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한 금태섭 전 의원이 지난 1월 31일 서울 마포구 홍대입구 한 카페에서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를 선언하고 있다. 금 전 의원은 이날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를 향해 1대1 경선을 제안했다. (공동취재사진). /뉴시스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한 금태섭 전 의원이 지난 1월 31일 서울 마포구 홍대입구 한 카페에서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를 선언하고 있다. 금 전 의원은 이날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를 향해 1대1 경선을 제안했다. (공동취재사진). /뉴시스

시사위크=정호영 기자  국민의힘과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의 무대가 될 것으로 관측됐던 야권 서울시장 보궐선거 판도가 급변하고 있다. 서울시장 레이스에 금태섭 전 의원이 가세하면서다.

국민의힘 후보 8명이 본경선 티켓 4장을 놓고 경쟁 중이며, 최종 후보가 선출되는 시점은 내달(3월) 4일이다. 국민의힘은 자체 경선을 마친 3월 초 야권 단일화 협상을 진행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금 전 의원이 안 대표에게 ‘제3지대 경선’을 제안하면서 토너먼트식 ‘투트랙 경선’ 가능성이 대안으로 부상하는 모양새다.

국민의힘 경선과 제3지대 경선을 별도로 진행하고 최종 선출 후보가 1:1 단일화 경선을 통해 야권 단일후보를 결정하자는 것이다.

◇ 금태섭, 제3지대 경선 제안

금 전 의원은 전날(1월 31일) 서울 마포구 소재 공연장 프리즘홀에서 가진 출마선언식에서 ‘단일후보 선출을 위한 제3지대 경선’을 제안했다.

이날 금 전 의원은 “경선 룰을 둘러싼 볼썽사나운 샅바 싸움은 치우고 서울시민을 위한 진짜 문제를 놓고 각자 입장을 솔직히 얘기하면 이번 선거를 확실한 변화의 계기로 만들 수 있다”고 주장했다.

각 후보가 특정 주제를 정해 매주 토론에 나서면 국민의힘이 단일화 협상 시점으로 거론한 3월 초까지 토론을 4~5차례 진행할 수 있다는 취지다.

금 전 의원은 “그 후 시민들에게 선택의 기회를 드리자”며 “저는 단일화 논의를 위해 언제 어디서든 안철수 후보를 만날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금 전 의원은 나경원 전 국민의힘 의원·오세훈 전 서울시장과 야권 ‘빅3’으로 묶인 안 대표에 비해 인지도·영향력 측면에서 높다고 보기 어렵다. 국민의힘에 오픈경선 및 단일화 실무협상을 거듭 촉구해오던 안 대표 입장에서는 불편할 수 있는 제안이었다.

그러나 ‘제3지대 별도 경선’은 안 대표가 대놓고 거절하기 어려운 카드라는 점에서 절묘한 제안이라는 평가다.

안 대표는 그동안 제1야당 국민의힘을 상대로 ‘기득권을 배제한 야권 단일화’를 강조해왔기 때문에 금 전 의원의 제안을 논리적으로 거부할 명분을 찾기 쉽지 않다. 제안을 거절하면 당장 국민의힘부터 반발할 가능성이 높다.

금 전 의원은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안 대표도 저처럼 확장성을 강조했기 때문에 저는 당연히 (제안을) 받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안 대표가 ‘제3지대 경선’을 돌파하고 금 전 의원 등의 지지까지 흡수한다면 주가는 현재보다 더 올라갈 수 있다. 국민의힘 경선은 마무리까지 한달 이상 남았다. 안 대표도 경선 이벤트로 시민 관심을 끌 수 있게 된 것은 긍정적 요소다.

하지만 2020 대선 출마를 포기한 안 대표가 금 전 의원과의 서울시장 야권 경선 ‘전전초전’에서 낙마할 경우, 정치생명에 치명상이 불가피하다는 점에서 위험 부담도 크다. 또 안 대표가 제3지대 경선을 치르게 되면 야권 단일화 최종 논의는 3월로 가닥이 잡히게 된다. 안 대표 측은 ‘3월 단일화’는 시기상 촉박하다며 하루라도 빨리 협상 창구를 만들자는 입장이었다.

반면 금 전 의원은 경선에서 탈락해도 안 대표와 수 차례 진행될 토론 내용에 따라 몸값을 끌어올릴 수 있다. 또 과거 바른미래당의 몰락으로 현재 빈집이나 다름없는 중도·제3지대 정치세력 규합의 계기로 삼을 여지도 있다. 사실상 꽃놀이패인 셈이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뉴시스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뉴시스

◇ 선거판 확장 '긍정적'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금 전 의원의 제안에 긍정적인 견해를 보였다. 안 대표는 1일 당 최고위원회의 직후 브리핑에서 “서로 간 존중으로 야권 파이를 키우자는 제 뜻에 동의한 것으로 평가한다”며 “연락이 오면 만나보겠다”고 말했다.

단 여지는 남겨뒀다. 안 대표는 국민의힘 입당설에 대해 “입당 요구라기보다 탈당 요구”라며 “국민의힘 중진의원들이 내부 논의를 하겠다고 하니 상황을 지켜보겠다”고 했다.

이는 국민의당 탈당이 전제되는 안 대표 개인의 입당 요구가 아닌 합당의 형태라면 가능하다는 취지로도 해석될 수 있다. 이와 관련, 국민의당 관계자는 “확대 해석”이라면서도 “(안 대표는) 단일화를 위해 무엇이든 하겠다는 생각은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한편, 국민의힘 4선 이상 중진의원들은 이날 국회에서 비공개 회동을 갖고 야권 단일화·문재인 정부의 북한 원전 건설 추진 문제 등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진석 공천관리위원장은 “야권 후보 단일화도 논의했다”며 “갈등이 있는 것처럼 비쳐져도 안 도고, 어쨌든 이 문제는 한목소리로 가야 한다”고 했다. 이어 “이런저런 의견이 많은데 김종인 위원장과 중진회의 때 심도 있게 의견을 나누고 방향을 정리해야 하지 않겠는가”라고 했다. 김 위원장과 중진의원들의 회동은 3일 예정됐다. 이날 야권 단일화에 대한 구체적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조정훈 시대전환 대표의 출마도 변수다. 조 전 의원은 전날(31일) 서울시장 출마를 선언했다. 조 전 의원은 이날 권은희 국민의당 대표와 만나 야권 단일화를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양측의 회동은 금 전 의원의 제3지대 경선 제안 이후 성사된 것이다.

야권 관계자는 “3지대 정리가 끝나야 범야권 협상이 가능하지 않겠나”라며 “(선거) 판이 커지는 것은 긍정적인 일”이라고 말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