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조선중앙TV는 김여정(왼쪽 두번째) 당중앙위원회 부부장이 제8기 당중앙지도기관 성원들과 함께 12일 금수산태양궁전을 찾았다고 13일 보도했다. /조선중앙TV-뉴시스
북한 조선중앙TV는 김여정(왼쪽 두번째) 당중앙위원회 부부장이 제8기 당중앙지도기관 성원들과 함께 12일 금수산태양궁전을 찾았다고 13일 보도했다. /조선중앙TV-뉴시스

시사위크=서예진 기자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의 동생 김여정이 대남 비난 담화를 발표하면서 김여정의 위치에 대한 여러 가지 해석이 나오고 있다. 김여정은 13일 노동당 부부장 명의로 우리 측 합동참모본부를 비난하고 나섰다. 종전 김 부부장의 당 직책(제1부부장)을 감안하면 이번 당 대회를 통해 강등된 셈이다. 그러나 대남 비난 담화가 나온 것으로 보아 김 부부장이 여전히 대남·대미 정책을 총괄하고 있다는 것을 드러낸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날 김여정은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담화를 내고 ‘제8차 당대회 기념 열병식을 정밀 추적했다’는 우리 측을 향해 원색적 비난을 했다. 김여정은 “남조선 합동참모본부가 지난 10일 심야에 북이 열병식을 개최한 정황을 포착했다느니, 정밀 추적 중이라느니 하는 희떠운 소리를 내뱉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남의 집 경축 행사에 대해 군사기관이 나서서 ‘정황 포착’이니, ‘정밀 추적’이니 하는 표현을 써가며 적대적 경각심을 표출하는 것은 유독 남조선밖에 없을 것”이라며 “남조선 당국이 품고 있는 동족에 대한 적의적 시각에 대한 숨김없는 표현”이라고 비난했다. 

이어 김여정은 ‘기괴한 족속들’, ‘특등 머저리들’ 같은 조롱 섞인 표현을 쓰며 “언제인가도 내가 말했지만 이런 것들도 꼭 후에는 계산이 돼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 김여정, ‘부부장’ 명의로 대남 비난 담화

김여정은 이번 담화를 ‘당 부부장’ 명의로 발표했다. 당 직위가 ‘제1부부장’에서 ‘부부장’으로 낮아진 것이다. 또한 이번 당 대회에서 당 정치국 후보위원에서 탈락하고, 당 중앙위 위원에만 이름을 올렸다. 

아울러 김여정은 북한 관영매체 보도에서 당 대회장 주석단 위치(의전서열)도 첫날 2열 가운데에서 세번째였다가 여덟 번째로 밀려난 것으로 확인됐다. 금수산태양궁전 참배 행렬에서 넷째 줄에 섰다. 이에 일각에서는 김 부부장이 문책성 인사를 당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은 지난 12일 8차 당대회 분석보고서에서 “김여정이 후계자, 2인자 등으로 거론되는 것이 김정은에게 부담이 됐을 가능성도 있다”면서 “젊은 여성이 백두혈통이라는 이유만으로 고위직에 오르는 데 대한 간부들과 주민들의 부정적 시선 내지 반발을 염두에 뒀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분석했다. 김정은과 김여정 사이에 갈등이 발생했을 가능성을 제시한 것이다. 이에 김정은이 당 총비서직에 오르는 상황에서 2인자가 부각되는 것을 피한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하지만 김여정이 완전히 실각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은 “정치국 후보위원 탈락은 김여정이 총괄하는 것으로 알려진 대남 및 대미 사업 부문의 성과 부진에 따른 문책일 수 있으나 언제든 복귀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13일 김여정이 본인 이름으로 대남 담화를 발표한 것은 공식 지위와 상관없이 정치적 입지나 위상은 여전하다는 의미로 볼 수 있는 것이다.

◇ 김정은, 외교보다 내치에 집중할 듯

또 김 부부장이 지난 6월부터 맡고 있는 ‘대남 총괄’ 직무 역시 변동 없는 것으로 보인다. 김 부부장의 정치국 위원 탈락 및 당 부부장 강등에 대해 우리 측에서 ‘문책성 인사’, ‘남북관계 변화’ 등을 예상하는 상황에서 당 대회 폐막일에 이같은 담화를 발표한 것은 직위나 직책이 낮아졌지만 오히려 대남 정책은 자신이 담당하고 있다고 확인시켜 준 셈이다.

이에 김여정의 공식 지위는 낮아졌지만 최고지도자의 여동생으로서 영향력은 유지하며 앞으로도 대남 메시지 관리 등 국정 운영 전반에 관여할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북한의 대미·대남 정책은 강경 노선을 택할 확률이 높아진다. 김여정은 지난해 대북전단에 대해 강도 높은 비난과 함께 남북 개성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하는 등 강경 행보를 보여준 바 있다. 

정성장 윌슨센터 연구위원 겸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김영철의 후임 대남 담당 부위원장(대남 비서)이 선출되지 않은 것을 두고 “김정은이 향후 남북관계 개선에 큰 기대를 걸고 있지 않은 것뿐만 아니라 김여정이 사실상 대남 비서 역할을 맡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아울러 김여정의 직위 변화는 김정은이 코로나19 위기 해소 전까지는 외교 정책보다 경제 정책을 우선순위에 둔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실제로 이번 당 대회에서 김여정 외에도 대남 정책을 관장하는 통일전선부장, 당 중앙위 국제부장이 당 중앙위 비서직에 선출되지 못했다. 이 경우 역시 문재인 대통령의 남은 임기 동안 북한이 전향적 자세를 보이기는 어려울 가능성이 높다. 북한은 이번 당 대회에서도 대남·대미 관련 원론적인 입장만 되풀이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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