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 부산시장 보궐선거를 70여 일 앞둔 25일 가덕신공항 이슈가 여야 정치권 주요 쟁점으로 회자되고 있다. 사진은 2013년 9월 23일 촬영된 부산 강서구 가덕도의 모습. /뉴시스
4·7 부산시장 보궐선거를 70여 일 앞둔 25일 가덕신공항 이슈가 여야 정치권 주요 쟁점으로 회자되고 있다. 사진은 2013년 9월 23일 촬영된 부산 강서구 가덕도의 모습. /뉴시스

시사위크=정호영 기자  4·7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를 3개월여 앞둔 가운데 국민의힘의 부산 판세가 심상치 않다. 서울과 달리 야권에 유리할 것으로 전망했던 부산 지지율이 더불어민주당에 최근 역전을 허락하면서 위기감이 감돌고 있다.

서울지역에 당력이 집중된 사이 부산 민심이 요동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국민의힘은 긴장 태세에 돌입한 모습이다.

◇ 김종인, 설 전 부산 방문

25일 리얼미터가 YTN 의뢰로 지난 18일부터 22일까지 전국 성인 2510명을 대상으로 정당 지지도를 조사한 결과, 민주당은 부산·울산·경남 지역에서 전주 대비 5.2%p 오른 31.3%로 집계됐다. 국민의힘 지지율은 전주 대비 11.4%p 내린 28.7%를 기록해 오차범위 내에서 민주당에게 밀렸다. (95% 신뢰수준·표본오차 ±2.0%p.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국민의힘은 바짝 긴장하는 모습이다. 4월 보궐선거는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과 오거돈 전 부산시장 등 민주당 소속 전임 시장들의 성추행 사건이 계기가 된 만큼, 태생부터 야권에 유리한 구도였다. 

특히 여권이 강세를 보이는 서울·수도권과 달리 부산은 전통적으로 보수정당의 텃밭이라는 인식이 강했다. 야권이 참패했던 지난해(2020) 21대 총선에서도 국민의힘은 부산 전체 지역구 18석 중 15석을 차지했다. 그만큼 야권에 유리한 지역에서 최근 민심이반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

반면 서울에서는 절대적으로 여권인 민주당에 유리한 상황이었다. 민주당은 지난 총선에서 서울 지역구 49곳 중 41곳을 쓸어갔다. 서울 구청장 26명 중 25명이 여당 소속이다.

국민의힘은 서울 판세가 만만치 않은 데다 향후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의 단일화 논의도 염두에 둬야 하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앞마당’인 부산보다 서울에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부산을 마냥 내버려두기 어려운 상황이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부산 지지율 하락세와 관련해 “여론이 금방 변하리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하루 이틀 사이 몇 퍼센트 변했다고 일희일비할 필요는 없다”면서도 “(부산은) 당연히 신경써야 한다. 선거라는 게 쉬운 데가 어디있나”라고 했다.

김 위원장 등 지도부는 내달(2월) 설 연휴 전 부산에 방문해 바닥 민심을 살필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들이 25일 오후 부산 수영구 부산시당사에서 부산시장 보궐선거 공천 신청자들의 면접을 준비하고 있다. /뉴시스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들이 25일 오후 부산 수영구 부산시당사에서 부산시장 보궐선거 공천 신청자들의 면접을 준비하고 있다. /뉴시스

◇ 국민의힘 후보들, 경선 면접서 가덕도 필요성 거론

국민의힘 부산시장 공천 신청자는 9명이다. 김귀순 부산외대 명예교수, 박민식 전 의원, 박성훈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 박형준 동아대 교수, 오승철 부산복지21 총봉사회 후원회장, 이경만 전 청와대 행정관, 이언주 전 의원, 이진복 전 의원, 전성하 LF에너지 대표이사 등이 출사표를 냈다.

당 경선 일정이 계획대로 진행 중인 가운데 부산 민심의 심상치 않은 기류에 대해 당내에서는 위기감이 공개 표출되고 있다.

이언주 전 의원은 이날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단정하긴 어렵지만 저희가 침체돼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김영춘·박인영 등 민주당 후보들이 적극적으로 하고 있는 반면 저희는 조금 각자도생하는 느낌이 있다”고 지적했다.

같은 당 장제원 의원도 지난 21일 페이스북에 “체감적으로도 부산 민심이 최근들어 조금씩 돌아서고 있음을 느낀다”며 민심 이반 이유로 △중앙당의 무관심 △가덕신공항 등 부산 현안 정책 지원 전무 △반(反) 김종인 정서 등을 거론했다.

국민의힘은 이날 부산시장 공천 신청자들에 대한 면접을 실시하고 내일(26일) 예비경선 후보자를 발표할 예정이다. 이후 예비경선을 통과한 후보 4명은 본경선에 진출하게 된다.

이날 진행된 부산시장 공천 신청자 면접에서 다수 후보들은 부산시민들의 염원인 가덕신공항 건설의 필요성을 강력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가덕신공항 하나로 부산 경제가 확 달라진다고 생각하면 안 된다”고 말했고, 주호영 원내대표는 “(가덕신공항 처리라는) 악선례를 남기는 게 맞는지 고민”이라고 발언하는 등 부정적인 시각을 드러낸 바 있다.

반면 민주당은 국민의힘 지도부가 가덕도 신공항 현안에 미온적 태도를 보이는 사이 적극적인 추진 의사를 밝혔다. 이낙연 민주당 대표는 21일 가덕도를 직접 찾기도 했다. 이에 국민의힘 후보들이 공천 면접에서 가덕도를 언급하며 위기 의식을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박형준 동아대 교수는 “가덕도 공항은 30년 된 부산시민들의 염원으로 부산뿐 아니라 동남권 발전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고 했고, 박성훈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은 “가덕신공항은 새로운 부산 발전을 위한 대표 사업”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이 주도하고 있는 가덕도 신공항 이슈는 약 10조원의 예산이 투입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국민의힘 지도부는 신중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선거를 앞두고 있지만, 막대한 세금이 들어가는 정책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판단이다.

그렇다고 반대 입장을 대놓고 드러내면 부산 시민들과 지역 정치인들의 반발을 야기해 선거에 악영향을 미칠 것도 부담이다. 이에 당 지도부가 가덕신공항에 대한 분명한 대안을 제시하고 내부 교통정리를 끝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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