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4차 재난지원금 ‘선별-전국민 지원’ 동시 추진에 대해 공개적으로 반기를 들면서 민주당 내에서 사퇴론이 분출되고 있다./뉴시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4차 재난지원금 ‘선별-전국민 지원’ 동시 추진에 대해 공개적으로 반기를 들면서 민주당 내에서 사퇴론이 분출되고 있다./뉴시스

시사위크=김희원 기자  더불어민주당과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4차 재난지원금 지급 문제를 놓고 정면 충돌했다.

이낙연 민주당 대표가 지난 2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4차 재난지원금 지급 방안과 관련, 피해업종 선별 지원과 전 국민 지원을 동시에 추진하겠다고 밝혔으나 홍 부총리는 공개적으로 반대 입장을 밝혔다.

홍 부총리는 페이스북을 통해 “추가적 재난지원금 지원이 불가피하다고 해도 전 국민 보편지원과 선별지원을 한꺼번에 하겠다는 것은 정부로서는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밝혔다. 곳간지기인 홍 부총리가 자신을 부총리로 추천한 이 대표에게 공개적으로 반기를 든 것이다. 

이에 민주당은 격앙된 반응을 보이며 홍 부총리 사퇴론까지 거론했다.

이낙연 대표는 3일 최고위원회의에서 공개 비판을 자제하면서도 “늦지 않게 충분한 규모의 추경을 편성하자고 정부에 거듭 제안한다”면서 “당정에서 맞춤형과 전 국민을 함께 테이블에 올려놓고 논의하길 바란다”며 정부를 공개 압박했다. 

최인호 수석대변인은 최고위원회의를 마친 뒤 “당정 간 협의하겠다는 여당 대표의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정무직 공직자가 기재부 내부용 메시지로 공개 반박한 것은 있을 수 없는 잘못된 행태로 즉각 사퇴해야 한다는 의견이 강력하게 제기됐다”고 전했다.

이에 홍 부총리는 본회의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자신이 반대 입장을 밝힌 것과 관련 다소 떨리는 목소리로 “혹시 정부와 의견이 조금 다른 사안에 대해 국민들께 확정된 것으로 전달이 될까, 재정당국의 입장을 굉장히 절제된 표현으로 말씀드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 결국 문 대통령 의중에 달린 듯

민주당과 홍남기 부총리의 갈등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홍 부총리는 지금까지 1·2·3차 재난지원금 지급과 추가경정예산 편성 문제, 대주주 양도소득세 부과 기준 등을 놓고 민주당과 갈등을 겪어왔다. 그러나 홍 부총리가 매번 의지를 꺾고 여당에 ‘백기’를 들면서 ‘홍백기’, ‘홍두사미’라는 비아냥을 듣기도 했다.

지난해 11월에도 홍 부총리는 대주주 양도세 부과 기준을 기존 10억원에서 3억원으로 낮추는 방안을 시행하려 했으나 민주당의 반대로 관철시키지 못했다. 이에 문재인 대통령에게 사의를 표명했으나 문 대통령이 반려했다.

이번에는 홍 부총리가 여당의 압박에도 끝까지 소신을 굽히지 않을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번에는 그가 직을 걸고 공개적으로 반기를 든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지만 결국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뒤로 물러설 것이라는 전망도 만만찮다.

결국 문재인 대통령에게 공이 넘어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문 대통령이 최근 ‘추가 지원책’을 언급하며 4차 재난지원금 지급 논의에 물꼬를 트기는 했다. 그러나 청와대는 구체적인 지급 규모와 방식, 대상, 시기 등은 언급하지 않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결국 문 대통령이 구체적 방향을 최종 결정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이 지난 1일 국회에서 열린 당정청 협의에서 "‘전국민’ 지급 문제는 당장 언급하지 말자"라며 홍 부총리에 동조하는 입장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지만 이는 문 대통령의 뜻으로 보기는 어렵다. 

최재성 청와대 정무수석은 4차 재난지원금 지급 문제는 이제부터 논의돼야 할 사안이라고 밝혔다. 최 수석은 3일 KBS 라디오에서 “어제 이낙연 대표의 교섭단체 대표연설로 소위 말해서 이것에 대한 검토 논의가 시작이 된 것 아닌가”라며 “이런 이견들을 조정하고 또 어떻게 할 것인지를 논의해야 되는 거고, 야당이 또 어떻게 동의를 해줄 것인지 야당의 생각은 무엇인지 이런 것이 시작이 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야당에서는 문 대통령이 조속히 답을 내놔야 한다는 목소리가 표출됐다.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지금도 경제부총리와 기재부는 소득 하위 50%이든, 피해업종 지원이든, 선별지원이 옳다고 생각할 것”이라며 “이 문제는 이제 더 혼란을 없애고 문재인 대통령이 매듭을 지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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