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전 서울시장(오른쪽)이 2일 서울 종로구 아시테지 한국본부에서 공연연극계 인사들과 간담회를 하고 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왼쪽)이 같은 날 서울 대학로 한 소극장에서 열린 문화예술인들과 현장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뉴시스
오세훈 전 서울시장(오른쪽)이 2일 서울 종로구 아시테지 한국본부에서 공연연극계 인사들과 간담회를 하고 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왼쪽)이 같은 날 서울 대학로 한 소극장에서 열린 문화예술인들과 현장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뉴시스

시사위크=정호영 기자  4·7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한 오세훈 전 서울시장과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2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은 대학로 문화예술계를 찾았다. 정부 방역지침에 따른 공연 제약으로 일자리·생계 절벽에 놓인 문화예술계 애로사항을 청취하고 대안을 모색하자는 취지다.

오 전 시장은 이날 서울 종로구 소재 아시테지 한국본부를 찾아 공연·연극계 간담회를, 안 대표는 대학로의 한 공연장을 찾아 문화예술인과 현장 간담회를 가졌다. 야권 유력주자로 거론되는 두 정치인이 같은 날 서울 문화예술 중심지인 대학로를 찾은 것은 이례적이다.

오 전 시장과 안 대표는 각각 간담회에서 문화예술계와 관련한 정부의 방역지침을 강력 비판했다. 특히 공연예술계가 정부의 긴급재난지원 대상에서 배제된 데 대해 한목소리로 시정을 요구했다.

오 전 시장은 “지난 1년간 코로나19로 예술인들의 공간은 없어진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핀셋방역이라는 자화자찬에서 벗어나 이제는 재난지원 기준을 제대로 보완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세밀한 업종별 맞춤형 방역대책이 필요하다”고도 했다.

오 전 시장은 △예술업계 시설·대관료 감면 △고용유지 지원금·융자 지원 확대 △창작지원금·생활안정지원금·고용보험 확대 △서울시 초중고 월 1회 문화예술 공연 체험 예산 전액 지원 △생활권별 온오프라인 문화예술공연 소규모 전용 공간 건립 △문화예술계 장비·공간 등 인프라 공동이용체계 구축 등을 약속했다.

안 대표는 “공연예술계야말로 재난 상황”이라며 “이런 상황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재난지원금 대상에서 뺀다는 것은 아주 잘못된 정책”이라고 강조했다. 또 “사회적 거리두기 방법을 지금의 주먹구구식이 아니라 과학적 기준에 따라 합리적으로 재편해야 한다”고도 했다. ‘소규모 집단감염’ 방지에 초점을 맞춘 현행 사회적 거리두기 체계를 과학적으로 실효성 있게 개편해야 한다는 것이다.

안 대표는 "과학적 근거, 예를 들면 ‘밀집(한 공간당 입장 인원), 밀접(사람간 거리), 밀폐(환기 기준)' 등의 개념을 적용해 기준을 만들 수 있다"며 “기준만 지키면 업종과 상관 없이 활동할 수 있게 하는 것이 과학적 방법”이라고 주장했다.

코로나19 사태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시점인 지난 2020년 2월 6일 오전 서울 종로구 대학로의 한 소극장에서 서울시 관계자들이 방역 소독을 하고 있다. /뉴시스
코로나19 사태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시점인 지난 2020년 2월 6일 오전 서울 종로구 대학로의 한 소극장에서 서울시 관계자들이 방역 소독을 하고 있다. /뉴시스

◇ 문화예술계 최악의 1년… 실질적 대책 필요

문화예술계는 1년째 이어지고 있는 코로나19 사태로 혹독한 시련을 겪고 있다. 지난해(2020년) 12월 뮤지컬 장르 매출액이 전년 대비 90% 이상 줄었다는 통계(공연예술통합전산망)도 있다. 공연장 띄어앉기를 의무화한 정부의 고강도 방역지침이 새해에도 이어지면서 생계 절벽에 내몰려 있는 실정이다.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의 경우, 동반자와 관계없이 두 칸을 의무적으로 띄어 앉아야 했다. 객석 점유율은 30% 수준이었고, 업계 종사자들의 호소가 이어졌다.

이에 방역당국은 지난달(1월) 31일 1.5단계·2단계에서 동반자 외 좌석을 한 칸 띄우고, 2.5단계에서 동반자 외 두 칸 띄우는 방식으로 공연장 방역수칙을 일부 완화했다. 완화 전에는 동반자가 있어도 좌석을 의무적으로 띄어 앉아야 해 객석 점유율 피해가 컸다.

앞서 대학로를 비롯한 수도권의 경우 2.5단계 조치가 오는 14일까지 연장됐다. 여전히 객석 점유율 절반을 채우기도 녹록치 않다는 지적이 나왔다. 대형 뮤지컬 공연의 경우 일반적으로 유료 객석 점유율 70% 이상은 돼야 손익분기점을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문화체육관광부는 전날(1일) 2.5단계 지침(동반자 외 두 칸 띄어 앉기)을 유지한 채 ‘추가로 한 칸 띄어 앉는’ 조치도 수용한다는 방침을 밝히면서 급한 불은 끈 모양새다.

공연예술계가 정부 긴급재난지원 대상에서 배제된 것도 뼈아프다. 집합금지·영업제한 대상이 아니라는 이유다. 문화관광연구원은 지난해 1월부터 8월까지 공연·미술시장 피해금액을 2,646억 원, 프리랜서 예술인 고용피해를 1,260억 원으로 추정한 바 있다.

서울연극협회는 지난달 29일 입장문에서 “중앙방역대책본부 방침에 따라 객석 간 거리두기 등 철저하게 방역 준수사항을 이행한 결과 3차 대유행 기간까지 극장에서는 단 1명의 확진자도 발생하지 않았다”며 “정부 정책에 따라 자체적으로 공연을 취소·축소하는 등 후속조치를 해왔지만 더 이상 버틸 여력이 없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공연예술단체는 집합금지 및 영업제한 업종이 아니라는 이유만으로 지원 대상에서 배제됐다. 도대체 공연예술은 어떻게 자생하라는 것인가”라며 “예술단체들이 더 이상 좌절하고 포기하는 일 없이 조속히 긴급재난지원 기준을 보완하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이같은 문화예술계 절규에 정치권의 적극적인 대응이 요구되고 있다. 단 문화예술계 종사자에 대한 금전적 지원에만 초점을 맞추거나 과학적 실사가 배제된 방역조치 일괄 적용 등 임기응변식 조치는 곤란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문화예술계 특수성을 고려한 단기·장기적 종합대책이 절실하다는 것이다.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는 이날 <시사위크>와 통화에서 “문화예술계는 유권자 수도 적고 산업 측면에서도 큰 건 아니지만 코로나19 상황 속에서 국민적 ‘코로나 블루’를 해소할 수 있는 재산”이라면서 “임기응변식 접근이 아닌 실질적 대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김 평론가는 “정확한 연구와 데이터를 바탕에 두고 방역수칙을 적용했어야 했는데 공연장 시설 연구가 전무했다”며 “비과학적 방역수칙 적용으로 공연계에 막대한 피해를 줬기 때문에 시정이 필요하다”고 했다.

김 평론가는 “근본적인 오해가 있는데, 공연예술계 재난지원금 적용도 필요하지만 이들이 가장 힘든 것은 공연을 통해 자신들의 작품을 밝힐 기회가 전무하다는 것”이라며 “재난지원금도 소중하지만 근본적으로 문화예술인들이 왜 활동하는가에 대한 생각이 없어지는 것 같다”고 우려했다.

공연 취소·연기, 인건비 감축 등으로 경력 단절 위기에 놓인 업계 종사자들을 고려한 ‘코로나19 이후’ 대책도 간과해선 안 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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