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8-06 12:17
카카오 김범수 의장, 재벌 구태 답습?… 승계 문제 ‘도마 위’
카카오 김범수 의장, 재벌 구태 답습?… 승계 문제 ‘도마 위’
  • 권정두 기자
  • 승인 2021.01.26 16:3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최근 부인과 두 자녀를 비롯해 일가친척에게 지분을 증여한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이 승계 문제와 관련해 주목을 끌고 있다. /뉴시스
최근 부인과 두 자녀를 비롯해 일가친척에게 지분을 증여한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이 승계 문제와 관련해 주목을 끌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최근 일가친척에게 주식을 대거 증여한 ‘벤처 1세대’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이 연일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20대 자녀들의 실체 및 행보가 승계 문제와 맞물려 여러 뒷말을 낳고 있는 모습이다. 자수성가한 벤처 기업가가 재벌의 구태를 답습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 지분 증여받은 김범수 의장 두 자녀, 지배구조 핵심 회사 근무

김범수 의장은 지난 19일 카카오 주식 33만주를 14명의 일가친척에게 증여해 세간의 주목을 끌었다. 증여한 주식의 규모는 총 1,452억원에 달한다. 이 중 부인과 두 자녀가 가장 많은 6만주(264억원 상당)를 증여받았다. 이로써 카카오의 최대주주 특수관계인 명단엔 김범수 의장의 부인과 두 자녀, 그리고 친척들이 대거 이름을 올리게 됐다. 기존엔 친인척 특수관계인이 단 1명뿐이었다.

김범수 의장이 대대적인 지분 증여를 단행하면서, 관심은 자연스레 승계 문제로 옮겨갔다. 그리고 김범수 의장의 두 자녀의 구체적 실체 및 행보가 연일 드러나면서 적잖은 뒷말이 나오고 있다. 

<한겨레>는 지난 25일 김범수 의장의 두 자녀들이 카카오 2대 주주이자 김범수 의장 개인회사인 케이큐브홀딩스에 재직 중이라고 단독 보도했다. 이어 26일엔 케이큐브홀딩스의 구체적 현황을 조명하며 절세 목적의 페이퍼컴퍼니라는 의혹을 제기했다.

케이큐브홀딩스는 현재 카카오 지분 11.21%를 보유하고 있다. 13.75%의 지분을 가진 김범수 의장에 이어 2대 주주다. 김범수 의장은 케이큐브홀딩스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어 그의 실제 카카오 지분은 24.95%로 볼 수 있다. 

이처럼 지배구조의 핵심 축을 형성하고 있는 비상장 개인회사에 자녀들이 근무 중인 것으로 나타나면서 이번 주식 증여가 승계의 일환 아니냐는 지적에도 더욱 힘이 실렸다.

이에 대해 카카오 측은 “승계와는 무관하다”고 선을 그었다. 아울러 “김범수 의장의 개인회사이기 때문에 언급하기 조심스럽다”면서 “케이큐브홀딩스와 관련해 보도된 내용 중 상당 부분 사실과 다른 것들이 있다. 특히 공정거래법상 문제가 될 수 있다는 내용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 자수성가한 1세대 벤처기업인, 승계는 어떨까

이 같은 카카오 측 해명에도 불구하고 김범수 의장을 둘러싼 관심은 쉽게 누그러들지 않을 전망이다. 자수성가한 1세대 벤처기업인들이 승계 문제를 마주하게 되는 시기가 본격 도래한 가운데, 의미심장한 변화가 나타났기 때문이다. 

1966년생인 김범수 의장을 비롯해 1967년생인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 최고책임자(GIO)와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 1968년생인 김정주 NXC(넥슨 지주회사) 대표 등 주요 1세대 벤처기업인들은 이제 나란히 50대 초중반에 접어든 상태다. 자녀들이 학업을 마치고 사회생활에 뛰어들 때가 되면서 자연스레 승계 문제가 대두되는 시기다.

관심이 집중되는 것은 이들이 기존의 재벌과 다른 모습을 보일지, 아니면 구태를 답습하는 모습을 보일지 여부다. 

국내 주요 재벌가들은 대부분 1세대 창업주들의 자수성가에 이어 2세·3세·4세로 이어지는 승계 문화를 형성해왔다. 이는 우리 경제 및 산업 발전의 주요 요인으로 꼽히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여러 문제를 남기기도 했다. 승계 과정에서의 각종 편법과 불법, 능력과 무관한 승계에 따른 기업 발전 저해, 그리고 이른바 ‘수저계급론’ 등이 대표적이다.

이에 1세대 벤처기업인들을 향해서는 과거를 답습하는 행태가 아닌, 시대정신에 맞는 새로운 모습에 대한 기대가 큰 것이 사실이다. 이들 또한 그동안 이렇다 할 승계 움직임을 보이지 않으면서 그 기대에 부응하는 모습을 보여 왔다.

실제 김정주 대표는 2018년 “아이들에게 회사의 경영권을 승계시키지 않겠다. 회사를 세웠을 때부터 한 번도 흔들림 없었던 생각”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해진 GIO도 자녀들이 지분을 전혀 보유하지 않고 있으며, 장남은 최근 가수로 데뷔했다. 김범수 의장 역시 평소 자녀들에게 승계를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주변에 밝혀왔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런 가운데 김범수 의장이 20대 두 자녀에게 수백억대 지분을 증여하고, 두 자녀가 지배구조의 핵심 위치에 있는 개인회사에 재직 중인 것으로 나타나다 보니 관심이 집중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특히 핵심 계열사 지분을 보유 중인 비상장 개인회사를 승계에 활용하는 사례는 앞서 재벌가에서 자주 목격된 바 있다. 카카오 측이 승계와 무관하다며 선을 긋고 있음에도, 의심어린 시선이 쉽게 가시지 않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