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그룹의 이마트가 SK 와이번스 인수 추진에 나섰다. /뉴시스
신세계그룹의 이마트가 SK 와이번스 인수 추진에 나섰다. /뉴시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그야말로 ‘깜짝 소식’이다. 신세계그룹 이마트가 SK그룹 산하 프로야구단 SK 와이번스 인수에 나섰다. ‘설’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여러모로 놀라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지난 25일, 재계 및 야구계에 따르면 신세계그룹 이마트와 SK그룹 SK텔레콤은 SK 와이번스 인수 및 매각을 논의 중이다. 조만간 관련 MOU를 체결하고 보다 본격적인 절차에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 매각 대금은 약 2,000억원 수준으로 거론되고 있다.

◇ SK는 왜? 신세계는 왜?

당사자인 SK 와이번스 구성원들조차 놀랍다는 반응을 보일 정도로 예상치 못했던 소식이다. 프로야구단들이 새 시즌을 위한 구성을 마치고, 본격적인 담금질에 돌입할 시기라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우선, 야구단을 놓아주기로 한 SK그룹의 결정부터 예상 밖이다. 여러 각도에서 꼼꼼히 따져 봐도 야구단 매각에 물음표만 붙는다.

프로야구는 국내에서 가장 인기가 높은 프로스포츠다. 종목 특성상 봄부터 가을까지 매일 경기가 열리고, 경기 시간이 길며, 중간중간 대기 시간도 많다. 주요 프로스포츠 중 홍보 효과가 가장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 이유다. 

특히 SK텔레콤은 야구장을 기반으로 다양한 신기술을 선보이며 시너지 효과를 톡톡히 누려왔다. 통신업계 경쟁사인 LG와 KT도 모두 야구단을 운영하고 있다. 

경영상의 측면에서도 야구단을 매각해야 할 불가피한 이유를 찾아보기 어렵다. 그룹 차원에서는 물론, SK텔레콤도 경영 상황이 나쁘지 않다. 코로나19의 여파도 없었다. SK그룹 측도 이번 야구단 매각과 관련해 경영상의 이유가 아니라고 분명히 밝혔다. 

SK 와이번스가 지닌 가치도 결코 가볍지 않다. SK 와이번스가 탄생한 것은 2000년이다. 당시 쌍방울 레이더스가 해체하면서 SK그룹이 이를 인수하는 형태로 구단을 출범시켰다. 어느덧 2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한다. 2007년과 2008년, 2010년엔 통합우승을 차지하며 ‘왕조’를 이룩했고, 2018년에도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바 있다. 비록 지난 시즌 저조한 성적을 거뒀지만, 약체보단 명가라는 평가에 더 힘이 실린다. 

수도권이자 인구가 많은 인천을 연고지로 삼고 있는 점도 장점으로 꼽히며, 홈구장의 인프라도 훌륭한 편에 속한다. 

야구계에서는 물론 재계에서도 SK그룹의 이번 결정에 물음표를 붙이고 있는 이유다.

신세계 이마트의 결정 또한 놀랍기는 마찬가지다. 정용진 부회장은 2016년 “앞으로 유통업 경쟁 상대는 테마파크나 야구장이 될 것”이라고 밝혔을 뿐 아니라, 실제 야구단에 많은 관심을 보여 온 것으로 전해진다. 또한 테마파크 건립을 추진하고, 이마트 매장을 체험형으로 단장하는 등 실제 적극적인 변화를 통해 새로운 유통모델을 모색하고 있다. 이러한 기조에서 프로야구단이 지니고 있는 여러 가치를 살펴보면, 인수를 추진할만한 매력이 충분하다.

다만, 프로야구단이 지닌 리스크를 간과할 수 없다. 성적이 좋지 않거나 불미스러운 사건이 발생할 경우, 기업 이미지에 큰 타격이 불가피하다. 일반 소비자와 무척 밀접한 유통기업은 그 여파가 더 클 수밖에 없다. 또한 야구단 운영은 많은 팬을 얻는 것과 동시에 더 많은 적을 만드는 일이기도 하다. 

경영적인 측면에서도 과감한 모험으로 평가된다. 신세계그룹과 이마트는 현재 유통업계에 들이닥친 거대한 변화의 흐름에 기민하게 대응해야 하는 중차대한 시기를 맞고 있다. 그런데 야구단을 품기 위해선 상당한 초기비용은 물론 꾸준한 비용지출이 불가피하다. 자칫 실적 하락이 야구단에 대한 투자 위축으로 이어지고, 다시 야구단의 성적 하락이 저조한 효과를 낳는 악순환이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코로나19 역시 중대 변수다. 당장 올 시즌이 정상 개막할 수 있을지, 관중 입장은 가능할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가정이긴 하지만, 변종·변이 바이러스가 위세를 떨칠 경우 감염병 사태가 더 오래 지속될 수도 있다. 

물론 SK 와이번스의 인수 및 매각이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니다. 당분간 신세계그룹과 SK그룹의 향후 행보에 이목이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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