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혁 현대종합상사 회장이 홀로서기 5년차인 지난해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실적 악화를 피하지 못했다. /현대종합상사
정몽혁 현대종합상사 회장이 홀로서기 5년차인 지난해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실적 악화를 피하지 못했다. /현대종합상사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지난해 ‘독립 5년차’를 맞았던 현대종합상사가 지난해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실적 악화를 피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범 현대가와의 탄탄한 협력을 기반으로 홀로서기에 나섰던 정몽혁 회장이 뜻밖의 변수에 발목을 잡힌 모습이다. 

◇ 코로나19 직격탄 맞은 현대종합상사

현대종합상사는 지난달 29일 지난해 연결 기준 잠정 실적을 공시했다. 이에 따르면, 매출액은 전년 대비 32.4% 감소한 2조8,808억원, 영업이익 역시 23.6% 감소한 332억원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종합상사는 앞선 3년간 4조원대 매출액을 유지해온 바 있다.

이 같은 실적 악화를 이끈 핵심요인은 코로나19 사태다. 코로나19 사태로 국가 간 무역거래가 위축되면서 매출 및 영업이익 감소가 불가피했다. 

현대종합상사 관계자는 “범 현대가 기업들의 비중이 높은 특성상 자동차와 철강이 주력인데, 해당 업종의 수출이 큰 타격을 입다보니 실적이 전반적으로 감소할 수밖에 없었다”며 “다만, 영업이익은 비교적 선방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로써 홀로서기에 나선 뒤 안정적으로 자리를 잡아가던 정몽혁 회장은 ‘독립 5년차’를 아쉬움으로 장식하게 됐다. 과거 현대중공업그룹에 속해있던 현대종합상사는 2016년 계열분리를 통해 떨어져 나온 바 있다. 이는 범 현대가 일원인 정몽혁 회장의 독자행보라는 점에서 더욱 주목을 끌었다.

정몽혁 회장은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주의 다섯째 동생인 고(故) 장신영 씨의 장남이다. 겨우 2살이던 1961년, 부친이 갑작스레 세상을 떠나는 안타까운 일을 겪었다. 

이후 그는 범 현대가 울타리 안에서 입지를 다져왔다. 30대 초반의 젊은 나이에 현대정유와 현대석유화학 대표를 맡았다가 외환위기에 따른 경영악화로 물러났고, 범 현대가에 납품하는 조명회사, 현대자동차그룹 부품계열사 대표 등을 역임하기도 했다. 정몽혁 회장이 현대종합상사를 맡아 계열분리에 이르는 과정에서도 범 현대가의 도움이 상당히 컸다. 현재 사업 역시 현대자동차, 현대제철 등 범 현대가의 비중이 상당하다. 

고 정주영 창업주가 일찍 세상을 떠난 동생 고 장신영 씨를 유난히 아낀 것으로 알려진 점, 정몽혁 회장이 어린 나이에 부친을 여읜 점 등이 이러한 전폭적인 지원사격의 배경으로 해석된다.

정몽혁 회장의 홀로서기 이후 현대종합상사는 2017년 4조3,059억원, 2018년 4조7,140억원, 2019년 4조2,633억원의 매출액을 기록하며 순항을 이어갔다. 이 기간 영업이익도 339억원, 505억원, 435억원을 기록했다.

하지만 홀로서기 5년차인 지난해엔 코로나19 사태라는 뜻밖의 변수를 만나 실적 급감을 피하지 못하게 됐다.

올해 전망도 썩 밝지 않다. 현대종합상사 관계자는 “지난해 연초에는 더욱 심각한 상황이 우려되기도 했는데, 다행히 하반기부터 회복세가 나타났다”면서도 “보다 실질적인 업황 회복까지는 아무래도 시간이 더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올 하반기부터 회복세가 본격화되길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고수익 프로젝트 사업 수주에 집중하는 한편, 포트폴리오 다변화를 지속 추진해나가는 방향으로 대응할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코로나19 여파에 따른 실적 악화는 정몽혁 회장의 2세 승계 문제에도 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정몽혁 회장의 장남인 정두선 상무보는 30세의 젊은 나이에 임원으로 승진했으며, 2019년 지주사 현대코퍼레이션홀딩스 지분을 최초 취득하는 등 후계자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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