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다 파일럿, 2019년 재고 소진 후 2020년 하반기까지 감감 무소식
2021년형 혼다 파일럿, 지난해 11월 출시… 한국시장 판매 지속 의지 비쳐
재규어, 지난해 ‘뉴XE’ 출시 후 자료배포도 안 해… 경쟁모델 比 가성비↓

재규어 뉴XE 모델이 지난해 수입차 시장에서 전체 세단 모델 중 최하위를 기록했다. / 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

시사위크=제갈민 기자  재규어 뉴XE와 혼다 파일럿이 지난해 수입자동차 시장에서 최악의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두 모델은 억대를 호가하는 럭셔리브랜드와, 한국시장을 떠난 닛산·인피니티, 그리고 단종 된 모델이나 단종 수순을 밟는 모델, 부분변경 전 모델 등을 제외하면 세단과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 부문에서 꼴찌를 기록한 모델이다. 연간 판매량은 혼다 파일럿이 15대, 재규어 뉴XE(XE 포함) 21대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 자료를 기반으로 연간 수입차 판매대수를 집계한 다나와 자동차 페이지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 자동차시장에서 수입 브랜드의 세단(왜건·해치백 포함)과 SUV(RV·MPV 포함)는 각각 15만2,862대, 10만2,684대 등이 판매됐다. 지난해 수입차 시장은 전년 대비 12.3% 신장한 27만4,859대를 기록했다. 세단은 2019년 15만1,137대보다 1,500여대 이상 더 판매됐으며, SUV는 8만5,581대 대비 1만7,000여대 이상 판매량이 늘었다.

전반적으로 한국의 수입차 시장은 커졌지만 혼다 파일럿과 재규어 뉴XE는 반대로 실적이 폭삭 주저앉았다.

혼다의 준대형 SUV 파일럿이 지난해 수입차 SUV 시장에서 꼴찌를 기록했다. / 혼다코리아

◇ 혼다, 한국 시장에 파일럿 정보 제공 미흡… 마케팅 실패 

혼다는 지난 2018년 12월 마이너 모델체인지를 거치면서 상품성을 강화한 ‘뉴 파일럿(이하 파일럿)’을 한국 시장에 출시했다. 혼다 파일럿은 차체 크기가 전장(길이) 5,005mm, 전폭(너비) 1,995mm, 전고(높이) 1,795mm, 휠베이스(축거) 2,820mm에 달하는 준대형 SUV다. 당시 국내 출시 가격은 EX-L(기본 트림) 5,490만원, 엘리트 트림이 5,950만원으로 책정됐다.

혼다 파일럿은 공교롭게도 한국 시장 상륙 시기가 현대자동차 펠리세이드 모델과 비슷하게 겹치고, 국내 판매가격과 차량 크기 등 많은 부분에서 유사점이 적지 않은 탓에 경쟁구도를 이루게 됐다.

2018년 연말 출시된 파일럿의 본격적인 판매는 2019년 1월부터 이뤄졌다. 한국 시장에서의 첫해 성적표는 1,251대를 판매하며 준수한 성적을 기록했다. 지난 2019년 하반기 초 한국과 일본 정부 간 외교갈등이 불씨가 돼 전국으로 번진 일본제품 불매운동(‘노재팬’) 상황 속에서도 선전한 모습이다. 혼다 파일럿의 지난 2019년 상반기 실적은 505대다. 즉, 노재팬이 불어닥치는 가운데 2019년 하반기에 746대를 더 판매한 것이다.

혼다 파일럿이 2019년 하반기 인기를 끌 수 있었던 이유로는 11월 ‘땡처리’에 가까운 파격 할인 덕분으로 보인다. 1,500만원 수준에 달하는 대대적인 할인은 파일럿 재고 전량 소진으로 이어졌다.

혼다코리아는 지난해 파일럿을 도입하지 않고 있다가 결국 4분기에 2021년형을 국내에 출시했다. / 혼다코리아

이후 혼다는 2020년 국내에 혼다 파일럿을 출시하지 않았다. 재고가 모두 소진된 것과 더불어, 지난해 연초부터 코로나19가 전 세계를 강타하면서 파일럿이 생산되는 미국 앨라배마 공장도 정상 가동이 힘든 상황에 처하는 등 복합적인 상황에 따른 것이다. 그러나 소비자들은 이러한 상황을 모르고 있던 터라 “혼다가 한국 시장을 포기한 것이 아니냐”는 소문까지 퍼지기 시작했다.

당시 혼다코리아 딜러사 관계자들 사이에서도 2019년 재고 소진 후 2020년 7월, 8월까지 파일럿 모델 도입과 관련해서는 본사 측에서 도입 시기에 대해 전달을 해주지 않아 고객들에게 설명조차 제대로 하지 못한 상황이 빚어지기도 한 것으로 알려진다. 혼다코리아 측의 마케팅 실패로 보이는 대목이다.

이후 지난해 11월 중순, 혼다코리아는 고객 니즈를 반영해 상품성을 일부 강화한 연식변경모델, 2021년형 파일럿을 국내에 출시했다. 거의 1년 만에 한국 땅을 다시 밟은 것이다.

결국 지난해 10개월 이상 한국 판매가 중단됐던 혼다 파일럿의 연간 판매대수는 단 15대에 그쳤다. 지난해 11월과 12월 단 두 달 동안 성적인 것을 감안해야 하겠지만, 소비자들의 관심이 줄어든 것을 체감할 수 있는 정도다. 지난 2019년 하반기 땡처리를 제외하고 상반기 판매 대수만 놓고 보더라도 505대가 판매됐는데, 이를 월간 판매량으로 환산할 시 월 84대 정도는 판매가 된 셈이다.

이와 관련 혼다코리아 측 관계자는 “2019년 말 파일럿 재고 소진 후 차량을 추가로 들여오려 했으나, 코로나19 등 외부 요인으로 인해 한국 시장 공급이 원활하지 못했고 판매량이 급감한 것처럼 보이게 됐다”고 설명했다.

재규어 뉴XE는 지난 2019년 서울모터쇼에서 아시아 최초 공개됐다. / 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

◇ 재규어 뉴XE, 서울모터쇼 아시아프리미어 모델인데… 마케팅 포기했나?

수입세단 부문에서는 재규어 뉴XE가 최저 성적을 기록했다. 재규어는 지난해 자사 중형세단 XE의 페이스리프트 모델 ‘뉴XE’를 새롭게 출시했다. 재규어 뉴XE는 앞서 지난 2019년 3월 서울모터쇼에서 아시아프리미어 모델로 공개한 바 있다.

그러나 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는 뉴XE를 지난해 국내에 출시하면서 보도자료 하나 배포하지 않았다. 서울모터쇼에서 아시아프리미어 모델로 공개했던 것과는 상반된 모습이다. 이 때문에 페이스리프트된 뉴XE 모델이 지난해 7월 출시된 것조차 모르는 이들도 적지 않은 눈치다. 덕분에 판매량은 바닥을 쳤다.

재규어 뉴XE는 지난해 페이스리프트 전 모델 XE 판매대수 3대를 포함해 총 21대가 판매됐다. 지난 2019년 재규어 XE 판매대수 347대의 10%에도 못 미치는 성적이다. 지난해는 연초부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전 세계를 휩쓸어 자동차 생산공장의 정상 가동이 불가능했다고는 하지만 심각한 수준이다. 단순히 코로나19로 인한 문제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수입차 시장에서 재규어 뉴XE와 같은 중형세단(D세그먼트) 부문은 결코 작은 시장이 아니다. 대표적인 경쟁모델로는 △메르세데스-벤츠 C클래스 △BMW 3시리즈·4시리즈 △아우디 A4·A5 △폭스바겐 아테온·파사트 △볼보자동차 S60 등이 있다.

지난해 국내에 판매된 수입 중형세단 모델은 재규어 뉴XE를 포함해 20종이다. 이 중 일부 모델은 수입차임에도 불구하고 취·등록세 등 세금을 포함해 실 구매가격이 3,000만원대인 모델이 존재한다. 3,000만원대에 구매가 가능한 수입 중형세단은 △토요타 캠리 △혼다 어코드 △푸조 508 등 3종이다. 이러한 수입 중형세단은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모델로 꼽힌다.

재규어 뉴XE 실내. / 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

수입 중형 세단 중 인기모델로 꼽히는 벤츠 C클래스나 BMW 3시리즈, 아우디 A4, 폭스바겐 아테온 등은 4,000만원대 중후반~6,000만원대 초반에 가격이 형성돼 있다. 이는 각 브랜드의 파이낸스 할인이나 현금 할인 등이 적용된 값이다. 일부 브랜드의 경우 차량 출고가의 15~20% 정도를 적용, 약 1,100만원의 할인을 소비자에게 제공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재규어 뉴XE의 국내 판매 가격은 디젤 모델 D180 R-다이내믹 S와 가솔린 모델 P250 R-다이내믹 S 2종이 프로모션을 적용해 5,850만원부터 시작된다. 옵션을 더하고 뺄 수는 없다. 코리아패키지로만 수입·판매돼 한국 판매 모델에 적용되는 옵션은 모두 동일하다. 재규어 뉴XE 가솔린 터보 모델의 상위 트림 P300 R-다이내믹 HSE는 세금을 포함한 실 구매 가격이 7,630만원에 달한다. 타사 동급 경쟁 모델 대비 값이 상대적으로 비싸다.

재규어 뉴XE를 구매할 수 있는 비용이라면 다른 수입차 브랜드의 준대형급(E세그먼트) 세단을 구매할 수도 있는 정도다. 결국 재규어 뉴XE의 부진은 비싼 차량 가격과 마케팅 부진, 코로나19 사태 등이 겹쳐 나타난 형상으로 분석된다.

재규어 브랜드의 지난해 전체 성적은 벤틀리나 롤스로이스, 람보르기니 등을 제외하고 일반 수입승용 브랜드 중 최하위다. 상대적으로 비싼 몸값으로 인해 소비자들에게 외면받은 것으로 보인다.

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 측은 이와 관련해 “차박이나 캠핑과 같은 레저 활동이 인기를 얻으며 SUV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진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며 “그리고 국내 소비자들이 실내 공간이 넉넉한 큰 차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보니 상대적으로 브랜드 내에서도 중형이나 대형 SUV 모델의 인기가 높은 편이다”라고 말했다.

한편, 재규어 뉴XE와 혼다 파일럿이 받아든 지난해 성적은 수억을 호가하는 럭셔리 브랜드 롤스로이스의 레이스(23대)와 던(22대)보다 낮다. 자동차 브랜드 차원의 극약처방이 필요해 보이는 이유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