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앤컴퍼니의 한국아트라스비엑스 흡수합병 추진이 난항을 겪고 있다.
한국앤컴퍼니의 한국아트라스비엑스 흡수합병 추진이 난항을 겪고 있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계열사 한국아트라스비엑스 흡수합병을 추진 중인 한국앤컴퍼니가 소액주주의 거센 반발에 부딪히며 금융감독원의 심사 또한 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30일 처음 제출한 합병 관련 신고서가 벌써 세 차례나 반려된 상태다. 최근엔 네 번째 수정·보완된 신고서를 제출했지만, 소액주주들은 “내로남불 논리”라며 여전히 싸늘한 시선을 보내고 있다.

◇ 세 번 퇴짜 놓은 금감원… 네 번째 신고서는?

옛 한국타이어그룹 지주사이자 사명변경에 따른 법적분쟁으로 한국테크놀로지그룹에서 재차 이름을 바꾼 한국앤컴퍼니는 지난해 11월 한국아트라스비엑스 흡수합병 추진을 공식 발표했다. 한국아트라스비엑스는 차량용·산업용 배터리 전문 회사이자 코스닥 상장사다. 2016년 자진상장 폐지를 추진했다가 일부 소액주주들의 반발로 무산됐고, 이후 갈등이 지속돼왔다. 그러던 중 한국앤컴퍼니가 흡수합병 카드를 전격 꺼내든 것이다.

하지만 한국앤컴퍼니의 흡수합병 추진은 순탄치 않은 길을 걷고 있다. 소액주주들은 또 다시 거세게 반발하고 있고, 금감원은 벌써 세 차례나 신고서를 반려하며 퇴짜를 놓은 상태다.

소액주주들의 반발은 한국아트라스비엑스가 보유 중인 상당한 규모의 자사주에서 비롯된다. 한국아트라스비엑스는 58.43%의 자사주를 보유 중이다. 이어 한국앤컴퍼니가 31.13%를 보유 중이고, 소액주주들의 지분은 10.44%다. 피흡수합병 회사의 자사주가 60%에 육박하는 이례적인 상황이다.

한국앤컴퍼니는 흡수합병 과정에서 한국아트라스비엑스 소액주주에게만 한국앤컴퍼니 신주를 배정(1주당 3.39주)한다는 계획을 제시했다. 또한 한국앤컴퍼니가 보유 중인 한국아트라스비엑스 지분 및 한국아트라스비엑스 자사주에 대해서는 신주를 발행하지 않고 흡수합병과 함께 소각한다는 계획이다.

소액주주들은 이 같은 방식으로 흡수합병이 이뤄질 경우 한국아트라스비엑스 자사주가 지니고 있는 가치를 한국앤컴퍼니, 나아가 최대주주 오너일가가 독식하게 되는 것이라고 지적한다. 소액주주에겐 1주당 3.39주의 신주가 배정되지만, 자사주의 가치를 고스란히 집어삼키게 되는 한국앤컴퍼니는 사실상 1주당 9.76주의 가치를 획득하게 된다는 것이다. 

소액주주 측 관계자는 “한국아트라스비엑스의 자사주는 특정 주주가 아닌 모든 주주의 것”이라며 “자사주를 지분에 따라 배정해 실제 유효지분율을 따져보면 최대주주가 75%, 소액주주는 25%다. 하지만 한국앤컴퍼니가 제시한 방식에서 소액주주의 지분은 10%가량만 인정되고, 자사주에 대한 권리는 주어지지 않는다. 소액주주의 자산을 한국앤컴퍼니와 그 오너일가가 갈취해가는 셈”이라고 말한다.

이에 소액주주 측에선 자사주를 소각한 뒤 흡수합병을 진행하거나, 자사주 몫의 신주를 소액주주에게 분배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한국앤컴퍼니는 앞선 두 차례 수정·보완 과정에서 법리적 검토 및 실제 사례를 대거 동원하며 자신들이 제시한 흡수합병 방식의 당위성을 거듭 강조했다. 하지만 금감원은 이를 연거푸 반려했고, 한국앤컴퍼니는 또 다시 수정·보완을 거쳐 지난 14일 네 번째 신고서를 제출했다.

◇ 금융소비자원 “어느 나라에서 회사 돈으로 산 자사주를 최대주주가 가져가나”

한국앤컴퍼니는 네 번째 신고서에 아예 소액주주 측 주장을 구체적으로 담았다. 그러면서 소액주주 측 주장을 받아들일 수 없는 이유도 조목조목 제시했다. 핵심은 소액주주 측 주장에 따라 추가 합병대가를 배정할 경우 기존 한국앤컴퍼니 주주들에게 상대적으로 손해가 발생해 자본시장법 위반 소지가 있고, 상법·민법상 이사의 주의의무 및 충실의무 위반에 따른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한국아트라스비엑스 소액주주 측은 “최대주주에게 소액주주보다 3배 많은 이익을 배정하는 것은 합법이고, 지분에 비례해 배정하는 것은 법적인 문제가 있다는 이상한 논리”라며 “소액주주에게 손해를 끼치는 합병 방식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역설적으로 말해주는 내로남불 코미디”라고 지적했다.

금융소비자원(금소원) 역시 지난 21일 보도자료를 통해 “차등합병 주장하는 한국앤컴퍼니는 합병보다 약탈당하는 주주를 생각해야 한다”며 “조현범 등 지배주주가 M&A를 본래의 목적이 아닌 계열사 자진상장폐지를 위해 사용하면서, 회사 돈 2,700억원으로 매입했던 자사주를 모두 가져가며 회사 및 소액주주의 돈을 약탈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금소원은 또한 “현재의 합병방식은 자사주에 대한 신주를 최대주주가 가져가는 것과 동일한 효과가 있다”며 “이는 최대주주의 자사주 횡령이고, 한국아트라스비엑스 이사의 충실의무 위반이며, 주주평등원칙 위반”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한국앤컴퍼니는 차등합병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하지만 이 역시 사실과 다르다며 자사주 소각 등의 방안이 존재했음에도 이를 실행에 옮기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끝으로 금소원은 “조현범 대표가 배임횡령에 따른 집행유예 기간 중에 자사주에 대한 횡령을 대놓고 시도하는 것은 법을 우습게 여긴 탓”이라며 “금감원은 현실적인 대안을 제시할 때까지 계속해서 신고서 정정을 요구하고 특사경을 통해 전면 조사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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