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남빛하늘 기자 직장인 A씨(29)는 작년 추석에 이어 올해 설에도 고향에 가지 않기로 결정했다. 그는 “최근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줄었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이 크다”면서 “고향에는 평소 명절보다 돈을 조금 더 들여 한우 선물세트를 보낼 예정”이라고 말했다.
◇ 코로나19 걸릴까 무서워… 올 설 트렌드는 ‘귀향 대신 선물’
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감염 예방을 위해 작년 추석에 이어 이번 설 연휴에도 고향을 방문하지 않으려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구인구직 매칭플랫폼 사람인이 직장인 1,434명을 대상으로 설문을 진행한 결과, 63.4%가 이번 설에 고향을 방문하지 않을 것이라 답했다. 이는 코로나19 확산세가 심했던 작년 추석(57.7%)보다 5.7%p 높아진 수치다. 2019년 설(35%)과 비교하면 2배가량 높아졌다.
귀향을 포기한 사람들이 늘어남에 따라 한우, 굴비, 과일 등 우리 농수축산물 선물세트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실제 현대백화점이 지난 1월 25일부터 30일까지 신선식품 선물세트 매출을 분석한 결과, 전년 설 대비 175.8%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공식품 매출 신장률(66.8%)과 비교하면 2.5배 이상 높은 수치다. 상품군별로는 한우 매출이 지난해 설보다 145.4% 증가했고, 굴비와 과일 매출도 각각 166.3%, 257.8% 늘었다.
롯데백화점도 지난 1월 18일부터 30일까지 명절 선물세트 판매 추이를 전년 설과 비교한 결과, 굴비 115%, 선어 103%, 정육 76%, 청과 94% 등 농축수산물 판매가 급등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가공상품 판매량은 생필품 44%, 주류 42%, 한과 37%, 건강(홍삼)상품 20% 등 상대적으로 낮은 신장세를 보였다.
업계에서는 이번 설 선물세트 매출 호조에 대해 강화된 사회적 거리두기로 귀향 대신 비대면 선물로 마음을 전하려는 트렌드가 확산된 영향이 크다고 보고 있다. 또 ‘언택트’ 설날이 예상돼 귀성여비가 줄어든 만큼, 그 비용이 선물세트에 반영되는 것으로도 해석하고 있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작년 연말부터 강화된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올 설에 고향에 내려가지 않고 선물로 대신하려는 수요가 높아지면서 상대적으로 가격대가 높은 선물세트 판매가 크게 늘고 있다”고 전했다.
◇ 업계, 10~20만원대 선물세트 물량 늘린다
농축수산 선물 가액이 20만원으로 상향 조정된 것도 한몫 보탰다. 국민권익위원회와 농림축산식품부, 해양수산부는 1월 15일부터 2월 14일까지 설 명절 전후로 청탁금지법상 농축수산 선물가액을 기존 10만원에서 20만원으로 상향했다.
이에 따라 10~20만원대 선물세트 매출이 크게 늘었다. 10~20만원 선물세트가 주를 이루는 이마트의 인삼, 더덕 등 채소 세트 매출은 전년 대비 678.8% 증가했다. 축산 우육 세트와 굴비 등 수산 세트도 각각 25.9%, 92.1% 증가했다. 또 SSG닷컴의 10~20만원대 과일 세트는 전년 대비 253%, 수산 세트는 212.6%, 정육 세트는 277.8% 신장했다.
한편 업계는 이런 트렌드에 발 맞춰 10~20만원대 선물세트 물량을 늘리고, 인기 선물세트를 할인 판매하는 등 다양한 마케팅 활동을 펼치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전국 유명 한우인 횡성한우, 의성마늘소, 대관령한우, 충남토바우, 충북 청풍명월, 경기도 안성마춤 등 브랜드 한우를 늘리고, 프리미엄 정육세트 준비물량을 30% 늘려 준비했다.
현대백화점도 한우, 굴비 등 인기 선물세트 물량을 10~20% 추가 확보했다. 또 다음달 11일까지 진행되는 설 선물세트 판매 기간 동안 한우·굴비·건강식품·와인 등 인기 선물세트 100여 종을 5~30% 할인 판매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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