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T기술이 발전하면서 시각장애인들을 위한 다양한 기술이 개발될 수 있다는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AI를 통한 보조기술부터, 인공 눈에 이르기까지 분야는 다양하다./ 사진=Getty images, 편집=박설민 기자

시사위크=박설민 기자  넷플릭스에서 개봉한 영화 ‘버드박스’에서는 어떤 물리적 위협도 가하지 않지만, 눈으로 실물을 보게 되면 스스로 목숨을 끊도록 만드는 괴생명체가 등장한다. 때문에 주인공들은 보이지 않는 자동차를 타고 마트에 가 식료품을 가져오고, 눈을 가린 채 조각배에 몸을 맡기고 위험천만한 항해를 나서기도 한다. 인간에게 시력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려주는 장면이다.

하지만 시각장애인들에게 이런 불편한 생활이 ‘일상’이다. 우리에게 평범한 일상인 자동차를 운전하고 시장이나 마트에 가서 질 좋은 물건을 골라 구매하는 행위조차 이들에겐 ‘어려운 도전’이다. 마치 버드박스에 등장한 주인공들처럼 말이다.

그런데 머지않은 미래에는 이런 시각장애인들의 불편함을 정보통신(ICT) 기술들이 해결해줄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적인 소식들이 들려오고 있다. 

◇ AI, 시각장애인들을 위한 ‘비서’가 되다

현재 국내외 연구기관 및 IT기업들이 개발하거나 상용화를 시작한 기술들은 주로 시각장애인을 ‘보조’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특히 인공지능(AI) 기술이 빠르게 발달하면서 시각장애인들을 위한 보조 IT기술 발전도 가속화되고 있다. 스마트폰, 스마트 글래스 등의 첨단 IT기기에 적용된 AI가 주변 위협을 감지해 위험을 알려주는 것이다.
    
가장 잘 알려진 시각장애인 보조 IT기술은 미국의 마이크로소프트(MS)사가 개발한 시각장애인 전용 앱(App) ‘싱 AI(Seeing AI)’이다.

2017년 개발된 MS의 싱 AI은 스마트폰에 탑재된 카메라를 통해 사물, 사람과 주변 환경을 감지하고, AI가 상황을 분석해 음성으로 설명해준다. 싱 AI에는 문자인식기능도 탑재돼 시각장애인들이 서류 검토 및 작성에 도움을 주고, 사람의 얼굴을 인식해 상대방의 감정 상태도 파악할 수 있어, 대인관계에 어려움을 느끼는 시각장애인들에게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인공지능(AI)기술의 발달은 시각장애인을 위한 보조서비스 기술 발달로도 이어지고 있다. 사진은 미국의 마이크로소프트(MS)사가 개발한 시각장애인 전용 앱(App) ‘싱 AI(Seeing AI)’./ 마이크로소프트

2018년 개발된 구글의 룩아웃도 싱 AI와 마찬가지로 스마트폰 카메라에 비친 글자, 사물 등을 AI가 인식한 후 음성으로 설명해줄 수 있다. 사물, 바코드 및 화폐, 도로 표지판 및 서류 등도 인식해 시각장애인들의 일상생활에 도움을 준다.

세계적인 콘텐츠 플랫폼인 페이스북은 지난 2016년 시각장애인의 웹 접근성을 높일 수 있는 ‘AAT(자동 대체 텍스트)’ 기술을 공개한 바 있다. AAT는 AI를 통해 이미지를 분석하고, 이를 자동으로 설명해주는 기능이다. 

특히 페이스북은 이달 21일에 AAT의 새로운 버전도 공개했다. 기존 100개 정도의 사진 속 개념을 인식할 수 있었던 AAT의 AI는 이번 버전에서는 1,200개 이상의 개념을 식별할 수 있도록 기능이 향상됐으며, 45개의 언어로 서비스가 제공된다.

국내에서는 이동통신사 SK텔레콤이 시각장애인을 위한 AI기술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지난 2017년부터 개발을 시작한 것으로 알려진 SK텔레콤의 AI ‘티브레인(T-Brain)’은 시각장애인이 촬영해 정제되지 않은 이미지를 분석하는데 탁월한 능력을 발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티브레인은 지난 2018년 컴퓨터 비전 국제 학회(ECCV)에서 주최한 ‘VizWiz Grand Challenge 2018’에서 준우승을 차지해 그 성능을 입증받았다. VizWiz Grand Challenge는 작장애인들이 직접 촬영한 이미지에 대한 AI의 응답을 평가하는 대회다.

또한 SK텔레콤은 자사의 AI스피커 ‘NUGU’를 통해 시각장애인이 음성으로 필요한 정보를 검색하고 IoT 등으로 연결된 가전제품을 제어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시각장애인들의 일상생활에 도움을 주기 위한 서비스도 제공 중이다.

아이리스 비전은 최근 VR(가상현실기술) 헤드셋과 스마트폰을 사용한 저시력 보조 장치로 사용자의 눈에서 ‘부족한’ 기능을 보조하는 역할을 해준다./ 아이리스비전

◇ VR로 시력교정하고, 인공 눈 이식하고… 시각장애인의 ‘눈’되는 ICT기술

앞서 언급한 보조 IT기술들은 확실히 시각장애인들의 생활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이런 보조기술들은 진짜로 ‘시력’을 되찾는 것과는 거리가 있다. 그런데 놀라운 점은 이런 보조기술들 뿐만 아니라 IT기술을 활용해 직접 볼 수 있도록 만드는 기술들도 개발되고 있다는 것이다.

시각장애인들의 대표적인 것은 UC버클리 신경과학분야 박사인 프랭크 워블린 교수가 개발한 ‘아이리스비전’이다.

아이리스 비전은 최근 VR(가상현실기술) 헤드셋과 스마트폰을 사용한 저시력 보조 장치로 사용자의 눈에서 ‘부족한’ 기능을 보조하는 역할을 해준다. 황반변성, 녹내장, 망막염 등으로 인해 비교적 증상이 가벼운 시각장애인들에겐 큰 도움이 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원리는 간단하다. 먼저 스마트폰에 장착된 카메라가 영상을 촬영하면 그 이미지를 분석 알고리즘이 적용돼 착용자의 증상 및 머리 움직임에 맞춰 이미지의 품질도 조절한다. 이를 기반으로 스마트폰으로 촬영한 이미지가 완전한 이미지가 될 수 있도록 재구성해 VR헤드셋으로 출력한다. 

현재 아이리스비전은 개발자 프랭크 워블린 교수가 동명의 회사 ‘아이리스비전’을 설립하고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승인을 받은 후 공식 출시 중이다. 특히 우리나라의 삼성전자가 지난해 1월 아이리스비전과 저시력 보조장치 개발을 위한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은 것으로 알려져 더욱 주목받고 있다. 삼성전자는 VR헤드셋, 5G통신 스마트폰 등의 지속적인 업그레이드를 지원할 것으로 알려졌다.

ICT기술 기반의 ‘인공 눈’도 개발되고 있다. 사진은 호주의 모내시대학교 연구진이 개발한  ‘제나리스 바이오닉 비전’ 시스템의 모습./ 모내시대학교

아울러 영화처럼 중증 시각장애인들을 위해 ICT기술 기반의 ‘인공 눈’을 직접 이식하는 날도 아주 먼 이야기는 아닐 듯싶다. 지난해 7월 국제학술지 ‘신경공학저널(Journal of Neural Engineering)’에 실린 논문에 따르면 호주의 모내시대학교 연구진은 시력 장애를 극복할 수 있는 ‘인공 눈 시스템’을 개발하는데 성공했다. 현재 연구진은 양을 대상으로 진행된 테스트에서 성공적인 결과를 얻었으며, 첫 번째 임상실험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연구진은 자체 개발한 시각 시스템 ‘제나리스 바이오닉 비전’으로 손상된 시신경을 우회해 시각장애인이 물체를 볼 수 있도록 만든다는 설명이다. 연구 성과는 지난 7월 신경공학저널(Journal of Neural Engineering)에 실렸다. 

제나리스 바이오닉 비전은 카메라와 무선송신기, 시각처리장치 등이 장착된 헤그기어와 뇌에 삽입되는 9mm크기의 소형 칩들로 구성된다. 시각장애인이 헤드기어를 착용하면 장착된 카메라가 주변 이미지를 인식해 시각처리기구로 전송한다. 해당 데이터는 소형 칩들로 전송된 후 전기신호로 바뀌고, 해당 전기 신호는 뇌를 자극해 착용자가 이미지를 ‘볼 수 있게’ 만들어준다.

해당 논문의 수석저자 제프리 로젠필드 교수는 “연구 결과는 무선 집합체를 통한 장기 자극이 광범위한 조직 손상을 유발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자극으로 인해 시각적 문제나 발작 없이 착용자가 물체를 볼 수 있는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음을 나타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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