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지난달 29일 광주를 찾아 광주시청을 방문하고 있다. 이 지사는 최근 대선주자 지지율 30%대를 처음으로 돌파했다./뉴시스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지난달 29일 광주를 찾아 광주시청을 방문하고 있다. 이 지사는 최근 대선주자 지지율 30%대를 처음으로 돌파했다./뉴시스

시사위크=김희원 기자  차기 대권구도가 이재명 경기도지사 ‘1강 구도’로 재편되는 양상이다. 지난해 4‧15 총선 직후까지는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1인 독주’가 이어졌으나 이 지사가 지난해 7월 대법원에서 허위사실 공표 혐의에 대해 무죄 취지의 판결을 받은 이후 ‘이낙연-이재명’ 양강 구도가 형성됐다.

이후 윤석열 검찰총장이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과의 갈등으로 부상하면서 '이낙연-이재명-윤석열' 3강 구도로 재편됐다. 그러나 이낙연 대표와 윤 총장의 지지율이 하락하면서 이재명 지사 1강 구도가 형성된 상황이다.

이낙연 대표의 지지율은 지난해 후반기 계속 하락세를 보이다가 연초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 사면론을 제기하며 10%대로 내려앉았고, 윤 총장도 추미애 전 장관이 퇴장하면서 여권과의 갈등 구도가 약화되자 점차 지지율이 하락하고 있다.

반면 그동안 20%대 지지율에 갇혀 있던 이재명 지사는 30%대를 돌파하며 상승세를 타고 있다. 리서치앤리서치가 세계일보 의뢰로 지난달 26∼28일 차기 대권주자 선호도(표본오차는 95% 신뢰 수준에 ±3.1%포인트)를 조사한 결과, 이 지사는 32.5%로 1위에 올랐다. 뒤이어 윤석열 총장 17.5%, 이낙연 대표 13.0%로 나타났다. 

리얼미터가 지난달 25~29일 실시한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조사 결과(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1.9%포인트)에서는 이 지사는 지난해 12월보다 5.2%포인트 상승한 23.4%를 기록해 단독 1위로 올라섰다. 윤석열 총장은 5.5%포인트 하락한 18.4%를 기록하며 1위에서 2위로 내려앉았다. 3위인 이낙연 대표의 선호도는 9개월 연속 하락세를 극복하지 못하고 4.6%포인트 하락하며 13.6%를 기록했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 지사가 지지율 30%대를 돌파한 것은 재난지원금 지급 문제 등 정책 이슈를 주도하며 선명성을 드러낸 것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전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을 주장해온 이 지사는 그동안 선별 지급을 추진하는 정부여당과 충돌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그러면서도 결정적인 시점에는 정부여당의 결정을 따르겠다며 ‘치고 빠지는’ 전략을 구사해왔다.

또 ‘중도층’을 공략하기 위해 예민한 정치 쟁점에 대해서는 언급을 자제하고 정책 행보에 치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 지사는 추미애 전 장관과 윤 총장의 갈등으로 정치권이 들끓는 상황에서도 여야 공방전에 끼어들지 않고 검찰개혁의 당위성을 설파하는 수준의 입장만 밝히는 등 메시지를 관리해왔다.

이 지사는 그러면서도 간헐적으로 문재인 대통령을 치켜세우는 것도 잊지 않았다. 이 지사는 페이스북을 통해 지난달 18일 진행된 문재인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에 대해 “기자회견을 보며 100년 만의 세계사적 감염병 위기에서 문 대통령님께서 그 자리에 계신 게 얼마나 다행인가 다시 한번 생각했다”고 친문에 구애를 보냈다.

이 때문인지 이 지사는 일부 여론조사에서 민주당 지지층에서도 이낙연 대표를 앞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지지율이 하락하면서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1강 독주’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그래픽=이현주 기자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윤석열 검찰총장의 지지율이 하락하면서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1강 독주’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그래픽=이현주 기자

◇ ‘이재명 대세론?’ “아직 이르다” 전망도

그러나 이 지사의 ‘1강’ 부상이 장기간 지속된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대세론으로 보기는 아직 이르다는 시각도 있다. 4월 재보궐선거 결과에 따라 이낙연 대표가 다시 부상할 수 있고, 제3의 대선후보의 출현도 변수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박시영 윈지코리아 대표는 2일 TBS 라디오에서 “이재명 지사의 독주는 분명히 맞는데 아직 대세론이다, 이렇게 이야기하기는 조금 빠르다”며 “몇 개월 누적이 되어야 할 것 같고, 정세균 총리나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 추미애 전 장관, 이런 분들의 추격세가 있을 것 같다”고 분석했다.

윤희웅 오피니언라이브 여론분석센터장도 라디오 방송에서 “대선주자들은 자기 정당 선거에 기여도가 얼마나 크게 작동했냐 여부가 대선주자로서의 안정성을 지키는 데 도움을 준다”며 “이낙연 대표가 아마 선대위원장 정도를 맡아서 선거를 치르지 않을까 생각되는데 선거 결과가 일정 부분 영향을 줄 변수로 남아있다”고 지적했다.

이재명 지사 '1강 구도'는 큰 변수가 발생되지 않는 한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지난 2018년 경기도지사 후보 경선 과정과 지난해 대법원 판결로 이 지사에 대한 ‘도덕성 검증’도 사실상 끝난 만큼 이 자사의 지지율에 악영향을 미칠 변수가 많지 않다는 점도 지적된다.

박창환 장안대 교수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지지율은 상황에 따라 변동하기 때문에 계속 1강을 유지할 것이라고 얘기할 수는 없지만 사법부 판결로 도덕성 논란도 정리됐고 이 지사가 정책에서 크게 반감을 사지 않는다면 1강 구도는 당분간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고 전망했다.

이와 함께 정치권 안팎에서는 대선 레이스가 본궤도에 오르기 전에 이 지사가 1강에 오른 것은 친문 세력에게 이 지사의 대항마로 세울 제3의 후보를 물색할 시간을 부여해 주는 것이 돼 장기적 안목에서는 ‘위기 요인’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배종호 세한대 교수는 <시사위크>와 통화에서 “이재명 지사가 친문의 조력 없이 자력으로 1강 체제를 구축한 것은 기회 요인인 것은 틀림 없다”며 “그러나 너무 빨리 1강 체제가 되면서 친문은 후보군을 다시 재편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와 기회가 생기게 되므로 이 지사에게는 기회이면서도 새로운 위기가 열릴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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