 있다. 특히 민주당 경선에서 겨뤄야 하는 이재명 지사에게 자신이 그동안 우위를 보였던 민주당 지지층과 호남에서도 위협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엠브레인·케이스탯·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 등 4개 여론조사기관이 합동으로 실시(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한 1월 1주차 전국지표조사(NBS)에 따르면, 이재명 지사는 민주당 지지층에서 이낙연 대표를 앞질렀다. 이 지사는 12월 3주차 조사 대비 6%포인트 상승해 38%를 기록했고, 이낙연 대표는 8%포인트 하락해 33%로 내려앉았다.

호남에서는 이재명 지사가 9%포인트 급등하고 이낙연 대표는 7%포인트 급락하면서 33%로 동률을 이뤘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 대표는 당권‧대권 분리 규정에 따라 대선을 1년 앞둔 오는 3월9일 전에 대표직에서 물러나야만 한다. 이제 임기가 불과 2개월여 밖에 남지 않았기 때문에 이 대표의 마음이 급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에 이 대표는 연초 ‘국민 통합’을 명분으로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사면론을 제기했지만 지지층 반발만 불러왔다. 민주당 지지층에서는 이낙연 대표의 사퇴를 촉구하는 목소리까지 표출됐다.

이 대표가 이번에는 ‘이낙연표 어젠다’ 띄우기로 위기 돌파에 나선 모습이다. 이낙연 대표는 이재명 지사가 기본소득, 재난지원금 보편지급 등의 정책 이슈로 존재감을 과시해왔던 것과 달리 자신만의 정책 어젠다가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 대표는 ‘신복지체계’ 어젠다를 준비해 조만간 발표할 예정이다. 이 대표는 최근 한 언론 인터뷰에서 “국민의 삶을 어떻게 국가가 보호해야 하는가라는 관점에서 신복지체계 구상을 대통령 연두회견 며칠 뒤에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앞서 이 대표는 지난 11일 ‘코로나 이익공유제’를 띄웠다. 이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코로나로 많은 이득을 얻는 계층이나 업종이 코로나의 이익을 일부 사회에 기여해 피해가 큰 쪽을 돕는 다양한 방식을 우리 사회도 논의할 만하다고 생각한다”며 “일부 선진 외국이 도입한 코로나 이익공유제를 강제하기보다는 자발적 참여를 유도하며 도입하는 방안을 정책위와 민주연구원이 시민사회 및 경영계 등과 검토해주시기 바란다”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가 12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코로나19 치료제 개발 현황 점검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 대표가 제기한 ‘코로나 이익공유제’는 보수와 진보 모두에서 비판을 받고 있다./뉴시스(공동취재사진)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가 12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코로나19 치료제 개발 현황 점검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 대표가 제기한 ‘코로나 이익공유제’는 보수와 진보 모두에서 비판을 받고 있다./뉴시스(공동취재사진)

◇ ‘사면론’ 이어 ‘이익공유제’도 논란

그러나 이익공유제는 보수진영은 물론이고 진보진영에서도 비판이 제기되면서 논란에 휩싸였다. 국민의힘은 ‘이익공유제’가 사회주의 경제를 연상케 한다며 ‘반시장적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김은혜 대변인은 12일 논평을 내고 “집권여당 대표의 ‘아님 말고식’ 던지기에 할 말이 없다”면서 “죄라면 묵묵히 열심히 일한 죄밖에 없는 국민 재산 몰수해 바닥난 국고 채우겠다는 여당 대표의 반헌법적 발상에 말문이 막힌다”고 비판했다.

배준영 대변인도 구두논평을 통해 “최근 이낙연 대표의 말씀이 분란의 씨앗이다”며 “사회주의 경제를 연상케 하는 반시장적 발상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정의당은 이 대표가 이익공유제를 자발적 참여 방식으로 도입하는 방안을 언급한 것을 문제 삼고 있다.

장혜영 원내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이낙연 대표를 향해 “코로나 이익공유제를 ‘자발적 참여’로 도입하자는 말씀은 참 무책임한 말씀”이라며 “자발적으로 임대료를 깎아주는 임대인에게 세액공제 혜택을 주는 ‘착한 임대인’ 정책은 고통받는 자영업자 소상공인들에게 거의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했는데 또다시 국민의 ‘선의’에 내맡기는 것은 책임 있는 정부여당의 태도가 아니다”고 비판했다.

이어 “국민 통합이란 정치 행보를 위해서 국민의 참담한 삶에 그저 던지는 간 보기 발언이 아니라면 코로나로 고통받는 국민의 삶을 지키기 위한 실효성 있는 입법에 즉시 응답해야 할 것”이라며 “2월 국회에서 ‘특별재난연대세’ 도입을 위한 입법을 전면적으로 논의하자”고 강조했다.

이 대표가 위기 돌파를 위해 띄운 ‘이낙연표 어젠다’들이 정치권에서 논란만 되고 구체적 성과없이 사그라들게 된다면 이 대표의 대권가도는 더욱 험난해질 전망이다.

차재원 부산 가톨릭대 특임교수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여당 대표라는 유리한 위치를 점하고 있는 이낙연 대표가 사면론과 이익공유제 등 새로운 어젠다를 계속 던지고 있는데 아직까지는 썩 잘 굴러가지는 않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 대표가 던진 화두들이 대권 가도의 향배를 좌지우지 할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어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신년기자회견에서 사면 필요성을 언급할 경우 이 대표가 유리한 고지를 점하면서 국민 통합 이미지를 가져갈 수 있기 때문에 지켜봐야 한다”면서 “이익공유제도 국민의 공감대를 얻어 법제화하자는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실현이 된다면 이 대표는 혜안을 가진 지도자로 비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차 교수는 “향후 이 대표의 어젠다들이 모두 잘 풀렸을 경우 기회가 생길 수 있겠지만 반대의 경우가 된다면 이 대표는 대통령의 뜻도 제대로 못 읽는 사람이 되고 이익공유제도 ‘하다 말았다’는 비판을 받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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