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의 무리한 아파트 개발 허용 특혜 논란
20년전 예견됐다... 지자체, 행정력 동원 했어야

청주시는 지난해 아파트 시행사 CSF가 매봉공원을 매입해 아파트를 지을 수 있게 허가해줬다. 아파트 개발을 위해 지자체가 환경영향평가와 교통영향평가를 반영하지 않고 무리하게 사업을 주진해 논란이 일었다. 사진은 충북 청주시 매봉공원지키기 주민대책위원회가 청주시청 광장에서 매봉공원 민간개발 중단을 촉구하는 시위 모습 / 뉴시스 

시사위크=최정호 기자  아파트가 숲을 품고 있다고 해서 ‘숲세권’, 초등학교를 품고 있어서 ‘초품아’, 2개의 지하철역이 위치해 있어 ‘더블역세권’. 이런 점들은 집값 상승의 요인으로 꼽힌다. 이 세 가지 조건을 다 갖출 경우 아파트는 부르는 게 값이다.

지난해 7월 도시공원(민간)을 개발하지 못하도록 묶어두는 관련법이 일몰됐다. 전국 수 십 여개 공원의 개발이 가능해진 상황이다. 공원이 아파트 개발사에게 팔리면 숲세권 아파트가 건립되 것이고, 교통 기반 시설 확충도 수반되기 때문에 ‘역세권’과 같은 효과를 누릴 수 있다. 즉 아파트 값이 올라갈 것이라는 얘기다. 

반면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면 20년 동안 주민들의 사랑을 받았던 공원이 사라지게 된다. 일부 지자체는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고자 공원 소유주로부터 토지를 매입하고 있다. 경남 진주시의 경우 2018년부터 시민토론회를 거쳐 도시공원 13개소를 시가 최대한 확보해 시민들에게 돌려줄 계획을 수립해 진행해 왔다.

문제는 지자체가 예산이 없을 경우다. 이를 해결하고자 지자체는 아파트 개발 카드를 꺼내 들었다. 개발사로 하여금 공원을 사들여 아파트를 짓게 하고 공원의 일부를 지자체에 기부채납 하는 방식이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시사위크>와 통화에서 “아파트 건설이 난립하면 환경이 파괴되고 공원이 사라지기 때문에 이를 방지하고자 ‘민간공원 특례사업’ 제도가 도입됐다”며 “공원의 30%미만만 아파트를 지을 수 있고 70% 이상은 공원으로 기부채납 해야 된다”고 설명했다. 

광주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 광주지검 민원실에서 민간공원 특례 2단계 사업 비리 의혹과 관련해 고발장을 제출하고 있다. / 사진 뉴시스<br>
광주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 광주지검 민원실에서 민간공원 특례 2단계 사업 비리 의혹과 관련해 고발장을 제출하고 있다. / 사진 뉴시스

◇ 무리한 아파트 사업, 개발사 특혜 시비 

그런데 최근 일부 지자체가 무리하게 민간공원 특례사업을 추진해 논란이 됐다. 아파트 개발사에게 특혜를 주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된다. 

광주광역시의 민간공원 특례사업 대상인 ‘중앙공원 1지구’는 최근 선분양에서 후분양으로 바뀌면서 지자체가 사업자 선정 때보다 용적률과 비공원 시설 면적을 늘려줬다. 개발사는 서민 아파트인 중‧소형 평수 개발을 취소하고 고급형 위주인 중·대형 아파트 457가구를 더 건설한다고 밝혔다. 지자체가 공공성을 외면하고 특혜를 줬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또 평당 1,500만원 수준으로 분양가가 책정돼 고분양 논란이 일었는데, 최근엔 1,900만원으로 상승해 여론이 더 나빠졌다. 

이곳은 숲세권 아파트에 교통시설이 발달됐고 교육 여건도 좋아 높은 분양율이 기대된다. 공원의 범위를 줄여서 아파트 동수를 늘린다면 개발사는 더 많은 이득을 가져가게 될 수밖에 없다.  

오주섭 광주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사무처장은 <시사위크>와 통화에서 “시와 개발사가 고분양가관리지역 해제, 비공원 시설 면적의 확대, 용적률 상향 등의 편법 행위를 저지르고 있다”며 “중앙공원 1지구의 아파트 분양 원가를 즉시 공개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광주시는 주민과 시민단체들의 반발로 서둘러 민간공원 특례사업 공청회를 열겠다고 선언한 상태다.

청주시는 지난해 아파트 시행사 CSF가 매봉공원을 매입해 아파트를 지을 수 있게 허가해줬다. 그러나 아파트 개발을 위해 지자체가 환경영향평가와 교통영향평가를 반영하지 않고 무리하게 사업을 추진해 논란이 일었다.

청주 시민단체들은 매봉공원은 교통 시설 복잡한데 아파트가 들어설 수 있게 하면서 매봉산에 터널을 뚫을 수 있게 해줘 교통영향평가를 외면했다고 주장했다. 또 청주시가 환경‧교통영향평가 내용을 고의적으로 공개하지 않아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소송 결과 10월에서 승소해 시민단체들은 환경‧교통영향평서를 열람할 수 있었다. 

김수동 매봉공원대책위원장은 <시사위크>와 통화에서 “환경‧교통영향평가가 엉망인데도 불구하고 청주시는 무리하게 아파트를 건설하려고 했다”며 “많은 가구의 아파트가 들어설수록 취득세 등 세수가 늘어나기 때문에 공원에 아파트를 개발하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대전시도 매봉공원이 있다. 지자체는 이 공원에 민간공원 특례사업으로 아파트 단지를 지으려고 했으나, 주민들의 반대와 환경보전을 위해 개발 사업을 취소했다. 그러나 아파트 개발사인 매봉파크PFV는 대전시가 일방적으로 사업을 중단했다며 소송을 제기해 승소했다. 현재 대전시는 항소한 상태다. 

대전시 관계자는 <시사위크>와 통화에서 “아파트 보다는 환경보전을 생각해 개발을 취소했으며 개발사와 소송에서도 최종 승소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 아파트개발 보다 시민공원 우선... “공원을 빌려라”

홍익대학교 도시공학과 이정민 겸임 교수는 <시사위크>와 통화에서 “민간공원 특례사업으로 공원 내 아파트가 들어서면 형평성 논란이 생길 수밖에 없다”며 “그 공원이 아파트 주민을 위한 공원이지 시민 모두를 위한 공원은 아닌 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지자체가 공원화 과정에서 예산을 쓰게 되면 아파트 주민들을 위해서만 세금을 쓰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도시공원의 아파트 개발 대해 전문가들은 20년 전부터 논란은 예고됐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7월 도시공원 관련 제도가 일몰될 것 예측해 사전에 예산을 수립하는 등 행정력을 발휘했어야 하는데 지자체가 이를 실행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2024년 7월까지 도시공원 토지 매입을 못할 경우 민간공원 특례사업조차 할 수 없게 된다. 

이 교수는 “아파트 개발을 우선적으로 생각하지 말고 토지 소유주로부터 공원을 빌려 시민들에게 공원을 제공하면 된다”며 “소유주도 세금 부담을 줄일 수 있으며 지자체 입장에서는 예산을 절감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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