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온유통 시스템 갖춘 기업 부각… 용마로직스·CJ대한통운·경남제약 등
정부·제약사 “국내 백신 유통사 관련해 아직 아는 바 없다”

화이자의 코로나19 백신이 2월 초~중순쯤부터 국내에 공급될 것으로 전망되지만, 국내 백신 유통사가 아직 확정되지 않아 원활한 공급이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사진은 화이자와 바이오엔테크가 공동개발한 코로나19 백신. / AP·뉴시스

시사위크=제갈민 기자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확보 및 빠른 공급을 위해 총력을 다하고 있다. 정부는 국내 코로나19 백신 접종 시작 시기를 2월로 보고 있다. 하지만 코로나19 백신을 국내 의료기관에 공급하는 유통기업 선정과 관련해서는 아직 확정된 바 없는 것으로 전해져 대책 마련이 시급해 보인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백신 공동구매기구 코백스 퍼실리티를 통해 정부가 확보한 1,000만명분 가운데 5만명분(1,000만 도즈)이 다음달 초 먼저 들어올 수 있다고 밝혔다. 정 총리는 지난 20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코백스에서) ‘2월 초에 받을 수 있겠느냐’라는 연락이 와서 ‘받겠다’라고 답변하고 지금 준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코백스가 한국에 2월초 공급할 백신은 화이자와 바이오엔테크가 공동 연구개발한 백신으로 알려진다. 해당 백신은 –70℃ 이하의 초저온 환경에서 보관·유통이 이뤄져야 한다. 이번 코백스의 백신 공급이 원활히 이행된다면 국내 첫 공급 백신은 당초 알려진 아스트라제네카 백신(AZD1222)이 아니라 화이자 백신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2월 말 허가 및 공급을 계획 중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해당 백신을 인천국제공항에 들여온 후 전국 의료기관으로 유통할 기업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초저온 보관·유통 등 준비할 과제가 많지만 구체적 계획이 아직 수립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가장 먼저 국내에 들여올 것으로 보이는 화이자 코로나19 백신은 –70℃ 이하의 초저온 보관이 가능해야 한다. 그러나 국내 의약품 유통기업이나 물류기업은 –70℃ 이하의 환경을 유지하면서 의약품 및 물류를 유통한 경험이 전무하다. 때문에 일부 제약사 및 물류업체에서는 콜드체인(초저온 유통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백신 유통 시뮬레이션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진다.

현재 콜드체인을 구축한 것으로 알려지는 물류업체로는 CJ대한통운과 동아쏘시오홀딩스 물류 자회사 용마로지스가 거론되고 있으며, 제약사 중에는 녹십자랩셀과 경남제약이 있다.

/ CJ대한통운
CJ대한통운이 운영하고 있는 의약품 전담운송차량. / CJ대한통운

CJ대한통운은 동탄물류센터 내 ‘우수의약품 유통관리기준(KGSP)’ 인증을 획득한 9,917㎡(3,000평) 규모 허브센터를 두고 전국 11개 의약품 전담 지역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또한 CJ대한통운은 적정한 온도를 유지할 수 있는 전담 운송차량 200여대를 통해 의약품을 전국 병원, 보건소, 약국 등에 배송하고 있다.

CJ대한통운의 의약품 전담 운송차량은 운전석에 온도기록계를 설치해 운행 중 10분마다 자동으로 적재함 온도를 체크할 수 있도록 했다. CJ대한통운은 제약사와 도매상에서 의약품 특성에 맞는 특수포장용기와 냉매제를 사용하면 의약품의 온도를 –70℃ 수준으로 유지하면서 차질없이 운송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용마로지스도 의약품 및 백신 품질을 최적의 상태로 유통할 수 있는 정온 배송 시스템을 구축한 것으로 알려진다. 의약품 및 백신의 정온 배송은 식품의약품안전처 ‘의약품 제조 및 품질관리 규정’ 중 제품표준서, 의약품 보관조건에서 규정한 실온(1~30도), 상온(15~25도), 냉장(2~8도), 냉소(1~15도)의 조건대로 일정한 온도를 유지하며 배송하는 것이다.

또한 용마로지스는 최근 물류·IT솔루션 기업인 삼성SDS와 극저온 창고를 보유한 한국초저온과 함께 코로나19 백신 유통을 위한 모의시험을 진행했다. 특히 용마로지스 측은 운반 조건이 까다로운 화이자나 모더나 백신과 관련해 특수 용기 활용 시 –20℃부터 –70℃ 조건을 유지하며 백신 배송이 가능한 콜드체인을 구축했다고 설명했다.

콜드체인 저장 용기. / 경남제약
콜드체인 저장 용기. / 경남제약

경남제약은 앞서 지난해 12월15일 백신 바이오 콜드체인 솔루션 전문기업으로 알려진 한울티엘과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백신 등 의약품 운송 사업 분야로 본격 진출을 선언한 바 있다.

한울티엘 측에 따르면 자사가 개발한 저장용기는 특수 냉매나 드라이아이스를 이용해 -70℃ 이하부터 상온까지 온도를 맞출 수 있으며, 저장용기에 추적 장치를 붙여 실시간으로 백신의 이동과정을 살펴볼 수 있다. 또 한울티엘은 48시간부터 최대 120시간까지 전원공급 없이 저온 상태를 유지할 수 있는 특허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과 여름철에도 72시간동안 -70℃를 유지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 외에도 그간 녹십자 측의 인플루엔자 백신 등을 유통해 온 녹십자랩셀도 관심을 받고 있다. 그간 백신 저온유통 경력이 있다는 이유에서다.

물류업체나 의약품 유통사 등에선 코로나19 백신 유통사업을 따내기 위해 물밑에서 경쟁이 치열한 모습이다. 일부 물류기업과 의약품 유통사에서 콜드체인을 구축한 덕에 향후 국내에 공급될 모더나 백신(–20℃ 보관)이나 얀센 백신(2~8℃), 아스트라제네카 백신(2~8℃) 유통에는 크게 문제가 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정부나 코로나19 백신 제조 제약사 측에서는 아직 유통사 선정에 대해 확정되지 않아 내용 전달이 힘들다는 입장이다.

질병관리청 관계자는 “현재 코로나19 백신 확보와 더불어 국내 유통에 대해서도 논의가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알고는 있으나 내용 파악이 당장에는 힘들어 자세한 내용을 전달해주기는 어려운 점이 있다”면서 양해를 구했다.

제약사 측도 마찬가지다. 한국화이자제약과 한국아스트라제네카 등 코로나19 백신 개발·공급 제약사의 한국 지사도 국내 공급에 대해 아는 내용이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SK바이오사이언스가 공격적인 R&D 지원으로 백신 개발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 사진은 SK바이오사이언스 엘하우스. / SK케미칼
SK바이오사이언스가 안동 L하우스에서 아스트라제네카 코로나19 백신을 위탁생산 중이다. 사진은 SK바이오사이언스 엘하우스. / SK케미칼

현재 상황대로면 아스트라제네카의 코로나19 백신을 위탁생산하는 SK바이오사이언스 안동공장 L하우스에 보관 중인 백신 출하도 당장에는 불가능할 수 있는 상황이다. 해당 백신을 해외 수출이나 국내에 공급을 하기 위해서는 안동에서부터 육로 이동이 필수다. 그러나 백신 유통 방식이나 업체가 선정되지 않은 상황에서는 해당 백신의 출하조차 지연될 수 있다는 얘기다. 이와 관련해서는 SK바이오사이언스 측도 전혀 전달을 받지 못한 상황이다.

SK바이오사이언스 측 관계자는 “우리는 아스트라제네카 코로나19 백신을 위탁생산하고, 해당 백신을 공장에서 출하까지만 담당한다”며 “국내에서 육로 수송이나 해외 수송 등의 부분에 대해서는 제약사 측이 담당하는 것이며, 이와 관련해서는 전달받은 내용도 없다”고 말했다.

한편 질병관리청은 해외에서 국내까지 코로나19 백신 수송은 국토교통부가, 백신 보관 및 국내 유통은 국방부가 주축으로 담당한다는 계획을 수립했다. 다만 코로나19 백신의 전국 공급은 의약품 유통·물류업계가 국방부의 지원을 받아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지난주 브리핑에서 “어떻게 하면 4가지 백신(화이자·모더나·얀센·아스트라제네카)을 안전하게 접종까지 할 수 있을지 업계로부터 계획서를 받아 검토 중”이라며 “한두 곳의 기업으로는 해결하기 어려울 것 같아 통합 유통센터나 물류체계를 만드는 것을 협의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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