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트 캠벨 아시아그룹 회장이 26일 오후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열린 '아산플레넘 2016'에서 만찬사를 하고 있다. /뉴시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아시아 정책을 이끌 자리 '아시아 차르'에 커트 캠벨(사진) 전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차관보를 임명할 것이란 소식이 알려지면서 한국 정부가 얻을 득실에 관심이 쏠린다. /뉴시스

시사위크=서예진 기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대(對) 아시아 정책을 이끌 자리에 커트 캠벨 전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차관보를 임명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한국 정부가 얻을 외교적 득실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캠벨은 아시아 및 한반도 문제를 오래 관여해온 베테랑이다. 이에 한국 정부는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선택을 해야 하는 상황을 맞을 것이지만, 대북·대일 관계에서는 기회를 맞을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 아시아-한반도 외교정책 베테랑

미국 주요 언론은 바이든 당선인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인도태평양조정관에 캠벨 전 차관보를 발탁할 것이라는 소식을 전했다. 인도태평양조정관은 백악관 NSC에 처음 마련되는 자리다. 이 직책은 대중국 대응을 비롯한 아시아 전략을 전반적으로 관장하는 자리로 알려졌다. 이에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는 이 자리를 미국 정부의 대 아시아 정책을 총괄한다고 해서 ‘아시아 차르’(Asia tsar)라는 이름을 붙여 소개했다. 결론적으로 캠벨 전 차관보의 전략이 곧 바이든 행정부의 아시아 정책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캠벨 전 차관보는 오바마 행정부 당시인 2009~2013년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로 북핵 문제를 다룬 바 있다. 또 오바마 행정부의 ‘피벗 투 아시아’(Pivot to Asia) 정책의 핵심 설계자로도 알려져 있다. 이 정책은 미국의 외교·군사 정책의 중심을 중동에서 아시아로 옮기는 것을 골자로, 일본을 중심축으로 해 중국을 견제하는 전략이었다.

또 그는 지난 12일(현지시간) 미국 외교 전문지 포린어페어에 공동기고문을 통해 대중 압박 전략으로 지난해 영국이 제안한 ‘민주주의 10개국’(D10, 주요 7개국·한국·호주·인도 포함)과 같은 맞춤형 연합체를 제시했다. 차관보로 재직할 당시에도 대중 강경론자로 알려져 있는 만큼, 이번에도 동맹 관계를 통한 중국 압박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 

아울러 아시아 관련 문제의 실무적 담당자로서 대북 문제에도 정통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사망했을 당시인 2011년에는 한반도 정책 실무담당자로 대북정책을 조율하기도 했다. 

◇ 중국 압박 선택 속 대북·대일관계 청신호?

캠벨 전 차관보가 ‘아시아 차르’에 부임할 경우 미국의 대중 압박 강도가 높아질 전망이다. 지난 12일 포린어페어 기고문에서 그는 인도태평양 국가들이 미국의 도움을 받기 원하지만 아시아의 미래에서 중국을 배제시키는 것은 그들에게 이익이 되지도, 실용적이지도 않다고 생각하고 있어 미중 사이 선택을 강요받고 싶어하지 않는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는 현재 한국이 취하는 ‘전략적 모호성’에 대한 비판으로도 해석된다.

이에 당초 예상대로 바이든 행정부가 대중 압박 강도를 높일 가능성이 높다. 결국 한국 정부는 미국과 중국의 패권 싸움에서 이제는 정말로 어느 한 쪽 편을 들어야 하는 상황에 부딪치는 셈이다. 그간 한국 정부는 관련 주장이 제기될 때마다 ‘전략적 모호성’을 선택했다. 하지만 애매한 ‘중립외교’로는 미중 양측의 보복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기도 했다. 

반면 대북·대일 문제와 관련해서는 청신호가 켜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캠벨 전 차관보는 단계적 접근에 기초한 북한과의 대화를 중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와는 달리 한국 정부의 의견을 적극 받아들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럴 경우 문재인 정부의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추진에도 동력이 붙을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그는 지난해 11월 더불어민주당 한반도TF단과 만나 “인도적 지원 등을 통해 북한이 인내하도록 메시지를 보내는 것은 좋은 생각”이라며 “이러한 접근은 한국과 미국의 공조를 더욱 강화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또 캠벨 전 차관보는 지난 2013년 일본이 위안부 강제 연행을 인정하는 ‘고노 담화’를 수정하려 하자 우려를 표한 바 있어, 한일관계 개선에 적극적인 중재 역할을 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중국을 압박하기 위해서는 한미일 공조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에 현재 한국의 위상을 고려해 종전과는 다른 형태의 한미일 공조를 구상할 가능성도 있다.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