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서울시 부동산 정책 발표 기자회견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시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서울시 부동산 정책 발표 기자회견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정호영 기자  4·7 서울시장 보궐선거 야권 단일후보 자리를 놓고 국민의힘과 국민의당이 치열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국민의힘이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집중 견제에 나선 가운데, 국민의당은 안 대표 엄호에 나서면서 야권 전체에 불편한 기류가 이어지는 모양새다.

양당 기싸움이 과열 양상을 띠면서 일각에서는 당분간 단일화 논쟁을 자제하고 정책 경쟁에 집중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 국민의당, ‘안철수 비판’ 국민의힘에 경고장

이태규 국민의당 사무총장은 14일 국민의힘을 겨냥해 “청와대와 민주당이 헛발질해서 반사이익 좀 얻으니까 기고만장해서 국민의 간절함은 보이지 않느냐”며 “떠나간 민심이 제1야당 아니면 어디로 가겠느냐는 착각과 교만이 야당 전체에 등을 돌리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

이 사무총장은 “야권 전체는 안 대표에게 상처 줘서 얻을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며 “여러분들이 눈앞의 작은 이익에 어두워 휘두르는 칼은 승리의 칼이 아니라 공멸의 칼이고, 근거 없는 네거티브 공격은 칼날을 쥐고 상대를 찌르는 어리석은 자해 행위”라고 주장했다.

국민의당의 이같은 대응은 최근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필두로 최근 이준석 전 최고위원, 서울시장 출마를 선언한 나경원 전 의원까지 ‘안철수 때리기’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상대인 더불어민주당 측 견제도 감내해야 하는 상황에서 야권 제1당인 국민의힘의 공세가 도를 넘어섰다는 판단이다.

김 위원장은 지난 12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안 대표를) 단일후보로 만들어주지도 않았는데 스스로가 단일후보라고 얘기했다”며 “정신적으로 자기가 유일한 야당 단일후보라는 생각을 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준석 전 최고위원도 13일 같은 라디오 방송에서 “안 대표와 같이 일을 해본 분들은 그의 행보가 용두사미식으로 끝날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할 것”이라며 “안잘알(안철수를 잘 아는 사람들)은 (안철수를) 전부 다 부정적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나경원 전 의원도 13일 서울시장 출마 기자회견에서 “쉽게 물러서고 유불리는 따지는 사람에겐 이 중대한 선거를 맡길 수 없다”며 “중요한 정치 변곡점마다 결국 이 정권에 도움을 준 사람이 어떻게 야권을 대표할 수 있는가”라며 안 대표를 정조준했다.

국민의당은 그간 안 대표에 대한 타 당의 공격성 발언에 대응을 자제해왔다. 하지만 이날은 이태규 사무총장의 기자회견에 이어 당 대변인 명의의 공식 논평까지 내면서 적극 반박했다.

안혜진 국민의당 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서로 응원하고 힘을 보태어도 모자랄 판에 비방, 비난 일색으로 야권 분열을 꾀하는 듯한 구태의연한 정치 행태는 스스로를 부그럽게 만들고 여권에 희소식을 안길 뿐”이라고 주장했다.

안 대변인은 나 전 의원을 겨냥해 “현 야당에 대한 국민적 증오와 지지율 추락에 혁혁한 공을 세운 분이 앞장서 지지율이 앞선 상대를 향해 부적절한 발언을 쏟아내는 처신은 아파트 부녀회장 선거에도 적절치 않은 태도”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국민의당은 국민의힘이 자당 대표에게 사실상 몰매를 때리는 상황에서 어쩔 수 없이 강경 대응에 나섰다는 입장이다. 국민의당 관계자는 “그동안 염려할 일이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국민이 야권의 이런 행태에 크게 실망할까 두렵다”며 “한국 정치가 3류로 불리는 이유는 서로 노력해서 잘 하려는 게 아니라 상대를 비방해 밟고 올라서려는 풍토 때문이다. 이런 일이 반복되면 안 대표 개인 문제가 아닌 야권 전체의 패인이 될 수 있다”고 염려했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뉴시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뉴시스

◇ 국민의힘-국민의당, 3월 협상 유력

국민의힘 지도부는 앞서 안 대표에게 △국민의힘 입당 △3월 초 단일화 협상 등 2개 선택지를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종인 비대위원장은 이날 비상대책위원회의 직후 브리핑에서 “본인(안 대표)에게 분명히 물어봤다. 단일화는 3월 초에나 가서 얘기할 것이고 그렇지 않으면 우리 당에 들어와서 (경선) 하는 방법 둘 중 한 가지밖에 없으니, 결심하면 얘기하라고 했는데 그 이후엔 얘기할 게 없다”고 말했다.

안 대표가 선(先)입당 후 통합 경선을 치르거나, 국민의힘 자체 후보를 추린 뒤 3월 최종 협상에 나서자는 제안이다. 18일부터 후보 접수를 받는 국민의힘은 이달 말까지 예비경선을, 내달(2월) 중으로 본경선을 마칠 것으로 관측된다.

안 대표는 국민의힘 입당에 대해 일단 선을 그은 상황이다. 안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단일후보 결정은 이 정권에 분노하는 서울시민들이 하면 된다”며 “정권 무능과 폭주를 비판하고 정권 교체를 간절히 원하는 국민 뜻에 따르자는 것”이라고 했다.

국민의힘 바깥에서 시민 여론에 의한 단일화를 추진하자는 취지로 해석된다. 앞서 이태규 사무총장은 이날 국회 기자회견에서 “전문가의 합리적 판단을 받아본 뒤 시민들이 선호하는 방식이 무엇인지 물어볼 수 있을 것”이라며 “다수 시민이 공감하는 방향으로 가야 후보 단일화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양당의 신경전이 지속되면서 국민의힘 일부 후보들 사이에서도 “이제는 단일화 논쟁을 자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양당 모두 야권 단일화의 필요성은 동의하는 만큼, 민심에 부정적 영향으로 이어질 수 있는 소모적 단일화 논쟁은 자제하고 선거에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정책 경쟁에 집중하자는 것이다.

서울시장 출마를 선언한 김근식 경남대 교수(국민의힘 서울 송파병 지역위원장)는 이날 페이스북에 “안 대표와 국민의힘 사이의 불편한 논쟁은 이제 중단하길 바란다”며 “단일화는 반드시 이루겠다는 양측 합의는 확인한 만큼 이제는 단일화 논쟁을 잠시 접고 서로 감정을 상하거나 상처주는 언행은 자제해 달라”고 했다.

이어 “지금부터는 각자의 파이를 키우며 후일 야권 단일화 역량을 각자 늘려가야 한다”며 “선의의 경쟁으로 혁신과 변화의 노력을 통해 각자 야권의 파이 증대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인 오신환 전 의원도 이날 페이스북에 “이제 단일화 얘기는 잠시 접고 비전경쟁을 해야 한다”며 “국민의힘 후보가 선출되면 그때 서울시민의 뜻을 물어 야권 단일후보를 결정하자”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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