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연 전 경제부총리가 ‘새 판 짜기’를 언급하면서 제3지대 구축을 통해 차기 대선에 출마하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뉴시스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가 ‘새 판 짜기’를 언급하면서 제3지대 구축을 통해 차기 대선에 출마하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뉴시스

시사위크=김희원 기자  최근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정치권의 ‘블루칩’으로서 존재감을 과시하며 주목을 끌고 있다.

김 전 부총리는 문재인 정부의 첫 경제부총리를 지낸 인물이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그를 정치적 흥행 요건을 가진 인물로 평가하고 있다. ‘스토리’와 분명한 자신만의 ‘소신’을 겸비했다는 점에서다. 경제통 관료 출신인 김 전 부총리는 청계천 무허가 판잣집에서 자란 ‘소년 가장’과 ‘상고 졸업’이라는 출신 배경을 갖고 있다. 그가 충청북도 음성군이 고향이라는 점은 ‘충청 대망론’을 자극시킬 수 있는 요소다.

경제부총리 재임 시절에는 장하성 당시 청와대 정책실장과 ‘소득주도성장’을 놓고 갈등을 빚으며 경제통 관료의 ‘소신’을 뽐내기도 했다.

이 때문에 그는 지난해 21대 총선을 앞두고 여야 모두에서 후보군으로 거론됐고, 오는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도 다시 여야 모두에서 영입 제안을 받았다. 그러나 김 전 부총리는 이를 거절했다.

김 전 부총리는 지난 18일 페이스북을 통해 “이번에 서울시장 출마 권유와 요청을 여러 곳, 여러 갈래로부터 받았다. 지난 번 총선 때보다 강한 요청들이어서 그만큼 고민도 컸다”면서도 “언론에 이런 저런 보도가 되기 훨씬 전에 이미 거절의 의사를 분명하게 전했다”고 밝혔다.

그런데 김 전 부총리가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 제안을 거절하며 ‘새 판 짜기’를 언급해 정치권에서 미묘한 파장이 일고 있다.

김 전 부총리는 “우리 정치가 언제까지 이기기 위한 경쟁에 매몰되어 싸워야 하는지, 국민은 언제까지 지켜보고 참아야 하는지”라며 “한두 명 정도의 새 피 수혈이 아니라 세력 교체에 준하는 정도의 변화가 있어야 우리 정치가 변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제는 우리 정치에 이기기 위한 ‘경쟁’이 아니라 새로운 판을 짜는 ‘경장(更張)’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사회 각 분야에서 유능하고 헌신적인 분들이 힘을 합쳐 미래비전을 제시하고 뛰어난 우리 국민의 역량을 모을 리더십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발언을 두고 정치권에서는 김 전 부총리가 제3지대 정치세력화를 통해 차기 대선에 출마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다. 그러자 여야는 ‘김동연 러브콜’ 경쟁을 벌이기 시작했다.

김진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20일 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김동연 전 부총리가 대선에 출마한다면 민주당 (후보가) 돼야 된다고 생각하나’라는 질문에 “우리 정부에서 경제부총리를 지내셨고 초기의 경제 정책 입안에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하셨으니까 당연히 그러리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성일종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은 지난 19일 MBC 라디오 인터뷰에서 “김동연 전 부총리는 굉장히 좋은 자원이다. 신선하고 경제전문가이고 지역적으로 보더라도 충청권 인사다”라며 “개인적으로도 스토리가 있으신 상당히 좋은 자원이다. 충분한 (대선 후보)자질이 있는 분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성 비대위원은 ‘김 전 부총리가 야권과 맞다고 보나’라고 묻자 “그렇다”며 “김동연 전 부총리의 말씀하는 거나, 시장에 대한 생각, 이런 것들을 보면 여권에서 부총리를 하신 건 맞는데 굉장히 실용주의자여서 여권하고는 컬러가 그렇게 맞지 않는 분”이라고 주장했다.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가 21대 총선을 앞둔 지난해 4월 14일 오전 경기도 이천 장호원 오일장에서 당시 이천시에 출마한 김용진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지원유세를 하며 만두를 먹어보고 있다. 김 전 부총리의 대선 출마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그의 등판 시기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뉴시스(사진=김용진 후보 캠프 제공)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가 21대 총선을 앞둔 지난해 4월 14일 오전 경기도 이천 장호원 오일장에서 당시 이천시에 출마한 김용진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지원유세를 하며 만두를 먹어보고 있다. 김 전 부총리의 대선 출마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그의 등판 시기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뉴시스(사진=김용진 후보 캠프 제공)

◇ 새인물로 제3지대 구축해 5월 등판?

정치권에서는 김 전 부총리가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 제의는 거절했지만 언제든 정치에 뛰어들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이재오 국민의힘 상임고문은 최근 TV조선 ‘강적들’에 출연해 자신이 김동연 전 부총리의 고교 동창에게 “혹시 야권 단일후보로 서울시장에 나설 생각이 있는지, 당신이 김 전 부총리에게 가서 물어보고, 생각이 있다면 내가 적극적으로 판을 만들어보겠다고 했다”며 “그런데 20일쯤 후에 ‘서울시장 안한다’고 하더라는 말을 들었다. 그러나 김 전 부총리는 (향후) 정치할 사람이다”고 주장했다.

김 전 부총리 재임 시절 청와대 대변인을 지낸 박수현 민주당 전 의원도 같은 방송에서 “현직 시절 문재인 대통령의 해외 일정에 동행한 김 전 부총리가 기자들과의 (뒤풀이) 자리에 따라와 저와 같이 테이블을 옮겨 다니면서 명함을 주고 기자들을 사귀더라”며 “정치인의 모습이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박 전 의원은 “그래서 제가 형님(김동연)은 정치를 하셔야 할 거 같다. 정치인 기질이 다분하다라며 정치를 권유한 적이 있다”며 “정치 의지가 상당히 있고, 본인이 자수성가해서 살아온 분이기 때문에 마지막에 본인의 살아온 인생을 정치를 통해서 마지막 크게 마무리를 하면서 꽃을 피워보고 싶은 권력 의지가 있는 것 아닌가 느꼈다”고 전했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김동연 전 부총리가 4월 재보궐 선거가 끝난 후 선거 결과에 따른 정국 상황을 지켜본 후 5월경 대권에 등판할 계획을 세워놨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일부 정치권 호사가들은 김 전 부총리가 윤석열 검찰총장, 금태섭 전 의원, 이재웅 전 쏘카 대표이사 등과 제3지대를 만들어 ‘대권 판’ 흔들기를 시도할 것이라는 전망도 내놓고 있다.

장성철 공감과 논쟁 정책센터 소장은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김 전 부총리가 ‘새판 짜기’를 언급한 것은 여야 정치 플랫폼에 들어가지 않고 제3지대에서 새로운 사람들과 새로운 진영을 꾸려서 대선에 도전해보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으로 보인다”며 “서울시장 보궐선거가 끝나고 5월부터는 바로 대선 국면에 접어들기 때문에 김 전 부총리가 그 시점 정도를 보는 것 같다. 그때 김동연의 본격적인 몸풀기가 시작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김 전 부총리가 대중적 인지도와 정치적, 지역적 기반이 약하기 때문에 대권에 도전하더라도 험로가 예상된다는 전망도 있다.

장성철 공감과 논쟁 정책센터 소장은 “김 전 부총리는 대권에 도전하더라도 전국적인 인지도가 부족하고 정당을 기반으로 하지 않고 있다”며 “그렇다면 탁월한 개인적 역량과 확고한 지역적 기반이 있어야 하는데 아직까지는 그런 포인트들이 없기 때문에 무척 힘들고 어려운 길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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