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 유력 대선주자인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좌)와 이재명 경기도지사에 대한 호남 지지율이 변화 흐름을 보이고 있다./뉴시스
여권 유력 대선주자인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좌)와 이재명 경기도지사에 대한 호남 지지율이 변화 흐름을 보이고 있다./뉴시스

시사위크=김희원 기자  2022년 차기 대권구도가 지각 변동 조짐을 보이면서 더불어민주당의 지지 기반인 호남 민심도 요동치고 있다.

지난해 ‘추미애-윤석열 사태’가 정국을 휩쓸고 가면서 대권구도는 기존의 ‘이낙연‧이재명’ 양강 구도에서 ‘이재명‧윤석열’ 양강 구도로 변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연초 발표된 다수의 여론조사 결과를 종합해보면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윤석열 검찰총장이 1~2위를 다투고 있고, 지난해 4‧15총선 직후까지 대세론을 형성했던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지율 하락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전체 대권구도가 변화되고 있는 가운데 호남에서도 변화 흐름이 감지되고 있다. 호남 출신인 이낙연 대표는 그동안 ‘호남 대망론’을 등에 업고 호남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었다. 그러나 최근 호남에서도 이 대표의 지지율이 하락하고 이재명 지사의 지지율이 상승세를 타고 있다.

한길리서치가 쿠키뉴스 의뢰로 지난 9∼11일 실시한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조사 결과(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호남권에서 이낙연 대표는 12월 조사(33.4%) 때보다 3.7%포인트 하락한 29.7%로 나타났다. 반면 이재명 지사는 전달 25.2%에서 0.1%포인트 상승한 25.3%를 기록했다. 이 대표와 이 지사의 지지율 격차는 8.2%포인트에서 4.4%포인트로 좁혀졌다.

엠브레인·케이스탯·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 등 4개 여론조사기관이 합동으로 실시(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한 1월 1주차 전국지표조사(NBS)에 따르면, 호남에서는 이재명 지사가 9%포인트 급등하고 이낙연 대표는 7%포인트 급락하면서 33%로 동률을 이뤘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호남 정가에서는 호남 출신인 정세균 국무총리(왼쪽에서 두 번째)의 대선 출마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뉴시스
호남 정가에서는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같은 호남 출신인 정세균 국무총리(왼쪽에서 두 번째)의 대선 출마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뉴시스

◇ 호남서 이낙연 하락세, 이재명 상승세

일각에서는 호남에서 이낙연 대표의 지지율이 하락한 것은 이 대표가 연초 제기한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사면론이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호남 지역 민주당 한 의원은 13일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제가 뵙고 있는 분들과 이낙연 대표가 사면론을 이끌어낸 배경에 대한 얘기를 나누다보면 국민 통합을 위해서 필요하다면 고려해볼 수 있겠지만 지금 시기적으로 적절치 않은 것 아니냐는 의견이 다수인 것 같다”고 전했다.

호남 지역 정가에서 활동해온 민주당 한 권리당원은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지역에선 사면론에 대해 거부감을 갖고 있는 분들이 있기 때문에 이낙연 대표의 지지율 하락에 아예 영향이 없다고 볼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이런 가운데 노무현 전 대통령 당선을 이끌었던 ‘노풍’(盧風·노무현 바람)의 진원지인 광주 지역의 움직임도 심상찮다. 광주 광산구을이 지역구인 민형배 의원이 이낙연 대표를 비판하며 이재명 지사 지지 입장을 밝히고 나섰다.

민 의원은 지난 12일 한 언론을 통해 “현재 시대 상황에서 어떤 리더십이 필요한가. 지금 상황에서는 이재명 지사가 더 적합하다”며 “당의 목표가 재집권인데 기여할 수 있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밝혔다. 민 의원은 “이낙연 대표가 사면론을 이야기하면서 미련을 버렸다”면서 “호남이라서 이낙연을 지지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이 대표와는) 코드가 잘 맞는다고 할 수 없다”고 말했다.
 
호남 출신이면서 친문인 민형배 의원이 이재명 지사 지지 입장을 밝혔다는 점에서 향후 호남 정가와 친문 표심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이와 관련 호남 지역 민주당 한 의원은 “민 의원이 이재명 지사 지지 입장을 밝힌 것은 아무래도 정치인으로서 본인의 판단도 작용했을 것이고 민심의 흐름도 고려하지 않았을까 한다”고 말했다.

지역에서는 이낙연 대표의 본선 경쟁력이 계속 하락할 경우 같은 호남 출신인 정세균 총리가 대안으로 부상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호남 지역 민주당 한 권리당원은 “당 내에 정세균계가 형성돼 있고 당내 기반이 넓기 때문에 정세균 총리가 총리직을 벗고 대선에 뛰어나오면 영향이 있지 않을까 생각하는 사람도 많다”고 전했다.

그러나 지역 정가에서는 대선주자들이 이슈에 따라 지지율 등락 현상을 보이고 있지만 일시적 현상일 뿐이고 호남 민심은 상황을 더 지켜보고 관망한 후 전략적 선택을 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호남 지역 민주당 한 의원은 “지금은 대선까지 아직 시간이 남아있지 않은가”라며 “호남 민심은 호남 출신 대통령이 김대중 전 대통령 이후 없었기 때문에 호남 대통령에 대한 기대감도 있고, 또 한편으로는 정권 재창출 과제가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런 경쟁력을 갖춘 분이 누군지를 지금부터 더 관심을 갖고 지켜보시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호남 지역 정가에서 활동해온 민주당 한 권리당원도 “이낙연 대표는 안정적 스탠스를 가져가는 분이고 이재명 지사는 ‘사이다’성 행보를 많이 하고 있기 때문에 두 사람의 언행 차이로 지지율 등락 현상이 나타나고 있지만, 호남 민심은 결과적으로 관망하다가 전략적 선택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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