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남빛하늘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1년. 코로나19는 우리의 식탁을 바꿔놨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집콕’이 일상화 되면서 ‘삼시세끼’의 경계가 사라졌고, 배달음식보다 ‘집밥’을 더 많이 먹게 됐다. 특히 HMR(home meal replacement, 가정간편식), 밀키트(meal kit) 소비가 급증하면서 ‘집밥’의 개념도 변하고 있다.
◇ ‘아점’ ‘점저’ 증가… 허물어진 ‘삼시세끼’의 경계
26일 CJ제일제당 트렌드인사이트팀에 따르면 코로나19로 인한 재택근무, 온라인 수업에 따라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면서 ‘삼시세끼(아침·점심·저녁)’의 경계가 허물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식사 시간대를 분석한 결과, 아침·점심·저녁은 전년 대비 각각 1.4%, 0.3%, 0.3% 줄어든 반면, ‘아점(아침 겸 점심)’와 ‘점저(점심 겸 저녁)’는 각각 0.5%, 0.1% 늘었다.
특히 ‘아점’과 ‘점저’로 HMR을 선택하는 소비자는 전년 대비 각각 3.6%, 4.3%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HMR이란 짧은 시간에 간편하게 조리해 먹을 수 있는 가정식 대체식품으로, 일종의 인스턴트식품(즉석식품)을 뜻한다. 일부 조리가 된 상태에서 가공·포장되기 때문에 간단한 조리 만으로 신선한 음식을 먹을 수 있다는 게 특징이다.
이에 따라 HMR 매출도 껑충 뛰었다. BGF리테일이 운영하는 편의점 CU은 작년 HMR 매출이 전년 대비 28.7% 증가했다고 밝혔다. 3차 대유행이 시작된 작년 9월부터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가 이어진 12월까지 매출은 40.1%까지 급증하기도 했다. 또 신세계푸드가 온라인 전용으로 판매 중인 ‘올반 바짝 오리불고기 2종’의 작년 판매량은 전년 대비 61% 늘었다.
특히 HMR 소비가 급증하면서 ‘집밥’의 개념도 변화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통상 ‘집밥’은 집에서 끼니 때 직접 만들어 먹는 음식을 의미했었는데, 집에서 밥을 먹는 횟수가 크게 늘면서 ‘내가 차린 밥상’으로 그 의미가 확장된 것이다.
이와 관련, CJ제일제당 트렌드인사이트팀 관계자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상에서도 HMR, 밀키트 등으로 차려 집밥으로 소개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면서 “실제 HMR 소비인구의 증가 속도도 전년 대비 5배 빨라졌다”고 설명했다.
대학내일20대연구소도 작년 4월 발표한 ‘MZ세대의 집밥과 집콕챌린지 관련 보고서’를 통해 “MZ세대는 단순 가열만 하면 되는 반조리·완조리 식품과 달리 밀키트를 스스로 만든 요리라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쉽게 말해 코로나19 전엔 집에서 직접 닭과 감자, 당근 등을 손질해 닭볶음탕을 ‘요리’하는 게 ‘집밥’이었다면, 지금은 닭볶음탕 HMR이나 밀키트 등을 ‘조리’하는 것 만으로도 ‘집밥’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한편 앞으로 코로나19가 종식한 후에도 이런 ‘집밥’ 트렌드는 계속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CJ제일제당 인사이트팀 관계자는 “집밥의 의미 확장으로 올해는 건강과 간편함을 동시에 추구하는 가정간편식, 아웃도어 공간에서 즐길 수 있는 캠핑푸드, 여유 시간에 편하게 찾게 되는 홈스낵 등이 인기를 끌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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