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의 확산 사태가 진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무증상 확진자’에 의한 깜깜이 확산이 주된 원인이라고 보고 있다. 이에 신속항원검사 기반의 '코로나 자가진단키트'를 도입해 가정에서도 코로나 검사를 하는게 필요하다는 의견이 늘고 있다./ 사진=뉴시스, 편집=박설민 기자

시사위크=박설민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사태가 장기화되자 ‘코로나 자가진단키트’를 도입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무증상 확진자’가 코로나19 확산의 원인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면서다.

정치권에서도 코로나 자가진단키트 국내 도입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지난해 12월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는 “신속진단키트를 통한 자가진단으로 기존 방역체계를 보완하는 방안을 당 정책위원회가 정부 및 전문가와 협의해 달라”고 지시한 바 있다.

그렇다면 많은 사람들의 기대처럼 코로나 자가진단키트를 도입해 가정에서 코로나 검사를 시행할 수 있다면 무증상 확진자를 찾아내는데 큰 효과를 볼 수 있을까.

◇ 자가진단키트 도입 서두르는 미국·유럽

코로나 방역을 위해 자가진단키트를 도입에 찬성하는 이들은 해외 국가들과 우리나라를 비교하며, “미국, 유럽 등 선진국들은 자가진단키트를 도입해 코로나 확진자를 검출하는데 왜 우리나라는 하지 않고 있느냐”고 주장한다.

실제로 코로나19 확산사태가 가장 심각한 미국은 코로나 자가진단키트 도입에 매우 적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다.

미국 FDA(미국 식품의약국)은 지난해 11월 루시라 헬스가 개발한 코로나19 자가진단키트에 대한 응급 사용허가(EUA)를 통과했다. 해당 키트를 사용하면 가정에서 자가 테스트를 진행할 수 있다. 테스트는 자체적으로 면봉을 활용해 콧속 검체를 채취하고, 테스트 장치에 넣는 방식이다. 30분 이내에 코로나19 바이러스에 대해 양성인지 음성인지를 확인 가능하다는 것이 FDA 측 설명이다.

FDA는 “현재 전례없는 확산 속도를 보이고 있는 전염병(코로나19)에 대해 집에서 감염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최초의 진단키트”라며 “이 새로운 진단 방법은 코로나19의 전파에 노출된 대중들이 부담을 줄일 수 있는 중요한 기술”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또한 호주 제약사 엘룸이 개발한 코로나19 진단키트도 FDA 승인을 받고 미국에서 판매될 예정이다. 해당 진단키트는 코에 면봉을 넣어 검체를 채취한 뒤, 스마트폰에 부착한 진단키트로 감염 여부를 확인할 수 있으며, 확인 시간은 약 15분 정도다.

아울러 미국 백악관은 1일 “올해 안에 집에서 신속하게 코로나19를 자가 진단할 수 있는 호주 엘룸사의 가정용 진단키트 850만개를 대량구매해 배포할 예정”이라며 “이를 위해 2억3,180만달러를 투입할 예정”이라고 발표하기도 했다.

영국 의약품건강관리제품규제청(이하 MHRA)도 지난해 12월도 코로나19 자가진단키트를 사용해 무증상 감염 사례를 검사하는 것을 승인했다. 해당 진단키트는 지난해 11월 리버풀에서 대량의 파일럿 테스트를 마친 제품으로 항원 30분 안에 검사 결과를 얻을 수 있다.

코로나19 확산사태가 가장 심각한 미국은 코로나 자가진단키트 도입에 매우 적극적이다. 사진은 지난해 미국 FDA승인을 받은 루시라 헬스의 가정용 자가진단키트./ 루시라 헬스 홈페이치 캡처

◇ 방역당국 및 전문가들, “자가진단키트로 깜깜이 확진자 못잡는다”

하지만 코로나 자가진단키트 도입에 적극적인 미국·유럽과는 달리 우리나라 방역대책본부는 다소 방어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다. 검사 정확도가 낮고, 검체 채취과정이 위험해 실효성이 크게 떨어진다는 이유다.

실제 기자가 국민신문고를 통해 코로나 자가진단키트 도입을 활용한 전 국민 검사 가능성에 문의한 결과, 질병관리청으로부터 ‘현재는 힘들다’는 답변을 받았다. 질병관리청 중앙방역대책본부 이현정 주무관의 답변 결과에 따르면 코로나 자가진단키트의 도입이 어려운 이유는 다음과 같다.

먼저 현재 국내 허가된 진단키트가 없으며, 허가된 진단키트는 모두 전문가용으로 개인의 사용이 어렵다는 점이다. 실제로 자가진단키트를 사용하기 위해선 검체 채취가 필수적인데, 이 과정이 생각처럼 단순하지 않다. 

코로나 검사를 위해선 보통 대략 연필 길이(10cm 이상)의 면봉을 코 안쪽 깊숙이 넣어 비인두상피세포를 채취하는 방식을 사용한다. 이 과정에서 코 안쪽에 상처를 낼 수 있어 전문가가 아닌 일반인이 하기 매우 어렵고 위험하며, 잘못된 검체 채취는 검사결과의 오류로 유발될 수 있다는 것이 이현정 주무관의 설명이다.

또한 이현정 주무관은 면역크로마토그래피 기반 ‘신속항원검사(Rapid Antigen test)’ 방식인 코로나 자가진단키트는 낮은 정확도로 양성자를 음성으로 판정하는 ‘가짜 음성’을 도출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코로나 자가진단키트에 사용되는 신속항원검사 방법은 보통 민감도가 90% 정도다. 이는 10명의 확진자가 있으면 그중 9명은 양성으로 나오고, 1명은 음성으로 나온다고 볼 수 있다. 

문제는 전염성이 매우 강한 코로나 바이러스는 1명의 확진자만 놓쳐도 방역망에 구멍이 뚫릴 수 있어 위험하다. 실제 현장에 적용될 시엔 다양한 변수가 있어 민감도는 이보다 훨씬 더 떨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 같은 문제 때문에 현재 자가진단키트를 도입한 미국 질병통제센터(CDC)도 깜깜이 확진자의 확인진단용이 아닌 체내 바이러스가 많은 유증상자를 대상으로만 선별적·제한적으로 사용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자가진단키트의 정확도에 대해선 의료계 전문가들 역시 매우 부정적인 입장이다. 염호기 서울백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현재 진행 중인 코로나 검사 방법인 RT-PCR에서 CT값이 25정도 수준인 확진자들에게서 진단키트가 양성이 나온다”며 “이는 코로나 바이러스에 감염돼 중증으로 간 환자들을 검사해야 신속항원검사에서 양성이 나오는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염호기 교수는 “자가진단키트를 사용하겠다는 목적이 무증상 환자를 잡겠다는 것인데, 증상이 심한 확진자만 검출이 가능한 현 제품들로는 불가능하다”며 “차라리 자기 증상을 질문지에 집어넣는 코로나앱(App)을 통한 검사가 신속항원검사보다 더 정확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현정 주무관은 “코로나19 검사결과 음성은 검사 당시 바이러스가 감염되지 않았음을 의미하는 것”이라며 “검사 이후 감염이 되지 않을 것을 담보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본인, 가족, 지인 등을 코로나-19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최선의 방법은 사회적 거리두기, 마스크 쓰기 등의 생활방역과 함께 호흡기증상이 있을시 가까운 선별진료소를 찾아 코로나-19 검사를 즉시 받는 것”이라고 전했다.
 

※ 최종결론 : 대체로 사실 아님. 

 

근거자료

- 질병관리청 민원 처리 결과

- 영국 의약품건강관리제품규제청 (MHRA) 코로나19 자가진단키트 승인 발표
https://www.gov.uk/government/news/mhra-issues-exceptional-use-authorisation-for-nhs-test-and-trace-covid-19-self-test-device

-미국 식품의약국 (FDA) 코로나19 자가진단키트 승인 발표 https://www.fda.gov/news-events/press-announcements/coronavirus-covid-19-update-fda-authorizes-first-covid-19-test-self-testing-home

-염호기 서울백병원 호흡기내과 교수 인터뷰

-질병관리청 2020년 12월 14일 코로나19 국내 발생 현황 및 확진 환자 중간조사 결과 정례브리핑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