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박원순 시정 잃어버린 10년, 재도약을 위한 약속'을 주제로 열린 발표회에서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오른쪽부터 김근식 경남대 교수, 조은희 서초구청장, 오세훈 전 시장, 나경원 전 의원, 원희룡 제주지사, 주호영 원내대표, 박춘희 전 송파구청장, 유승민 전 의원, 이종구 전 의원, 오신환 전 의원, 박성중 의원. (공동취재사진) /뉴시스
지난 2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박원순 시정 잃어버린 10년, 재도약을 위한 약속'을 주제로 열린 발표회에서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오른쪽부터 김근식 경남대 교수, 조은희 서초구청장, 오세훈 전 시장, 나경원 전 의원, 원희룡 제주지사, 주호영 원내대표, 박춘희 전 송파구청장, 유승민 전 의원, 이종구 전 의원, 오신환 전 의원, 박성중 의원. (공동취재사진) /뉴시스

시사위크=정호영 기자  4·7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80여 일 앞두고 야권 후보들의 신경전이 고조되고 있다. 이같은 분위기는 무려 9명의 후보를 보유한 국민의힘에서 두드러지는 모습이다.

국민의힘 내에서는 ‘2강’으로 평가되는 오세훈 전 서울시장ㆍ나경원 전 의원과 타 후보들의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하지만 예비경선 진출 티켓이 4장에 불과한 만큼, 비교적 인지도가 낮은 일부 후보들은 야권 단일화 문제로 관심이 집중된 대선주자급 후보들을 겨냥해 존재감 부각에 나선 모양새다. 특히 오 전 시장과 나 전 의원이 10년 전 보궐선거 패배와 무관치 않은 만큼, 책임론을 제기하며 ‘아픈 곳’을 찌르고 있다.

정치적 명운을 걸고 출마한 오 전 시장과 나 전 의원의 사정도 별반 다르지 않다. 예비경선을 넘고 본경선에서 살아남아도 당 밖에서 버티고 있는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의 단일화 논의가 기다리고 있기 때문에 경선 전 기싸움에 절대 밀리지 않으려는 분위기다.

◇ ‘빅3’ 견제하는 후보들

국민의힘에서 오 전 시장과 나 전 의원을 비롯해 김선동·오신환·이종구 전 의원, 조은희 서초구청장, 박춘희 전 송파구청장·김근식 경남대 교수, 김정기 변호사 등 9명이 서울시장 도전에 나섰다. 범야권으로 범위를 넓히면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금태섭 전 의원 등이 출마 의사를 밝혀 야권 후보만 두 자릿수에 이른다.

국민의힘은 내일(22일)부터 보궐선거 출마 후보들에 대한 서류 심사·면접 등 본격적인 검증 절차에 들어간다. 최종 예비경선 진출자는 28일 발표할 예정이다. 예비경선 티켓은 4장이다.

일각에서는 막강한 인지도와 당내 영향력을 바탕으로 당 밖의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빅3’으로 묶인 오 전 시장과 나 전 의원의 예비경선 진출을 유력하게 보고 있다. 이들은 각종 보궐선거 여론조사에서 안 대표와 함께 지지율 상위권을 형성하고 있다.

사실상 남은 두 자리를 놓고 타 후보들이 경쟁해야 하는 상황으로 전개되고 있는 셈인데, 이마저도 녹록치 않다는 의견이 나온다. 당 관계자는 “경쟁이 치열해지다보니 후보들 사이에서 날카로운 발언들이 나오는 것 같다”고 말했다.

단적인 예로 오신환 전 의원은 지난 5일 출마 기자회견에서 “여야를 막론하고 10년 전 박원순 서울시장이 등장할 때 조연으로 함께 섰던 분들이 출마를 선언했거나 고민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린다”고 했다.

해당 발언은 10년 전 무상급식 주민투표 결과로 서울시장직을 중도 사퇴한 오 전 시장과 당시 한나라당(옛 국민의힘) 후보로 보궐선거에서 낙선한 나 전 의원, 박원순 전 시장과 단일화를 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를 싸잡아 저격한 것으로 해석됐다.

이에 나 전 의원은 즉각 페이스북을 통해 ‘불리한 선거구도에서 선당후사의 정신으로 출마한 것’이라는 취지의 반박문을 올렸다.

야권 단일화가 쟁점으로 부상하면서 대선주자급 인지도를 갖춘 ‘빅3’에만 초점이 맞춰지는 문제를 지적한 후보도 있다.

김근식 경남대 교수는 지난 10일 페이스북에서 안 대표의 출마 이후 야권 후보 선출이 갑자기 인지도 높은 기성 정치인의 단일화 샅바싸움으로 변질됐다”며 “결국 실력 있는 신인 등장을 가로막고 구태의연한 경쟁만으로 왜곡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 교수는 “더불어민주당을 이기려면 야권 뉴페이스가 시민 관심 속에 흥행과 감동을 일으켜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20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중앙당사에서 열린 '박원순 시정 잃어버린 10년 재도약을 위한 약속' 발표회에서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를 선언한 오세훈(왼쪽) 전 서울시장과 나경원 전 의원이 주먹인사를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뉴시스
지난 20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중앙당사에서 열린 '박원순 시정 잃어버린 10년 재도약을 위한 약속' 발표회에서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를 선언한 오세훈(왼쪽) 전 서울시장과 나경원 전 의원이 주먹인사를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뉴시스

◇ ‘2강’도 기싸움 치열

오 전 시장과 나 전 의원의 사정도 여유가 없기는 마찬가지다. 예비경선 진출은 무난할 것이라는 예측이 우세하지만 이들에게 예비경선은 끝이 아닌 시작에 불과하다.

오 전 시장과 나 전 의원은 지난 21대 총선에서 각각 민주당의 정치 신인(고민정·이수진)에게 낙선하면서 이미 정치적 치명상을 입은 상황이다. 본경선에서 상대를 꺾지 못하면 오는 3월 마련될 것으로 관측되는 야권 단일화 테이블에 앉을 수도 없다.

오 전 시장은 재선(민선 4·5기) 서울시장 경력이 강점이다. 그는 1년여에 불과한 보궐 시장 임기에 최적화된 후보라는 명분으로 타 후보들을 겨냥해 ‘인턴시장’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그는 지난 17일 출마 기자회견에서 “빈사 상태의 서울은 아마추어 초보시장, 1년짜리 인턴시장, 연습시장의 시행착오와 정책 실험을 기다려줄 여유가 없다”고 했다.

이같은 지적에 대해 나 전 의원은 오 전 시장을 향해 “(2011년 서울시장 중도 사퇴 후) 10년 쉬신 분”이라며 반격했다.

나 전 의원은 같은 날 페이스북에서 “4선 의원, 야당 원내대표, 당이 어려울 때 시장 후보로 나섰던 제가 10년을 쉬신 분보다 그 역할을 잘할 자신이 있다”며 “서울시장은 혼자 일하는 자리가 아니다. 서울시는 시스템으로 움직인다”고 강조했다.

후보들의 신경전이 과열 양상을 띄면서 당 일각에서는 환영보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제기되는 모양새다. 후보를 깎아내리는 내부총질식 기싸움이 이어질 경우 선거의 감초 역할보다 국민들의 반감을 사는 자충수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에서다.

당 관계자는 “(기싸움이) 언론이나 국민들의 관심을 많이 받을 수 있는 점은 있지만 네거티브 공세가 지나치면 역효과가 날 수 있다”며 “아직 우려할 만한 수준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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