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송가영 기자  올해 초 국내 화장품 시장이 자외선 차단제의 SPF 지수 조작으로 논란의 중심에 섰다. 전세계 그 어느 나라보다 트렌디하다고 알려진 한국의 화장품이 왜 자외선 차단제 지수 논란에 올랐을까.

논란은 지난해 12월 미국의 ‘뉴욕 매거진’에 보도된 한 기사에서 시작됐다. 뉴욕 매거진은 지난해 12월 ‘센텔라 그린은 무엇이 잘못됐는가?’라는 기사에서 “인터넷에서 잘 알려진 자외선 차단제 ‘퓨리토’의 선크림이 이번달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분노의 표적이 됐다”며 “화장품 데이터베이스 업체 INCI디코더는 ‘SPF 50인 퓨리토 선크림의 SPF를 측정해보니 절반도 되지 않았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SPF는 자외선B(UVB) 차단효과를 표시하는 단위이며 PA는 자외선A(UVA) 차단효과를 표시하는 단위다. 통상 SPF 지수가 높을수록, PA의 플러스(+) 개수가 많을수록 차단 효과가 높다고 알려져 있다.

퓨리토는 국내 기업이지만 해외에서 더 잘 알려진 기업이다. 논란이 된 자외선 차단제는 △퓨리토 센텔라 그린 레벨 세이프 선 △퓨리토 센텔라 그린 레벨 언센티드 선 △퓨리토 컴피 워터 선 블록 등 총 3종이다. 해당 논란 이후 퓨리토는 해당 제품들의 차단 지수 재검사와 함께 지난해 6월 자사의 제품을 구매한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환불 조치 중이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지난해 12월 한 뷰티유튜버가 시중에 판매되는 자외선 차단제 중 가장 높은 차단 지수인 SPF 50으로 명시된 자외선 차단제의 차단 효과를 검사한 결과, 대부분 제품이 기존에 명시된 것 보다 차단 지수가 떨어진다는 것이 드러났다.

안인숙 한국피부과학연구원장은 자신이 운영하는 ‘화장품은 과학이다 by 안언니’를 통해 퓨리토의 자외선 차단 지수 논란을 언급하며 국내 뷰티유튜버들이 추천한 SPF 50 자외선 차단제 10종, 화장품 성분 검색 어플 ‘화해’ 랭킹 10위에 오른 SPF 50 자외선 차단제 10종 총 20종 중 수치가 미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로션 제형의 제품 14종을 추려내 실험한 결과 대부분이 SPF 50 미만으로 측정됐다고 밝혔다.

이 중에서도 수치가 현저히 떨어지는 자외선 차단제 제품은 총 5가지였다. 이들 제품모두 SPF 50으로 기재돼있지만 실험 결과 SPF 30 미만인 것으로 드러났다. 해당 영상에서는 제품의 전체적인 외형만 공개됐을 뿐 제품명, 브랜드명은 모두 모자이크 처리됐다. 하지만 특정 베스트셀러로 알려진 유명 브랜드였던 만큼 국내 코덕(코스메틱 덕후)들의 비판을 피하지 못했다. 

그러면서 이들 기업들에게 해당 제품들의 차단지수 실험 결과를 비롯해 허위 사실을 기재한 부분 등에 대해 해명을 요구했다. 그러나 이들 기업은 별다른 해명이나 사과없이 논란이 된 자외선 차단제 제품을 단종시키거나 판매를 종료했다.

제품이 출시된 지 오래됐거나 인지도 감소, 제품 단가, 리뉴얼 등 여러 가지 이유들로 기업들이 제품을 단종시키는 일은 흔하다. 또한 제품을 단종시키거나 판매를 종료할 때는 그 사유에 대해 공식 홈페이지, SNS 등을 통해 공지해왔다. 

이들 기업이 단종시키거나 판매를 종료한 자외선 차단제는 각 사를 대표하는 베스트셀러 제품인데다 현재 공식 홈페이지, SNS 등 그 어느 곳에서도 단종 또는 판매 종료에 대한 내용을 찾아볼 수 없다. 25일 기준, 논란이 된 기업들은 별다른 사과 공지도 올리지 않고 있다. 

한국 화장품은 글로벌 시장에서 ‘K-뷰티’로 불리며 여전히 많은 주목을 받고 있고 수많은 화장품을 사용해온 국내 소비자들의 눈높이는 그만큼 높고 까다롭다. 최근에는 제품 하나에도 그 기업이 추구하는 가치와 신뢰를 평가한다. 해외 시장에서 주목받는 한국 화장품에 대해 갖는 자부심도 남다르다.

이러한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지금의 논란이 잠잠해지길 기다리는 태도는 현명하지 못하다. 논란은 지나가겠지만 소비자들은 기업의 실수를 잊지 않는다. 아주 작은 실수는 더 큰 비난으로 돌아오고, 해결하지 않고 넘어갔던 오늘의 실수는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를 것이다. 충분한 반성과 사과, 개선의 의지가 보일 때 아무리 눈 높은 소비자라고 해도 마음을 돌린다는 점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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