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주인 꼼수, 세금 부담 임차인 전가 준전세‧월세 유도 
법 허점 이용 거부권 행사 하는 집주인, 결국 5% 인상

사진은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서울스카이 전망대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의 아파트 단지. / 뉴시스
사진은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서울스카이 전망대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의 아파트 단지. / 뉴시스

시사위크=최정호 기자  주택임대차보호법이 전월세 시장의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법 시행으로 전세 물량이 위축돼 공급이 적고 수요가 많아져 가격 상승의 요인으로 작용했으며 전세값을 감당 못해 준전세(반전세)로 돌아선 임차인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상황이다. 또 법적 허점도 드러나 임대인과 임차인 간 갈등도 부축이고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최근 발표된 ‘서울부동산정보광장’의 부동산거래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전세 거래는 9,315건 △11월 6,930건 △12월 5,890건으로 거래량이 꾸준히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준전세 거래는 10월 1,724건에서 11월 2,603건으로 증가했다. 또 월세 거래도 3,832건에서 4,516건으로 늘었다.

이 같은 현상이 발생하게 된 요인을 전문가들은 임대차보호법의 역기능이 작용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또 집값과 전세값은 동반상승하게 되는데 지난해 5월부터 치솟은 부동산 시장을 임대차보호법이 제역할을 다 하지 못했다는 분석도 이어졌다. 

서울 동대문구에서 30년간 공인중개업을 해온 A씨는 13일 <시사위크>와 인터뷰에서 “전세값이 상승해 이사를 하고 싶어도 자금이 부족해 (임대차보호법 영향) 계약을 연장한다”면서 “전세를 옮기는 사람이 늘어나야 시장이 안정되는데 그렇지 못하기 때문에 불안정해졌다”고 말했다.

전월세에 작용하는 임대차보호법은 두 가지로 ‘계약갱신청구권’과 ‘전월세상한제’다. 계약갱신청구권은 세입자에게 1회의 계약갱신요구권을 보장해 주는 것으로 2년 계약을 4년까지 늘릴 수 있게 하는 제도다. 다만 주택에 집주인이나 직계 존속·비속이 거주할 경우 계약 갱신 청구를 거부할 수 있다. 전월세상한제는 임대료 상승폭을 직전 계약 임대료의 인상을 5%로 제한한 것이다.

법 실행으로 임대인에게 불리한 상황이 되자 전세보다는 준전세 또는 월세로 전환하는 사례가 늘어났다. 또 다주택자에 대한 세금 부담이 커지자 집을 매각하는 경우도 많아졌다. 전세 물량이 줄어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된 셈이다. 

함영진 직방 데이터랩장은 “저금리라 임대인들이 전세로 수익을 낼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면서 “다주택자에게 부과된 세금 부담을 준전세나 월세로 전환시켜 임차인들에게 전가시키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장(경인여대 교수)은 “임대차보호법 실행으로 다주택자들이 전세 물량을 풀지 않는다”며 “공급은 줄어들고 찾는 사람은 많다보니 전세값이 오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한편, 계약갱신청구권 제도에 명시된 ‘거부권’이 악용돼 임차인들이 피해를 보는 사례도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의 모임’(이하 민변)이 경기도민을 대상으로 임대차보호법 관련 법률 상담 실시한 결과 거부권 관련 민원이 가장 많았던 것으로 조사됐다.

거부권에 대한 유권해석이 다르다보니 임대인과 임차인간 갈등을 유발시켰다. 임차인이 전세 기간을 2년 연장할 것으로 예측되니 임대인이 거부권을 행사한 것이다. 임차인이 법을 잘 알지 못해 피해를 보는 사례가 다수 발생했다.  

민변 이강훈 변호사는 <시사위크>와 통화에서 “임차인은 새로운 전셋집을 구할 형편이 되지 않기 때문에 계약 연장을 요구한다”며 “전세값을 올리고 싶은 임대인 입장에선 거부권을 행사하는데 법에 이 조항이 있어 양측 간에 법 해석이 달라졌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임대인과 임차인 간에 갈등이 깊어지자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법이 규정한 5% 인상에 합의하는 사례가 다수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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